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손학규-정동영 '삼자연대론'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37:37
  • 댓글 0개

안철수 손잡고 정치판 '제대로 뒤 엎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양당 독점체제를 종식시킬 '메가신당'이 뜬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이 가시화 되면서 메가신당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안 의원은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평소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이 거대 3당을 출범시킴으로써 양당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안철수 메가신당의 실체를 살펴봤다.




베일에 가려졌던 '안철수신당'의 출범이 가시화 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여전히 신당 출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한 안 의원 주변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해진 모양새다.

메가신당 탄생?
용두사미?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합종연횡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여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다. 게다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소 우리나라 양당제의 폐해를 역설해왔던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기존 양대 정당들과는 차별화되는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선 단숨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위협하는 메가신당의 탄생도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안 의원 측이 수도권과 호남, 영남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연대를 꾀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교두보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수도권에서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여전하다.


손 고문은 지난달 29일, 10월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8개월여 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따라서 재보선 출마설이 나왔지만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합종연횡
악마와도 손잡는 정치판 '어제의 적도 내일은 동지'

안 의원과 손 고문 간의 연대설이 불거진 것은 손 고문이 지난 7일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바로 다음 날인 8일에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연구소 7주년 기념행사에서 안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하면서다. 이 행사의 연설에서 손 고문은 통합정치를 강조하며 민주당이란 틀을 넘어서는 정치행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애초부터 손 고문의 귀국은 안 의원과의 연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손-안 연대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현재 양측은 이 같은 연대설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여지는 남아 있다.

손 고문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노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과정에서는 모바일선거를 둘러싸고 손 고문의 지지자들이 당 지도부에 강하게 항의하며 물병과 계란 등을 투척하는 등의 소동까지 일어났었다.

여전히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손 고문으로서는 친노계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차기를 노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지난 대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또 손 고문은 작년 11월 안 의원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안 의원과 비공개로 단독 회동을 하는 등 손-안 연대설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안철수신당에 손 고문과 인연이 깊은 정장선 전 의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끊임없는 연대설
현재는 강력 부인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거론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호남조직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다. 실행위원 중 상당수가 정 고문과 밀접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정관수 기획위원과 정기남 기획위원은 정 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다. 또 이학노 실행위원은 정 고문의 대선캠프에서 특보를 맡았던 핵심인물이었다. 이밖에도 배병옥, 김상복, 최만열, 이영호 실행위원 등 상당수 인사들은 범DY(동영)계로 볼 수 있다.

정 고문이 정계를 은퇴한 것도 아니고 불과 몇 개월 후 재보선이나 전북도지사 선거 출마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마당에 핵심인사들이 대거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자칫 인재 빼가기로 비춰져 정치 도의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 고문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고문이 안 의원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측근들을 미리 이동시킴으로써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정 고문은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최근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설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정 고문 측근인 민주당 김영근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워낙 전북지역에 정동영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사람들이 골수 정동영계라고 하는데 정동영계는 원래 다 골수다. 그들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것에 대응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이 지난 2일 한 행사에 안 의원과 함께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참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가보니 그 두 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행사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한 것도 아니라 안 의원, 심 원내대표, 정 고문 단 세 사람만 참석했었다. 단 세 사람이 참석하는 행사의 참석자 명단도 모르고 참여했다는 해명은 어딘가 어색했고, 가보니 그 두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정 고문 역시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정황상 이유가 있다. 정 고문은 전북에서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호남에서는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서 보다 쉽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철수신당행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도 정 고문 측은 강하게 부정했다. 김 부대변인은 "내년 재보선이나 도지사선거 출마를 아직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안 의원과의 연대 역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손·정 움직이면
정계개편 버금

손 고문과 정 고문 같은 민주당 거물들의 안철수신당행 관측이 나오는 것은 최근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두 사람과 안 의원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그 파장은 사실상 정계개편에 버금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 정도의 거물이 움직인다면 그를 뒤따르는 민주당 인사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은 각각 안철수신당의 수도권과 호남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써 내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합당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당은 현재 5명의 현역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원내 제4당이다.


지난 13일에는 안 의원의 핵심측근이 울산에 내려가 정의당 울산시당 관계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신당과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해당 인사가 울산의 분위기를 스크린 하기 위해 내려갔던 것뿐"이라며 연대 제의설을 일축했다.

'매머드 신당' 또는 이삭줍기 갈림길
수십 년 양당 독점체제 종식될까?

울산은 영남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많아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노동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울산지역에서 비교적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정의당과의 연대를 한다면 안철수신당이 기존 양당과는 차별화되는 영남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울산 정의당 내 현장 출신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노정회(노동자 정치회의)에서는 안철수신당과의 연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현재 정의당은 안철수신당과의 연대에는 공감하면서도 합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평소 거대 양당체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안철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과거 "대한민국을 '갑의 공화국'으로 만들어 온 양당독점의 정치체제야말로 '슈퍼갑'"이라며 양당 독점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제3당 실패의 역사
이번에는 종식?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 역시 안철수신당행이 가능하다. 지난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활약했던 김성식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이다. 그는 현재 안철수신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특히 인재영입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거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나 현 새누리당 인사들도 신당 참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제3당이 제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제3당은 지역에 기반을 두거나 대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인물 정당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자민련이나 문국현 전 의원의 창조한국당, 정몽준 의원이 대선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국민통합21, 고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들 정당은 모두 단명했다. 안 의원이 과연 지금까지 실패의 역사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양당 독점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까? 도전은 지금 시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