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명과 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6: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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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키겠다며 기업들 인민재판?"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현장 중심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을'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던 '을지로위원회'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을지로위원회가 오히려 '갑 위의 갑'으로 군림하며 초법적 행위로 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을지로위원회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을(乙)을 지키는 길 위원회'를 뜻하는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0일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개월 동안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세븐일레븐 등 갑을관계로 인해 발생한 사회 갈등을 최전선에서 중재해 왔다고 자평했다. 이 과정에서 을지로위원회는 현장방문 54회, 법률상담 90건, 토론회 41회, 교섭타결 14건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주눅 든 기업

하지만 최근 을지로위원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기업들의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오히려 '갑 위의 갑'으로 군림하며 초법적 행위로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논란이다.

우선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을지로위원회의 고압적 태도다. 을지로위원회가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을 찾아가 계약서 등 서류를 내놓으라고 하거나 응하지 않으면 윽박을 지르고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불러내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수개월 전 을지로위원회가 방문했던 한 기업의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회사에 찾아와 다그치는데 마치 범죄자가 된 것 같았다"며 "기업은 철저히 '을'이다 보니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정서법'에 기초한 조치를 강요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마치 암행어사처럼 기업에 들이닥쳐 인민재판식 문제해결을 강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을지로위원회는 대리점주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 기업에 '대법원 상고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면 재판기간이 길어져 대리점주들의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상고를 포기하라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3심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지난 8월에는 한 식품업체에 을지로위원회가 "2009년 불공정 계약에 의해 부당하게 퇴출된 대리점주들에게 보상하라"는 요구를 했는데 이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건으로 이미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상태였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는 공정위 조치와 함께 추가로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시행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에 부르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역시 헌법에 보장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한 편의점 본사는 계약만료를 3년 이상 남겨둔 가맹점주와 계약을 해지할 때 원래는 6개월치 가맹수수료를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었지만 을지로위원회의 압박에 따라 3개월치 가맹수수료만 중도해지 위약금으로 받기로 하기도 했다.

을지로위원회가 구성하고 있는 상생협의회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불만이 많다. '갑'인 국회의원과 '을'인 기업이 함께 만드는 협의회에서 기업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들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업에 요구 들어 달라 초법적 '생떼'
갑을관계 개선? 민주당이 '갑 중의 갑'


새누리당은 을지로위원회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이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해 시장질서의 혼란을 주고 있는 행태"라며 "법원 영장도 없이 회사 기밀자료를 요구하고 행정부처도 아니면서 제멋대로 보상이나 시정을 강요했다고 하니 '갑' 중에서도 '슈퍼갑'이라 칭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일요시사>가 취재과정에서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을지로위원회는 해당 기업의 해명도 듣지 않고 무작정 불공정기업으로 낙인을 찍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9일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가 가맹점과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정위에 제소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을지로위원회가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멕시카나 측의 입장은 전혀 청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멕시카나 측 관계자는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민주당으로부터 어떠한 문의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다. 최소한 해명할 기회는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멕시카나측은 또 "근거 없는 기사가 나가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부담스러워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멕시카나의 불공정행위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보도자료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피해 가맹점주들의 사례를 청취했으며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인 자문도 구했다. 으레 다른 기업들도 해명을 요구하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며 "사실상 해명을 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멕시카나 측과 가맹점주 사이에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큰데 도대체 왜 해명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인가? 만약 기자님이 민주당 관련 기사를 쓰면서 민주당에 확인도 안하고 썼으면 당장 고소할 사람들이 전혀 다른 잣대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는 그저 민주당이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확인절차도 생략한 것이다. 기업들이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항의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악랄한 갑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헌법 무시

을지로위원회에 대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을지로위원회가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감 증인을 신청하겠다거나, 기업에 대법원 상고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다만 합의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의견개진을 한 것뿐"이라며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의 역할이 입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직접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을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국회의원이면 국회의원답게 을이 고통받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입법을 통해 잘못된 제도를 고쳐나가야지 일부 기업을 압박해 겨우 몇 개 업체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생색내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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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