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여야 완벽한 '온도차'


[일요시사=온라인팀]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여야 완벽한 '온도차'

여야가 24일 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분류 공식통보와 관련,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현안논평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해직자가 탈퇴할 경우에는 노조 근무가 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전교조가 무작정 규약 수정을 거부하는 것은 해직자의 생계 문제를 위해 싸우겠다던 전교조의 투쟁 명분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 대변인은 "전교조가 해직자 생계를 빌미로 정치적인 투쟁에 나서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그는 "전교조는 지금이라도 투쟁을 중단하고 관련 규약을 수정해 법과 제도 안에서 합법노조로서 그 활동을 지속해 나가길 바란다"며 "현행법에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우선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이며 향후 국회 등을 통해 관련법 개정을 위해 힘쓰는 것이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보여야 할 옳은 모습"이라고 충고했다.

민 대변인은 정부에 "교단 복귀명령, 전교조 사무실 임차보증금 환수 및 단체협약 폐기 통보 등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됨에 따라 시행해야 할 각종 조치를 법에 따라 엄정히 집행해 달라"며 "전교조가 다시 합법적인 노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일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통보에 반발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참으로 어이가 없고, 분노할 일이다. 부끄럽고 망신스런 일"이라며 "이번 일로 우리는 박근혜정부 들어 또 다른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성명마저 무시하고 국제적 규범까지 깔아뭉개면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몬 것은 박 대통령의 전교조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라며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한 대장정에 민주당도 힘을 보태겠다"고 향후 방침을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14년간 합법적 노조의 지위를 누려온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통해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겠다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약속을 파기하고 수차례 노조의 자주권을 강조한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무시함으로써 선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갖춰야할 국제적 기준에서 스스로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무엇보다 전교조 노조아님 통보는 헌법에 따라 현행 노동조합법과 교원노조법의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 논의 과정을 무시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 확보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환노위 소속인 장하나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함으로써 6만 전교조 노동자들과 박근혜정부간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박 대통령이 노동조합과 싸우고 야당의 합리적 제안을 묵살하고 무시한다면 우리도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 아님'을 통보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면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현안논평에서 "이는 전교조를 무력화시켜 특권교육과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더 강화하는 것은 물론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 분식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자라나는 세대가 민주시민의 건전한 의식과 가치관을 갖는 것을 막아 수구보수세력의 영구집권을 꾀해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김해웅 기자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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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