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검·복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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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2생 로드맵 "셋 중 한명 낙마 시킨다?"

[일요시사=사회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예정돼 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피 말리는 수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




포스트 국정감사 정국의 승부처로 불리는 인사청문회가 11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비롯해 대한민국 핵심 권력기관인 검찰, 박근혜정부의 명운을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까지 어느 하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기관이 없어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정국 승부처
여야 동상이몽

몸이 달은 쪽은 민주당이다. 앞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고강도 검증으로 여권을 궁지에 몰았던 민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박근혜정권의 인사 난맥상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물러설 곳도 없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마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된 터라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관·군이 동원된 광범위한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 대여 공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당 안팎으로 쇄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지만 지난 2·3월의 악몽이 재현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일각에선 인사청문회 자체가 이슈화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있다.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후보자의 자질은 철저히 검증해야겠지만 이번 인사청문회가 자칫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다. 최근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야권의 집중 견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민주 고강도 예고…새누리 정쟁 우려
정국 주도권 놓고 치열한 수싸움 전망

동상이몽 속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그러나 정작 마른 입술로 청문회 날짜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인공인 세 후보자들이다.

지난달 여야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했다. 일정 별로 보면 11일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검증대에 오르며, 12일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3일에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각 뒤를 잇는다.

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경우는 각각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기관을 대표할 인사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자는 앞선 두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를 기대하고 있다. 일정으로 봐도 가장 집중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날짜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장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에 결과는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처럼 각 후보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 가운데 이들 세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황찬현·문형표
중립·도덕성 관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은 증인 및 참고인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먼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양건 전 감사원장,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최명진 서울중앙지법 사무관 등 3명이다.

이중 양 전 감사원장과 김 총장은 세간에 악연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8월 이른바 외압 논란을 지피면서 떠날 때 '밀어내기'의 당사자로 거론된 인물이 김 총장인 탓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소위 PK인맥(부산·경남)으로 분류된다. 감사원 안팎에선 김 총장이 PK의 인맥의 대부인 김 실장을 등에 업고 감사원 막후 실세로 등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양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황 후보자의 고향이 경남 마산이다. 때문에 '황찬현-김영호'로 이어지는 서남부 PK인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여야는 황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놓고, 인사청문회 증인 선정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야당은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 김 실장과 더불어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출석시키려 했지만 여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이 김 실장과 홍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하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장고 끝에 증인채택 요구를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당의 기막힌 반격으로 야당의 PK 공세가 한 풀 꺾인 모양새다.

그러나 중립성 논란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은 아직도 황 후보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특히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외압을 직접 거론한 인물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양 전 원장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현직 법관 신분이었던 황 후보자(전 서울중앙지법원장)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 보장이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함께 근무했던 최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건 이를 검증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황 후보자가 판사 재직 시절에 취득한 대규모 비상장 주식의 보유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공직자 재산신고사항 서류에 따르면 신고된 유가증권은 4개 종목의 비상장 주식 4만342주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드림창업투자(주) 1만5750주, 삼경하이텍(주) 1만5000주, 주식회사 넷웍스 2만1792주, (주)알에프트론 400주 등으로 추정 가액은 2562만9000원이 신고 됐다.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비상장주식이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은 "황 후보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가액이 상당한 규모이고, 당초 가액은 4000만원이 넘었다"며 "공직자 신분으로 비상장주식에 수천만원을 투자해 차익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황 후보자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가 2년 뒤 병역을 면제 받았다. 고위 공직자에겐 가장 치명적인 병역 기피 의혹이 발견된 것. 그는 1975년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1977년 재검에서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청문회 단계에서 소명 자료를 준비할 것"이라며 "병역 기피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에 대한 문 후보자의 견해다. 아울러 국민연금 및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가 보건·의료분야에선 어떤 아젠다를 갖고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 후보자는 그동안 '기초연금 축소 지급' '연금 지급 시기 67세로 연장' 등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1년 정부로부터 연구를 의뢰받아 발표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역할방안 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국민연금 제도의 내실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정부 정책기조 중 하나인 '복지 확대'와는 상반된 견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문 후보자가 기초노령연금 개선방안을 검토하면서 (최근 언행과는 다르게)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했었다"며 오는 인사청문회에서의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998년 1월부터 ING생명 '프리스타일 연금보험 전기납 50' 상품에 3581만원, 2001년 5월부터 삼성생명 '연금저축골드연금'에 2400만원, 지난해 11월 추가로 삼성생명의 같은 상품에 420만원을 납입해 사립연금액이 6400만원에 이르렀다.


또 그의 부인도 2004년 10월부터 ING생명 '라이프인베스트 변액연금보험' 2160만원을 납입해 부부 합산 사립연금액은 8561만원에 달했다. 공공연금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문 후보자의 사립연금 가입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각종 세금의 '고의 체납' 의혹이다. 지난 7일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가 장관 내정 후 소득세를 뒤늦게 낸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아들에게 준 예금 27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11만원을 내정 사흘 뒤 납부했고, 2010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06만3220원은 지난 7월 납부했다. 또 2011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81만8900원은 임명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에 납부했다.

이처럼 파면 팔수록 지각 납부 사례가 계속 나오자 일각에선 문 후보자의 상습 체납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적십자회비 15만원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미루다가 장관이 내정되자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년간 어떠한 기부 사실도 없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문 후보자는 황 후보자처럼 병역 면제는 아니지만 만기 전역을 하지 않아 의혹의 대상이다. 그는 육군 보충역으로 1년1개월을 복무하다가 일병으로 소집해제 됐다.

PK인맥 김진태
'김기춘 배후설' 도마

이번 인사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란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 후보자를 검증하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별도 증인채택 없이 김 후보자 본인과의 질의응답에만 집중키로 합의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직무능력, 검찰 독립성 확보에 관한 소신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 정권의 자타공인 2인자로 자리매김한 김 실장의 배후설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PK인맥의 방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후보자의 해명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황찬현] PK인맥·비상장주식·병역기피
[문형표] 세금 지각납부·사립연금 가입
[김진태] 부동산 투기·아들 군대 면제   

하지만 '김기춘 배후설'이 끝은 아니다. 각계의 눈과 귀과 신임 검찰총장에게 쏠린 만큼 불거진 의혹도 가장 많다.
첫째 김 후보자와 그의 부인 송모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남 지역에 1억7900여만원 상당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밭 856㎡(2568만원)와 대지 129㎡(387만원)는 김 후보자 명의로 돼 있으며, 전남 광양시 황금동 임야 6611㎡(9387만원)와 성황동 임야 6825㎡(5630만원)는 부인 송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부가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1988∼1989년은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던 시기라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며 "초임 근무지였던 여수·순천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돼 퇴임 이후 집을 짓고 살기 위해 매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둘째로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 동양화가인 허백련 화백과 박생광 화백의 그림을 재산 목록으로 신고하면서 가액을 0원으로 기재했고, 이듬해 작품 가액을 각각 400만원, 300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올해엔 신고조차 하지 않는 등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재산등록 당시 미술품 가격을 모르는 경우 가액을 기재하지 않아도 돼 작품 목록만 신고하고 가격은 신고하지 않아 자동적으로 0원으로 처리된 것 같다"며 "이후 모든 품목에 가액을 작성토록 시스템이 바뀌면서 화랑 등에 문의한 가격을 토대로 가액을 작성한 바 있지만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은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셋째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이제 막 시작한 자녀들이 각각 7000만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탄로났다. 이와 관련해 증여세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독립적 경제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 각각 3000만원씩 증여하고 자진 신고했지만 면세 대상이어서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나머지는 자녀들이 용돈 등을 모은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넷째 김 후보자와 부인 송씨의 유동자산이 최근 10개월 사이에 1억8000만원가량 증가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 동의 하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본인 명의 예금 1억5400여만원과 현금 1500만원 등 모두 1억71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인 송씨는 예금 4억7100여만원과 현금 1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김 후보자 부부는 예금과 현금을 합쳐 모두 6억5200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 5월24일 관보에 공개된 김 후보자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김 후보자 부부의 예금과 현금은 모두 4억7200만원으로 10개월 사이 무려 1억8000만원이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김 후보자는 예금 6700만원과 현금 2000만원을, 송씨는 예금 3억6800만원과 현금 17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법사위 관계자는 "검사 재직 시 후보자 본인의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1500만원이 늘었고, 퇴직연금과 변호사 급여 등이 포함돼 있는 액수"라고 자료를 설명했다.

청문회 결과는?
중도 낙마할까?

한편 김 후보자 역시 본인은 아니지만 아들이 병역 기피 의혹에 연루돼 있다.

지난 2005년 6월 김 후보자의 아들 김씨는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가 가능한 3급 판정을 받았지만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지원 과정에서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구체신염은 신장 사구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한때 일부 연예인 등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일반적인 병과가 아닌 카투사와 공군지원병, 한국국제협력단 등을 골라 지원하다가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병역 기피의 고의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이 3급 판정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운전병에 지원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군 복무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으로 고의성이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만약 김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아들의 병역 면제는 그에게 뼈아픈 대목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당은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검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 관계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전망하면서 "아마 '1사2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즉 세 후보 중 누군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황 후보자나 김 후보자 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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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