대기업 등에 업은 대학들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3: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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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돈줄’…“SKY 안 부러워”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SKY’대학 못지않게 주목받는 대학들이 있다. 바로 재벌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학교들. 이들 대학은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꾸준한 발전을 이뤄냈다. 빵빵한 재정과 높은 취업률 덕에 명문대학 타이틀까지 거머쥔 곳도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돈줄’을 잡고 있는 대학은 어디일까.




현재 대기업이 설립했거나 인수한 4년제 대학은 모두 7개. 쌍용이 1959년 인수한 국민대부터 한진이 1968년 인수한 인하대,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울산대, 1997년 대우가 인수한 아주대, 1986년 포스코가 설립한 포항공대(포스텍), 1996년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 2008년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 등 이다.  

재계 1위 후광
‘꿩먹고 알먹고’

우선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학교가 재벌대학의 대표 주자다. 성균관대는 삼성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성균관대 재단은 이미 1970년대 삼성 소유였으나, 얼마 지나 대학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재단 측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이 다시 성균관대 경영에 참여한 것은 1996년이다.

1991년 11월까지 성균관대 재단을 운영하던 봉명그룹은 그룹 주력사이던 도투락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성균관대에서 손을 뗐다. 몇 년 동안 공중에서 부양하던 성균관대를 삼성이 다시 인수한 것이다. 삼성그룹이 학교 경영에 참여하면서 성균관대는 다시 회생의 전기를 맞이했다.


삼성 인수 후 성균관대의 외형적인 지표는 크게 상승했다. 1996년 당시 1300억원이었던 성균관대 교육재정은 약 3000억원으로 팽창했고, 학생 등록금 의존도는 81.1%에서 40%로 절반이 감소했다.

또 458명이던 전임 교수는 10년 후인 2006년에 1118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교수 1인당 외부 연구비도 3100만원에서 9140만원으로 상승했다.

삼성의 후광에 힘입어 입학생들의 수능점수도 올라갔고, 최근 5년간 발전평가 종합대학 1위, 교육개혁 최우수대학 5년 연속 선정, 구조개혁 선도대학 1위 등을 기록했다.

또 90년대 초반 대학 순위 12위권이었던 성균관대는 서울 상위 5권 대학으로 진입했다. 이런 수치는 연세대, 고려대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성균관대가 지난 2008년 로스쿨 정원 배정에서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120명을 배정받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에 띄는 점은 성균관대 출신들의 삼성그룹 취업 보장이다. 성균관대와 삼성그룹은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삼성 입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중앙대…삼성·두산 지원 업고 급성장
재정지원 ‘빵빵’ 취업관문 뚫는 돌파구 역할

성균관대가 ‘첨단 분야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산업체 맞춤형 고급 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2006년 학부에 반도체학과를, 대학원에 휴대폰학과를 각각 설립한 것이 일례다. 이 학과의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직행’이 보장돼 있다.


반도체학과 학생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후에는 인·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

휴대폰학과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입사와 유사한 전형을 거치는 탓에 입학이 어렵지만 대신 여러 관문을 통과하면 삼성으로부터 학비와 보조금을 받는 한편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 지난 2009년에는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졸업생 전원이 삼성전자에 입사해 대학가에 화제를 뿌렸다.

삼성은 특히 성균관대에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예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 있는 중앙도서관 ‘삼성학술정보관’을 건설할 당시 삼성은 사비로 5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복지재단은 매달 3000만원을 성균관대에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도 3600만원을 기부했으며, 또 인천 송도에 2조원대의 자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바이오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름만 빼고
모두 “바꿔”

두산그룹은 2008년 재정난에 허덕이던 중앙대를 인수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당시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며 이사장 취임사를 남겼다.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1200억원 이상의 발전 기금을 출연했고, 삼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인수 후 박 회장은 공격적으로 중앙대 재편에 나섰다. 우선 교수들은 국내 최초로 계량적 평가에 따라 연봉을 달리 받게 됐다. 연구업적, 교육실적, 봉사 등 3개 분야로 나눠 3개 그룹(연구 예체능 교육)에 대해 S, A, B, C 등급을 매기고 연봉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연봉제와 업적평가제가 시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8개 단과대학은 11개로, 77개 학과는 49개로 줄이고 10개 단과대학을 5개 계열로 묶어 각 계열에 책임부총장을 두는 구조 조정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해당 안은 2010년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변화의 바람은 투자를 바탕으로 오기도 했다. 두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중앙대는 지난 5년간 내·외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120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으로 시작된 두산의 투자는 매년 100억원 대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법인지원금도 2년만에 441억원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두산은 중앙대학교의 시설 증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두산재단법인이 들어선 이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내부에는 15층 규모의 기숙사와 약대 강의실, 연구실로 활용될 11층의 R&D센터,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학관을 증축했다.

두산은 또 중앙도서관에 150억원을 투입해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로 리모델링 및 증축을 최근 완료했다. 이 밖에 기숙사와 R&D센터 신축, 중앙대병원 별관 신축 등에도 1000억원을 넘게 지원했다.

이 때문에 중앙대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사상 처음으로 8위(지난해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진그룹은 하와이 교민이주 50주년을 기념해 1954년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으로 설립된 인하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1968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가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97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조 회장은 인하대를 초일류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기숙사 준공, 정석학술정보관 및 하이테크관 착공 등 교육시설 부분에 과감히 투자했다.

2003년엔 470여 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자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을 건립하는 등 인재양성에 지금까지 3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한진그룹은 인하대와 함께 한국항공대를 운영하면서 대한항공과 연계되는 고급 항공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주항공, 항공기계, 항공운항 등 이들 대학의 학과를 마친 상당수의 전문 인력을 매년 고용하고 있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도 인하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손으로
직접 설립

이처럼 대기업이 인수해 운영을 맡은 대학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이 직접 설립한 대학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대와 포항공대.


울산대학교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1970년 설립한 울산공대가 그 모태다. 정 명예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다가 현재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울산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2013 교육중심대학 평가’에서 전국 5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대만국립대의 ‘2013 연구성취도 평가’에서도 국내 13위, 세계 463위에 올랐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6년 연속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지방대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울산대·포스텍…창업정신 안고 명문대 부상
국민대·아주대…그룹 부도에 덩달아 날벼락

현대중공업그룹이 2011년까지 160억원을 투자한 조선해양공학부를 비롯해 현대그룹 형제기업인 ㈜KCC가 지원하는 생명화학공학부,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자동차학부 등은 울산대의 자랑거리다.

포스텍은 이미 명문대로 널리 알려진 대학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986년 설립됐다. 당시 이공계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고, 국내 정상의 대학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대표 대학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는 포스텍 설립 후 현재까지 1조원 이상 지원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포스텍에도 산학협동 분야가 따로 마련돼 있다. 바로 철강부문이다. 포스텍은 2005년부터  포스코와 협력해 철강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세계적인 철강전문 고급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을 밟는 엘리트 인력은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다.

인수후 부도
잘못된 만남

4년제 대학은 아니지만 LG그룹은 연암공대와 천안 연암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탄탄한 재정을 안고 대학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학 운영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대학을 인수한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나빠지거나 부도가 날 경우 이들이 경영하는 대학이 덩달아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그간 쌓아온 이미지까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그룹이 1959년 인수해 온 국민대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대학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학원이 1977년 인수해 운영하던 아주대의 경우도, 대우그룹 부도 전인 1999년까지 승승장구하다 이후 대학 순위권 10위 밖으로 추락하며 나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들어 점차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지만, 상당한 내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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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