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검·복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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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2생 로드맵 "셋 중 한명 낙마 시킨다?"

[일요시사=사회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예정돼 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피 말리는 수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승부처로 불리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비롯해 대한민국 핵심 권력기관인 검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까지 어느 하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기관이 없어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정국 승부처
여야 동상이몽

몸이 달은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고강도 검증으로 여권을 궁지에 몰았던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박근혜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물러설 곳도 없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마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된 터라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군이 동원된 광범위한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 대여 공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당 안팎으로 쇄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 2·3월의 악몽이 재현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자체가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후보자의 자질은 철저히 검증해야겠지만 이번 인사청문회가 자칫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다. 최근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야권의 집중 견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민주 고강도 예고…새누리 정쟁 우려
정국 주도권 놓고 치열한 수싸움 전망

동상이몽 속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그러나 정작 마른 입술로 청문회 날짜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인 세 후보자들이다.

지난달 여야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했다. 일정 별로 보면 11일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검증대에 오르며, 12일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3일에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각 뒤를 잇는다.

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경우는 각각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기관을 대표할 인사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자는 앞선 두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를 기대하고 있다. 일정으로 봐도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날짜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장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에 결과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처럼 각 후보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 가운데 이들 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황찬현·문형표
중립·도덕성 관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은 증인 및 참고인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먼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양건 전 감사원장,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최명진 서울중앙지법 사무관 등 3명이다.

이중 양 전 감사원장과 김 총장은 세간에 악연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8월 이른바 외압 논란을 지피면서 떠날 때 '밀어내기'의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이 김 총장인 탓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소위 PK인맥(부산·경남)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안팎에선 김 총장이 PK의 인맥의 대부인 김 실장을 등에 업고 감사원 막후 실세로 등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양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황 후보자의 고향이 경남 마산이다. 때문에 '황찬현-김영호'로 이어지는 서남부 PK인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여야는 황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놓고, 인사청문회 증인 선정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야당은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 김 실장과 더불어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출석시키려 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이 김 실장과 홍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하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장고 끝에 증인채택 요구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기막힌 반격으로 야당의 PK 공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중립성 논란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은 아직도 황 후보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외압을 직접 거론한 인물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양 전 원장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현직 법관 신분이었던 황 후보자(전 서울중앙지법원장)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보장이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함께 근무했던 최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건 이를 검증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황 후보자가 판사 재직 시절에 취득한 대규모 비상장 주식의 보유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공직자 재산신고사항 서류에 따르면 신고된 유가증권은 4개 종목의 비상장 주식 4만342주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드림창업투자(주) 1만5750주, 삼경하이텍(주) 1만5000주, 주식회사 넷웍스 2만1792주, (주)알에프트론 400주 등으로 추정 가액은 2562만9000원이 신고 됐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비상장주식이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황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가액이 상당한 규모이고, 당초 가액은 4000만원이 넘었다"며 "공직자 신분으로 비상장주식에 수천만원을 투자해 차익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황 후보자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가 2년 뒤 병역을 면제 받았다. 고위 공직자에겐 가장 치명적인 병역 기피 의혹이 발견된 것. 그는 1975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1977년 재검에서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청문회 단계에서 소명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며 "병역 기피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에 대한 문 후보자의 견해다. 아울러 국민연금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보건·의료분야에선 어떤 아젠다를 갖고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기초연금 축소 지급' '연금 지급 시기 67세로 연장' 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1년 정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아 발표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역할방안 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국민연금 제도의 내실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정부 정책기조 중 하나인 '복지 확대'와는 상반된 견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문 후보자가 기초노령연금 개선방안을 검토하면서 (최근 언행과는 다르게)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었다"며 오는 인사청문회에서의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998년 1월부터 ING생명 '프리스타일 연금보험 전기납 50' 상품에 3581만원, 2001년 5월부터 삼성생명 '연금저축골드연금'에 2400만원, 지난해 11월 추가로 삼성생명의 같은 상품에 420만원을 납입해 사립연금액이 6400만원에 이르렀다.


또 그의 부인도 2004년 10월부터 ING생명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 2160만원을 납입해 부부 합산 사립연금액은 8561만원에 달했다. 공공연금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문 후보자의 사립연금 가입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각종 세금의 '고의 체납' 의혹이다. 지난 7일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가 장관 내정 후 소득세를 뒤늦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들에게 준 예금 27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11만원을 내정 사흘 뒤 납부했고, 2010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06만3220원은 지난 7월 납부했다. 또 2011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81만8900원은 임명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에 납부했다.

이처럼 파면 팔수록 지각 납부 사례가 계속 나오자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상습 체납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적십자회비 15만원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미루다가 장관이 내정되자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년간 어떠한 기부 사실도 없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 후보자는 황 후보자처럼 병역 면제는 아니지만 만기 전역을 하지 않아 의혹의 대상이다. 그는 육군 보충역으로 1년1개월을 복무하다가 일병으로 소집해제 됐다.

PK인맥 김진태
'김기춘 배후설' 도마

이번 인사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란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 후보자를 검증하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별도 증인채택 없이 김 후보자 본인과의 질의응답에만 집중키로 합의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직무능력, 검찰 독립성 확보에 관한 소신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자타공인 2인자로 자리매김한 김 실장의 배후설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PK인맥의 방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후보자의 해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황찬현] PK인맥·비상장주식·병역기피
[문형표] 세금 지각납부·사립연금 가입
[김진태] 부동산 투기·아들 군대 면제   

하지만 '김기춘 배후설'이 끝은 아니다. 각계의 눈과 귀과 신임 검찰총장에게 쏠린 만큼 불거진 의혹도 가장 많다.
첫째 김 후보자와 그의 부인 송모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남 지역에 1억7900여만원 상당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밭 856㎡(2568만원)와 대지 129㎡(387만원)는 김 후보자 명의로 돼 있으며, 전남 광양시 황금동 임야 6611㎡(9387만원)와 성황동 임야 6825㎡(5630만원)는 부인 송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부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1988∼1989년은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던 시기라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며 "초임 근무지였던 여수·순천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돼 퇴임 이후 집을 짓고 살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둘째로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 동양화가인 허백련 화백과 박생광 화백의 그림을 재산 목록으로 신고하면서 가액을 0원으로 기재했고, 이듬해 작품 가액을 각각 400만원, 3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올해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재산등록 당시 미술품 가격을 모르는 경우 가액을 기재하지 않아도 돼 작품 목록만 신고하고 가격은 신고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0원으로 처리된 것 같다"며 "이후 모든 품목에 가액을 작성토록 시스템이 바뀌면서 화랑 등에 문의한 가격을 토대로 가액을 작성한 바 있지만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은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셋째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이제 막 시작한 자녀들이 각각 7000만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탄로났다. 이와 관련해 증여세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독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 각각 3000만원씩 증여하고 자진 신고했지만 면세 대상이어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자녀들이 용돈 등을 모은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넷째 김 후보자와 부인 송씨의 유동자산이 최근 10개월 사이에 1억8000만원가량 증가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 동의 하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본인 명의 예금 1억5400여만원과 현금 1500만원 등 모두 1억71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인 송씨는 예금 4억7100여만원과 현금 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김 후보자 부부는 예금과 현금을 합쳐 모두 6억520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 5월24일 관보에 공개된 김 후보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김 후보자 부부의 예금과 현금은 모두 4억7200만원으로 10개월 사이 무려 1억8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김 후보자는 예금 6700만원과 현금 2000만원을, 송씨는 예금 3억6800만원과 현금 17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법사위 관계자는 "검사 재직 시 후보자 본인의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1500만원이 늘었고, 퇴직연금과 변호사 급여 등이 포함돼 있는 액수"라고 자료를 설명했다.

청문회 결과는?
중도 낙마할까?

한편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은 아니지만 아들이 병역 기피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 2005년 6월 김 후보자의 아들 김씨는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가 가능한 3급 판정을 받았지만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지원 과정에서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구체신염은 신장 사구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한때 일부 연예인 등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일반적인 병과가 아닌 카투사와 공군지원병, 한국국제협력단 등을 골라 지원하다가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병역 기피의 고의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이 3급 판정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운전병에 지원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군 복무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으로 고의성이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만약 김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아들의 병역 면제는 그에게 뼈아픈 대목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검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 관계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전망하면서 "아마 '1사2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즉 세 후보 중 누군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황 후보자나 김 후보자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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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