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계 대부가 폭로한’ 레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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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파는 모델들…하룻밤에 500만원?

[일요시사=사회팀] 자동차 업계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꽃’인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클럽에 중독돼 본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 유명 레이싱 모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과 부적절한 밀월관계가 주 내용이다. 문제는 이 연결고리에서 성매매, 스트립쇼 등의 단어가 나오고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돈이 오간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레이싱계 대부로 알려진 A씨에게 소문의 진상을 들어봤다.




구두 굽 10cm가 넘는 킬힐,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드러낸 레이싱 모델들이 섹시 포즈를 취한다. 키, 몸매, 얼굴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어 세라복, 섹시 간호사 의상, 경찰, 메이드복, 바니걸 등의 코스튬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이들의 몸짓, 과감한 포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레이싱 모델들의 주변에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업계의 비수기인 요즘, 레이싱 모델들이 푹 빠졌다는 ‘싱가폴 클럽 오프닝 행사’의 한 장면이다. 말이 클럽 오프닝 행사지, ‘원정 성매매’에 가깝다는 게 풍문의 요지다.

국내선 삼재
해외는 대박

이 얘기는 싱가폴 여행을 다녀온 몇몇 레이싱 모델들이 수천만원∼수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놨고, 곧바로 업계 호사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데 이어 증권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화제가 됐다.

풍문에 따르면, 싱가폴이 레이싱 모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올 7월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국내 모델들을 선호하는 싱가폴 부호들과,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찾는 곳이 줄어든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모델들의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먼저 선배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공짜 여행’을 제안 받았고, 이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도 처음에는 “공짜로 싱가폴 여행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포즈 몇 번만 취하면 많은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국내 브로커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1회 방문 시 동원된 레이싱 모델 수는 30∼40여명. 보통 2∼3주간의 코스로 진행된다. 이들의 비행기 티켓과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리조트 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싱가폴 측에서 계산한다.

‘원정 성매매’흉흉한 소문의 진상은?
해외 클럽 행사서 아찔한 무대 올라

업계 대부로 알려진 A씨는 “유명한 친구들 3∼4명이 간판급으로 있고 그 밑에 도우미 급 레이싱 모델들 20∼30명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안다”며 “모터쇼에서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다가 해외여행까지 하면서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모델은 한 달도 안 돼 1억을 벌었다고 하더라. 한번 갔다 오기만 하면 전세금은 그냥 마련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유명하지 않은 모델들조차도 500만∼600만원을 단숨에 번다고 하니 노다지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문한 모든 이들이 돈 버는 일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호기심에 방문한 몇몇 모델들은 돈 버는 실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주변 여행만 즐기다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부호들 타깃(?)
꽃목걸이가 돈


이들을 경악케 한 것은 싱가폴 클럽 파티다. 보통 저녁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1시간 터울로 레이싱 모델들의 쇼타임과 쉬는 타임이 반복, 하루 3∼4타임이다. 아찔한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돌아가면서 무대 위를 돌고 오면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모델들을 찍어 꽃다발을 목에 걸어준다.

꽃다발의 종류는 10만원과 100만원 두 가지. 당연히 미모와 몸매가 빼어나거나, 좀 더 수위 높은 의상을 입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이 관람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목에 걸리는 꽃다발 수도 많다.

쇼가 끝나면 꽃다발의 종류와 개수에 맞게 현장에서 싱가폴 달러로 정산된다. 쇼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은 주로 싱가폴 부호들이지만, 국내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간 기업인들과 현지 기업인들도 있다고 알려졌다.

쇼타임 끝나면 초이스 남성과 술자리
현금, 선물 등 베팅 따라 2차도 가능

A씨는 “일하러 간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돈으로 줄 순 없고, 모델들 입장에선 스트립 걸도 아니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라며 “꽃다발 문화는 중국의 지하세계 모델대회에서 한때 유행하던 것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쇼타임이 끝나면 자신을 선택한 사람과 VIP룸에서 술 시중을 드는 등 사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며 “이후부터 모델들이 싱가폴에 머무는 기간 동안 남성들의 애정공세가 시작되고, 보통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즐기다 현금이나 고가의 선물을 받고 하룻밤을 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씨는 “남자는 돈이 있고, 여자는 얼굴과 몸매가 되고. 나를 선택한 남자에게서 내가 원하는 가방, 돈, 모든 물품이 나오는데 정도주고 몸도 주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직접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여행 한 번 갔다가 수천만원∼억대의 돈을 벌어온다는 데 그 수위가 어느 정도 이었는지는 대략 답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위험한 거래
수수료 장사

이 위험한 여행의 총 책임자는 놀랍게도 대구에 사는 한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 유학 후 해당 문화를 접한 ㄱ씨가, 국내로 돌아와 과거 레이싱 매니지먼트 일을 하던 ㄴ실장과 알게 됐고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시나리오다. 이들은 ㄴ실장의 인맥을 통해 모델들과 접촉하거나 모델 사이트를 통해 함께할 모델들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대학생 ㄱ씨를 중심으로 ㄴ실장, ㄷ실장 등 피라미드 조직형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은 레이싱 모델들이 1000만원 미만을 벌면 20% 수수료를 떼고, 1000만원 이상은 40%의 수수료를 떼며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행이 몇 차례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뒤숭숭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클럽의 수위가 높아 현지 경찰이 들이닥쳤다더라” “돈맛이 제대로 든 모델들이 국내에 돌아와 사귀던 남자친구들과 하나 둘 이별했다” 등등. 이에 그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싱가폴 여행 인증샷을 남겼던 몇몇 모델들은 되레 해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레이싱 모델은 자신의 SNS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은 얘기도 꺼내지 마라”며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모델들은 과거 올렸던 사진을 비공개로 바꾸거나 쉬쉬하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간판급 30∼40명이 한팀
브로커 주축 기업형 조직

A씨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자 스폰하는 기업 쪽에서도 ‘이게 뭐냐’며 물어온 적이 있었다”며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며 싱가폴 현지에서 찍은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7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수차례 여행이 진행돼 왔고, 지금도 가 있거나 또 나가려고 하는 모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이름 있는 몇몇 친구들은 싱가폴에서 돈 버는 것에 미쳐서 국내 일은 안하고 그곳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행사의 ‘얼굴’ 노릇을 해야 하는 레이싱 모델들이 해외에서 성적노리개로 전락한 현실에 씁쓸해 했다.

A씨는 “몇몇 모델들 때문에 정말 고생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다른 모델들까지 피해를 보고, 전체적인 물이 흐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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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