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청구' 박근혜의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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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전환의 여왕' 알고 보니 1타3피

[일요시사=정치팀] 정부가 지난 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 통합진보당이 해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민주주의와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조급하게 이뤄진 정당 해산심판에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통해 박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바로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 정치권은 통진당 해산 심판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속전속결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6일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를 적극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이미 통진당의 해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후속 논의까지 착수한 모양새다. 일단 새누리당은 현재 계류 중인 '반국가ㆍ이적단체 강제 해산법'으로도 불리는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통진당을 겨냥한 법안이다. 또 통진당 해산 결정 시 소속 의원들의 신분 유지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도 착수했다. 위헌정당 판결이 나오면 당장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맞서 통진당은 소속의원 전원이 삭발과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통진당은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양측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입장은 좀 더 복잡하다. 정부가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에 숨겨진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종북 감싸기'로 낙인찍힐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 중 통진당 해산 심판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박근혜정부가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은 현재 정부에 유리한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최소한 40% 이상의 국민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의 국민이 찬성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당연히 청와대도 해산 심판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이 같은 여론동향을 파악 했을 것이고 유리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당해산 심판 강행 결심을 굳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또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가 당장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이를 밀어 붙일 수 있었다. 현재 통진당 의원들이 강경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통진당 현역의원은 이미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도 고작 6명뿐이다. 따라서 정기국회에서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지긋지긋한 대선부정 논란, 안보 부각해 돌파?
민주당 종북 불똥 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민주당이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종북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 문제를 이유로 법안 처리나 새해예산 처리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통진당 해산 청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척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의혹에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들의 잇따른 대선개입 의혹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진당 해산 카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종북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주지시킴으로써 국가기관의 댓글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념 대결을 부추김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로 흔들릴 수도 있는 지지층의 동요를 막는 수단도 된다. 결국 통진당 해산 카드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국면 전환용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다른 실익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해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워낙 민감하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이다 보니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180일을 거의 다 보내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여당은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 만약 기각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상당수가 정당해산 청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만큼 역풍이 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통진당이 기각 결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야권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얻어 더욱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 수 있다.

반대로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통진당 세력의 제도권 정치 입성을 도왔던 민주당은 책임론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통진당과 직접적으로 손을 잡았던 친노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친노계는 현재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서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그룹이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지역구 의원 4명의 의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까지 내리면 당장 내년 7월 재보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김선동, 오병윤 의원의 경우는 재보선을 치러도 새누리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지만 이상규 의원의 서울 관악을이나 김미희 의원의 경기 성남시 중원구 등의 지역구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숨겨진 노림수는?

헌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통진당의 종북성향 행태들이 자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게 되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보수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여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진당 사태를 묻지마 연대의 결과물이라며 공격하고 나선다면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신당 간의 '신3각 연대'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와 여당의 의도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비록 현재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적은 고정표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종북세력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제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재보선 화성갑 지역에서 통진당 홍성규 후보는 종북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려 8.2%의 득표를 올렸다. 아무리 종북논란이 있더라도 통진당 세력의 고정표가 있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또 다시 지방선거를 통해 통진당 종북세력이 정치권에 진입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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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