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검란' 검찰 수뇌부 파워게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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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역풍 맞을라…벌집 건드렸다

[일요시사=취재2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또다시 '검란(檢亂)'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검란의 근원지는 바로 서울중앙지검. 박근혜정부 들어 중수부의 기능을 이관 받았던 서울중앙지검은 쏟아지는 외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8일 속보가 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특별수사팀장)이 내규를 어겨 직무배제 됐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채동욱 사건' 이후 뒤숭숭했던 검찰은 또다시 벌집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정치권력에 휘청

그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현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리는 민감한 수사로 여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엇박자는 여러 차례 감지됐고, 이 과정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청와대 측 컨트롤타워가 교체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리고 김 실장의 등장과 함께 '제2의 검란' 사태를 예고하는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및 사퇴와 관련, '김기춘 배후설'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8월5일 김 실장이 검찰 출신 정치인을 만나 '이 두 사람은 날려야 한다. 채동욱을 허수아비로 만들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며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그리고 신 의원이 언급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조 지검장은 채 전 총장의 신임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검찰의 광폭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지검장의 헌신이 있었다. 30개의 관할 부서 및 200여 명의 검사를 지휘했던 조 지검장은 정해진 휴가 한 번 써보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하다 조직 풍비박산
김기춘 등장부터…윤석열 폭로도 시나리오?

채 전 총장도 조 지검장에게 신뢰를 보냈다. 자신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권한의 위임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20년 넘게 이어지던 관행을 폐기했다. 채 전 총장은 매주 화요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독대형식으로 검찰총장에게 모든 수사 진행상황을 면담 보고하던 일정을 없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사실상 중수부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채 전 총장의 지시를 서울중앙지검이 이행하게 되는 일도 많았다. 결국 채 전 총장과 조 지검장은 긴밀히 소통할 수밖에 없었고 둘 사이의 이견은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외풍을 막던 채 전 총장이 현 정권의 눈 밖에 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위축됐다. 이 과정에서 "조 지검장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윤 지청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포착하고 '항명'이란 승부수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서 제외하는 강수로 맞섰다.

윤석열 항명
조영곤 눈물


그런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 자리에 윤 지청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폭로를 했다.

윤 지청장의 발언에 따르면 윤 지청장은 지난 15일 밤 조 지검장의 자택을 방문했다. 평소 호형호제하던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과 맥주를 마시던 중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 강제 수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향후 수사계획을 밝히며 조 지검장의 재가를 받아내려 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격노한 뒤 "야당 도와 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중간수사 결과)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고 만류했다. 또 "내가 사표내면 해라. 우리 국정원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고 윤 지청장을 질책했다.




조 지검장의 반응을 본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의 동의하에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별수사팀의 운명이 위태하자 윤 지청장은 독자 행동을 개시했다.

조 지검장을 만난 다음날인 16일 윤 지청장은 박형철 부장(부팀장)의 전결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17일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을 만나 영장집행을 사후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조 지검장은 대노했다. 특별수사팀을 총괄·지휘하는 자신에게 정식 결재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조 지검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한 윤 지청장에게 직무배재란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이를 부당하게 생각했다. 그는 국정감사 자리에 나와 "검사가 중대범죄를 포착해 상관에 보고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처음부터 (내가) 보고했을 때 수사하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지청장의 폭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계속 되어 왔다"며 "사실상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수사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당하거나 합당하지 않고, 도가 지나쳤다면 그것을 외압이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윤 지청장이 암시한 외압의 배후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윤 지청장의 연이은 폭로와 국회 법사위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조 지검장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수사팀을 신뢰하면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며 "보고나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의 권위와 공정성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잇따른 폭로전에
초유의 셀프감찰

국정감사에서 돌아온 조 지검장은 22일 본인에 대한 감찰을 대검에 정식 요청했다. 현직 검사장이 자신에 대한 감찰을 자발적으로 요청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을 비롯해 박 부장, 이진한 서울중앙지검2차장 등 주요 지휘라인 뿐만 아니라 특별수사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휘라인 내에서도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자칫 감찰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셀프감찰'이 현실화되자 일선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사석에서 이번 '검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 및 검찰 조직의 명운과 직결된 문제란 생각에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부장급 이하 검사들은 대체로 윤 지청장의 행동을 두고 '이유 있는 항명'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은 윤 지청장 말대로 해석에 대한 입장차이가 아니라 부당한 지시에 대한 소신 있는 결단으로 봐야 한다"며 "치열한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끝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윤 지청장의 항명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채 전 총장이 남았더라면 아마 수사팀의 방침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외풍을 막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윤 지청장의 행동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황 장관이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조 지검장이나 평소에는 인품이 훌륭하고 후배들의 지지를 받는 선배였다"며 "이분들이 외압의 실체로 지목되니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채동욱-조영곤 라인 외풍으로 무너져
공안통·특수통 우두머리 줄줄이 저격

한 부장급 검사 역시 "중요한 사안일수록 정식 절차를 밟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어야 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지청장은 지난해 검란 사태의 지분이 있는 사람이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렸던 최재경 특별수사부장(현 대구지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특수부 검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는데 이때 소매를 걷어붙인 검사 중 한 명이 바로 윤 지청장이다.

때문에 윤 지청장은 평소 검찰 내에서도 보수파로 이름이 높다. 한 검사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보수주의자인 윤 지청장이 좌파검사로 매도되고 그간의 수사성과까지 의심받는 상황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그 누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냐"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그는 "검찰 구성원이 패배주의에 빠지고 또 다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자책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검란 사태'가 좀처럼 봉합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에게 국정감사 불출석을 종용했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국감에 나오지 마라'고 조 지검장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 지청장은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부대표가 수사팀만 아는 기밀을 언론에 발설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가 (외부세력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봉합
누가할까

사태가 점차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자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검란 사태'를 특수통과 공안통의 갈등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공안통이었던 한상대를 쫓아낸 게 특수통이고, 특수통인 채동욱을 쫓아낸 게 공안통이라 이번 사건은 (조 지검장이 아닌) 권력을 쥐고 있는 공안통에 대한 특수통의 반란으로 봐야한다"는 설명.

지난 주말 청와대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를 내정한 가운데 이번 검란 사태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 주변에선 "특수통 출신이지만 공안통과 더 가까운 김 후보가 주류 특수통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궁극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을 바라보는 공안통과 특수통의 다른 시각이 있는 한 이번 항명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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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