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검란' 검찰 수뇌부 파워게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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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역풍 맞을라…벌집 건드렸다

[일요시사=취재2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또다시 '검란(檢亂)'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검란의 근원지는 바로 서울중앙지검. 박근혜정부 들어 중수부의 기능을 이관 받았던 서울중앙지검은 쏟아지는 외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8일 속보가 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 지휘라인에 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특별수사팀장)이 내규를 어겨 직무배제 됐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채동욱 사건' 이후 뒤숭숭했던 검찰은 또다시 벌집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정치권력에 휘청

그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현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리는 민감한 수사로 여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엇박자는 여러 차례 감지됐고, 이 과정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청와대 측 컨트롤타워가 교체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리고 김 실장의 등장과 함께 '제2의 검란' 사태를 예고하는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및 사퇴와 관련, '김기춘 배후설'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8월5일 김 실장이 검찰 출신 정치인을 만나 '이 두 사람은 날려야 한다. 채동욱을 허수아비로 만들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며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그리고 신 의원이 언급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조 지검장은 채 전 총장의 신임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검찰의 광폭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지검장의 헌신이 있었다. 30개의 관할 부서 및 200여 명의 검사를 지휘했던 조 지검장은 정해진 휴가 한 번 써보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하다 조직 풍비박산
김기춘 등장부터…윤석열 폭로도 시나리오?

채 전 총장도 조 지검장에게 신뢰를 보냈다. 자신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권한의 위임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20년 넘게 이어지던 관행을 폐기했다. 채 전 총장은 매주 화요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독대형식으로 검찰총장에게 모든 수사 진행상황을 면담 보고하던 일정을 없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사실상 중수부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채 전 총장의 지시를 서울중앙지검이 이행하게 되는 일도 많았다. 결국 채 전 총장과 조 지검장은 긴밀히 소통할 수밖에 없었고 둘 사이의 이견은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외풍을 막던 채 전 총장이 현 정권의 눈 밖에 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위축됐다. 이 과정에서 "조 지검장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윤 지청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포착하고 '항명'이란 승부수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서 제외하는 강수로 맞섰다.

윤석열 항명
조영곤 눈물


그런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 자리에 윤 지청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의 폭로를 했다.

윤 지청장의 발언에 따르면 윤 지청장은 지난 15일 밤 조 지검장의 자택을 방문했다. 평소 호형호제하던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과 맥주를 마시던 중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 강제 수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향후 수사계획을 밝히며 조 지검장의 재가를 받아내려 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격노한 뒤 "야당 도와 줄 일 있나. 야당이 이걸(중간수사 결과)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고 만류했다. 또 "내가 사표내면 해라. 우리 국정원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고 윤 지청장을 질책했다.




조 지검장의 반응을 본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의 동의하에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별수사팀의 운명이 위태하자 윤 지청장은 독자 행동을 개시했다.

조 지검장을 만난 다음날인 16일 윤 지청장은 박형철 부장(부팀장)의 전결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17일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을 만나 영장집행을 사후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조 지검장은 대노했다. 특별수사팀을 총괄·지휘하는 자신에게 정식 결재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조 지검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한 윤 지청장에게 직무배재란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이를 부당하게 생각했다. 그는 국정감사 자리에 나와 "검사가 중대범죄를 포착해 상관에 보고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처음부터 (내가) 보고했을 때 수사하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지청장의 폭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계속 되어 왔다"며 "사실상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수사하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당하거나 합당하지 않고, 도가 지나쳤다면 그것을 외압이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윤 지청장이 암시한 외압의 배후로는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윤 지청장의 연이은 폭로와 국회 법사위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조 지검장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수사팀을 신뢰하면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며 "보고나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의 권위와 공정성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잇따른 폭로전에
초유의 셀프감찰

국정감사에서 돌아온 조 지검장은 22일 본인에 대한 감찰을 대검에 정식 요청했다. 현직 검사장이 자신에 대한 감찰을 자발적으로 요청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을 비롯해 박 부장, 이진한 서울중앙지검2차장 등 주요 지휘라인 뿐만 아니라 특별수사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휘라인 내에서도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자칫 감찰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셀프감찰'이 현실화되자 일선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사석에서 이번 '검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 및 검찰 조직의 명운과 직결된 문제란 생각에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부장급 이하 검사들은 대체로 윤 지청장의 행동을 두고 '이유 있는 항명'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은 윤 지청장 말대로 해석에 대한 입장차이가 아니라 부당한 지시에 대한 소신 있는 결단으로 봐야 한다"며 "치열한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끝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윤 지청장의 항명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채 전 총장이 남았더라면 아마 수사팀의 방침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외풍을 막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윤 지청장의 행동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황 장관이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조 지검장이나 평소에는 인품이 훌륭하고 후배들의 지지를 받는 선배였다"며 "이분들이 외압의 실체로 지목되니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채동욱-조영곤 라인 외풍으로 무너져
공안통·특수통 우두머리 줄줄이 저격

한 부장급 검사 역시 "중요한 사안일수록 정식 절차를 밟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어야 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지청장은 지난해 검란 사태의 지분이 있는 사람이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렸던 최재경 특별수사부장(현 대구지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특수부 검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는데 이때 소매를 걷어붙인 검사 중 한 명이 바로 윤 지청장이다.

때문에 윤 지청장은 평소 검찰 내에서도 보수파로 이름이 높다. 한 검사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보수주의자인 윤 지청장이 좌파검사로 매도되고 그간의 수사성과까지 의심받는 상황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그 누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냐"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그는 "검찰 구성원이 패배주의에 빠지고 또 다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자책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검란 사태'가 좀처럼 봉합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에게 국정감사 불출석을 종용했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국감에 나오지 마라'고 조 지검장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 지청장은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부대표가 수사팀만 아는 기밀을 언론에 발설한 사실을 언급하며 "수사가 (외부세력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봉합
누가할까

사태가 점차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자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검란 사태'를 특수통과 공안통의 갈등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공안통이었던 한상대를 쫓아낸 게 특수통이고, 특수통인 채동욱을 쫓아낸 게 공안통이라 이번 사건은 (조 지검장이 아닌) 권력을 쥐고 있는 공안통에 대한 특수통의 반란으로 봐야한다"는 설명.

지난 주말 청와대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를 내정한 가운데 이번 검란 사태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검찰 주변에선 "특수통 출신이지만 공안통과 더 가까운 김 후보가 주류 특수통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궁극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을 바라보는 공안통과 특수통의 다른 시각이 있는 한 이번 항명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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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