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수상한 기부' 청계재단 실태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9 09: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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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하려 선심 쓰듯 기부하고도 '남는 장사'?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수상하다. 지난 2009년 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세우고 331억원 가량의 재산을 기부했다. 청계재단이 정식으로 출범한지도 어느새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청계재단의 장학금지급액과 수혜학생은 해마다 줄고 있다. 청계재단과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청계재단의 수상한 운영을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주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때 대통령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다. 12월7일. 대선을 10여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해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전 재산 기부공약을 내걸었다.

전 재산 기부
전 재산 세탁?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본인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소식은 해외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전 재산 기부 선언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BBK사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2위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무난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으로부터 집요하게 전 재산 사회환원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청계재단이 설립된 것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지난 2009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자신이 소유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 양재동 영일빌딩 등 감정평가액 395억원의 자산에서 채무를 제외하고 331억4200만원 상당의 자산을 청계재단에 출연한다.

재단을 설립할 당시에 청계재단은 매년 11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며, 그 대부분을 장학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관련 지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재단 이사진 상당수 최측근들로 채워 의혹 집중
자기 회사 아니라던 다스 주식 보유 '수상한 고집'

청계재단이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2010년 6억2000만원에서 2011년 5억8000만원, 2012년 4억6000만원, 올해는 4억5000만원(3/4분기 기지급액 3억4140만원과 4/4분기 지급예정액인 1억1380만원을 포함한 금액)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도 2010년 447명, 2011년 408명, 2012년 305명으로 점점 줄어갔다.

재단이 장학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전 대통령이 떠넘긴 빚 때문이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서초구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우리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빌려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진 빚을 갚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이 건물을 재단에 출연하면서 빚까지 함께 떠넘겼다. 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기 위해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해 이 전 대통령의 빚을 갚았고, 이에 대한 이자는 매년 증가해 재단은 2010년 2억6372만원, 2011년 2억7950만원, 지난해 2억9169만원을 지급했다. 재단이 430억원에 이르는 자산의 일부를 팔아 빚을 갚는 방법이 있지만, 재단에선 부동산 시세가 좋지 않다며 그동안 매각을 미뤄왔다.

MB 빚이 우선
장학사업 뒷전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청계재단의 이사진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 넣으면서 재단설립 초기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외에도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과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 김창대 명사랑 후원회장 등 청계재단 이사진 중 상당수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기존재단 기부가 아닌 별도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사회환원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거기에 측근들이 재단을 주무르는 구조라면 사실상 사유재산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오너가 설립한 공익재단들은 가족들의 상속증여세 절세 창구로 활용되거나 편법적으로 그룹지배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이 전 대통령이 소유했던 건물들을 청계재단의 소유로 돌리면서 소득세와 상속세, 법인세, 주민세 등 상당액의 세금을 감면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계재단에 대해 "겉모습은 기부인데 온갖 세금을 감면받고 측근들을 통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청계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주식과 현금 등 107억원 상당을 기부 받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제 장학사업에 쓴 돈은 6억원뿐이고 나머지 101억 상당의 주식은 고스란히 적립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주식은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씨의 아내 권영미씨가 기부한 주식회사 다스의 주식 1만4900주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란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회사다.

박홍근 의원은 이에 대해 "거액의 기부금까지 재단에 적립금으로 묶어놨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재산의 회피처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당시 권씨가 기부한 주식은 다스 전체 지분의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부분이 다스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시 권씨의 주식 기부에 따라 종전 2대 주주였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46.85%)가 됐고 1대 주주이던 권씨는 2대 주주(43.99%)가 됐다. 주식회사는 50%가 넘어야 경영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5% 주식을 가진 청계재단에서 동의를 해야 다스가 가진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계재단이 가지고 있는 다스 주식 5%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청계재단은 다스의 주식을 지난 2011년 1월경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식을 놓고는 그 당시부터 여러 가지 의혹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다스 지분을 권씨로부터 기부 받고, 2010년 10월 강남 교육청에 재산변경 신고를 했다.

그러나 교육청 측은 '공익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승인을 보류했다. 회사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매년 현금이 필요한 장학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배당금을 확보해야만 청계재단의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청계재단은 이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3달여간이나 공을 들였다. 결국 다스 측이 강남교육청에 "앞으로 주주들에게 1주당 액면가액(1만원)에 대해 연간 5% 정도의 배당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서야 승인이 떨어졌다. 다스가 직접 나서 교육청에 전례에 없던 배당금 확보 노력까지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다스가 이례적으로 5% 배당을 하더라도 청계재단이 1년에 확보할 수익은 약 745만원에 불과했다.

다스 주식 집착
삼고초려

반면 다스 지분 5%에 해당하는 주식의 평가액은 당시 약 1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스 주식을 팔면 1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은행금리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3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계재단은 다스 주식 보유를 고집하며 연간 745만원 수익에 만족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가 다스 입사 6개월 만에 차장(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사실 등을 제시하며 "다스는 과거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회사다. 여러 정황들이 우연치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대통령이 실소유자라는 증거에) 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있어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스 주식 의혹과 관련 청계재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부 받은 주식이 비상장 주식인데다 배당금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사려는 사람이 없어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청계재단이 소유한 다스 주식이 매물로 나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늘어야 할 장학금·장학생은 되레 감소
예상대로 '꼼수의 왕' MB 개인금고? 

게다가 다스는 알짜회사로 유명한 기업이다. 아무리 비상장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3년간이나 처분 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어딘가 어색하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청계재단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청계재단 측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현재는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마음대로 쓰시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공익재단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웅산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경제인들의 후원을 받아 그해 12월1일 자신의 호를 딴 일해재단을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연구와 테러 희생자 유자녀들의 교육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일해재단은 5공비리의 본산으로 지목되면서 현재는 세종연구소로 명칭이 바뀌었다.

재단 잔혹사
역사는 반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경력이 논란이 돼 곤혹을 치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박 대통령은 1998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연간 1억~2억3520만원을 섭외비 및 보수로 지급받았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목적사업에 비하여 공익법 취지나 사회통념상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선하라고 권고까지 한 바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청계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은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과거 '아만다&게이츠' 재단에 수백억 달러를 기부한 사례처럼 사회공헌 활동이 검증된 공익재단에 재산을 쾌척했다면 이 같은 잡음이 생기질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단 이사진에서 측근들을 배제하고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해 불필요한 오해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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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