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청구' 박근혜의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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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전환의 여왕' 알고 보니 1타3피

[일요시사=정치팀] 정부가 지난 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 통합진보당이 해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민주주의와 헌법질서 수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조급하게 이뤄진 정당 해산심판에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통해 박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바로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 정치권은 통진당 해산 심판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속전속결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6일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를 적극 옹호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이미 통진당의 해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후속 논의까지 착수한 모양새다. 일단 새누리당은 현재 계류 중인 '반국가ㆍ이적단체 강제 해산법'으로도 불리는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통진당을 겨냥한 법안이다. 또 통진당 해산 결정 시 소속 의원들의 신분 유지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도 착수했다. 위헌정당 판결이 나오면 당장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맞서 통진당은 소속의원 전원이 삭발과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통진당은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양측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입장은 좀 더 복잡하다. 정부가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에 숨겨진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종북 감싸기'로 낙인찍힐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 중 통진당 해산 심판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박근혜정부가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경은 현재 정부에 유리한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최소한 40% 이상의 국민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의 국민이 찬성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당연히 청와대도 해산 심판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이 같은 여론동향을 파악 했을 것이고 유리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당해산 심판 강행 결심을 굳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또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가 당장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이를 밀어 붙일 수 있었다. 현재 통진당 의원들이 강경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통진당 현역의원은 이미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도 고작 6명뿐이다. 따라서 정기국회에서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지긋지긋한 대선부정 논란, 안보 부각해 돌파?
민주당 종북 불똥 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민주당이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종북 논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 문제를 이유로 법안 처리나 새해예산 처리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통진당 해산 청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척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의혹에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들의 잇따른 대선개입 의혹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진당 해산 카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종북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주지시킴으로써 국가기관의 댓글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념 대결을 부추김으로써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로 흔들릴 수도 있는 지지층의 동요를 막는 수단도 된다. 결국 통진당 해산 카드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국면 전환용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다른 실익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해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워낙 민감하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이다 보니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180일을 거의 다 보내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여당은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 만약 기각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상당수가 정당해산 청구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만큼 역풍이 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통진당이 기각 결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야권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얻어 더욱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 수 있다.

반대로 헌재가 정당 해산을 결정하면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통진당 세력의 제도권 정치 입성을 도왔던 민주당은 책임론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통진당과 직접적으로 손을 잡았던 친노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친노계는 현재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서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그룹이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지역구 의원 4명의 의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까지 내리면 당장 내년 7월 재보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김선동, 오병윤 의원의 경우는 재보선을 치러도 새누리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지만 이상규 의원의 서울 관악을이나 김미희 의원의 경기 성남시 중원구 등의 지역구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숨겨진 노림수는?

헌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통진당의 종북성향 행태들이 자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게 되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보수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여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진당 사태를 묻지마 연대의 결과물이라며 공격하고 나선다면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신당 간의 '신3각 연대'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와 여당의 의도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비록 현재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적은 고정표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종북세력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제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재보선 화성갑 지역에서 통진당 홍성규 후보는 종북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려 8.2%의 득표를 올렸다. 아무리 종북논란이 있더라도 통진당 세력의 고정표가 있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또 다시 지방선거를 통해 통진당 종북세력이 정치권에 진입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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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