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잡힌' 최세용, 필리핀 연쇄납치사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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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의문의 실종 수수께끼 풀리나

[일요시사=사회팀]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에서 납치 강도 행각을 벌인 최세용(46)을 태국 당국으로부터 인계받아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압송했다. 2010년 이후 필리핀에서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은 14명이다. 최씨를 통해 실종사건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안양의 한 환전소에서 20대 여직원을 살해하고 1억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한 최세용씨. 필리핀에서 숨어 지낸 그는 지난해 태국으로 입국하려다 붙잡혀 현지서 징역 9년10월을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송환 장기화를 우려해 형집행 전 ‘임시인도’ 방식으로 최씨 송환을 추진해 부산으로 압송했다. 그간 필리핀에서 발생했던 10여건의 한국인 여행객 납치강도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필리핀 납치단
리더 잡혔다

지난 16일 반바지 트레이닝복, 슬리퍼 차림으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나타난 최씨. 마른 체격과 검게 그을린 피부는 오랜 도피생활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씨는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 대답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다 대기하던 호송차량으로 이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송환에 응했다”며 “곧바로 부산지방경찰청으로 인계돼 조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2007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의 한 환전소에서 20대 여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2011년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인 관광객에게 여행편의를 제공해 주겠다고 유인한 뒤 납치해 석방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10여건의 한국인 여행객 납치강도 사건 역시 최씨가 저지른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최씨는 필리핀에서 숨어 지내다 지난해 11월 태국으로 입국하려다 붙잡혔고 여권 및 공문서 위조 등 혐의가 드러나 올해 초 태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 10월을 선고받았다.

한국서 살인
외국서 납치

법무부는 송환이 늦춰질 경우 살인과 납치강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형 집행중인 최세용을 ‘임시인도’ 방식으로 인계해 줄 것을 태국 당국에 요청했다.

한국·태국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국내로 송환된 최씨는 수용되기 전 “태국에서 오래 있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말하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는 부산에서 부산·서울·경기·충북 등 5개 관할 지방경찰청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번 송환은 태국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국 국적의 범죄자를 현지에서 형 집행 전에 임시인도 하는 최초 사례다. 임시인도 방식은 해당 국가에서 선고된 형 집행이 종료된 후 이뤄지는 통상적인 범죄인 인도 방식과 달리 선고된 형이 집행되기 전에 진행된다.

그는 국내 수사·재판 과정을 거쳐 법원에서 형이 선고되면 태국으로 다시 인도돼 태국 당국에서 선고받은 9년10월의 징역형에 대한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이후 태국에서 형 집행이 종료되면 한국으로 다시 송환돼 국내 법원에서 선고받은 형을 살게 된다.

필리핀 납치단의 리더였던 최씨는 앞서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검거됐다. 한국경찰과의 공조로 태국 이민국 직원들이 비자를 갱신하는 최씨의 부인을 추적, 태국 치앙라이의 한 커피숍에서 검거한 것이다. 공범인 김종석(41)은 지난해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지만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긴 뒤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행동대장 김성곤(41)은 지난해 5월 필리핀 경찰에 잡혔다. 이들은 하나같이 필리핀에서의 납치 행각에 대해서는 발뺌하고 있다.


납치단은 2007년 환전소 여직원 살해 후 지명수배돼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도 범죄를 일으켰다. 바로 홍석동(35)을 납치한 것이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홍석동을 납치하기에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김원빈을 납치해 구타하여 금품갈취를 시도한 뒤 자신들의 범행에 가담시켰다. 그리고 홍석동을 납치했다.

안양환전소 여직원 살해 피의자 송환
사건 직후 도주…태국 입국하다 검거

2011년 9월, 서울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취직한 지 1년 만에 휴가를 얻어 5박6일간 필리핀 세부로 홀로 여행을 떠났던 홍씨. 얼마 후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필리핀 현지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는데 미성년자였다”며 “부모들이 찾아와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홍씨의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에 1000만원을 송금했다.

이튿날 다시 전화가 왔다. 한국에 돌아갈 비행기 티켓 값을 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여행갈 때 왕복 티켓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수상함을 느꼈다. 당시 홍씨 아버지는 “하루만 지나면 귀국인데 왜 돈이 필요하냐”며 참으라고 했다. 이후 홍씨와는 연락이 끊겼고, 돌아오기로 한 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 아들은 없었다.

가족들은 아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보고 경찰과 외교통상부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기다려 보라는 것. ‘카지노에 빠졌거나 여자를 만나 지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필리핀 현지에서 누군가 홍씨의 신용카드로 돈을 뽑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여동생 경화씨(24)는 “돈을 인출하는 사람이 오빠가 아니었다”며 “이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2011년 12월 누군가가 “석동씨의 행방을 알려 주겠다”며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는 지난해 6월까지 대여섯 차례 계속됐다. 가족들은 이 목소리를 녹음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렸다. 곧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 가족들에게 들려왔다. 필리핀으로 여행 갔다가 납치당한 뒤 돈을 주고 풀려났다는 피해자 3, 4명이 음성파일 속 인물에게 똑같이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2007년 7월 경기 안양시 비산동에서 발생한 환전소 여직원 살해 강도단의 부두목인 김종석이었다.

한국인만 노린
납치 전문 강도단

대부분은 돈을 주고 풀려나 귀국했지만 홍씨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부두목 김종석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그가 아들의 행방에 대한 결정적 증언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소식이 전해진 그날 김씨는 필리핀 경찰서 유치장에서 유서를 남긴 채 목매 숨졌다. 아들의 행방을 알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가족들은 절망했다. 이후 납치단의 두목 격인 최세용이 태국 경찰에 붙잡혔지만 홍씨 행방에 대해선 모른다는 입장을 취했다.

절망에 빠진 홍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평소 자주 다니던 산책로에서 농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아내와 딸, 친척, 친구 등에게 쓴 5통의 유서가 있었다. 홍씨의 아버지가 편지지에 볼펜으로 꼭꼭 눌러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애절하게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당신 힘든 짐만 지고 먼저 가지만 이승에서 못해준 거 죽어서라도 꼭 갚을게” “어디 나무랄 데 없는 우리 딸 그저 아빠는 착한 딸에게 나쁜 모습만 보여줬구나. 불쌍한 엄마, 항상 옆에서 잘 보살펴 드려라. 아빠가 하늘에서 지켜볼게”

사실 이들은 홍석동을 납치하기 전에 두 명을 더 납치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윤철완(39)이다. 김종석은 윤씨의 이름으로 윤씨의 동생에게 신용카드를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 카드로 총합 3460만원이 인출됐다. 예비역 공군 중령인 윤씨도 2010년 8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가 행방불명돼 생사가 불분명하다. 현재 납치단 리더 최씨가 붙잡혔지만 아직 홍씨, 윤씨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또한 <딴지일보>는 ‘죽지않는 돌고래’라는 필명을 쓰는 기자가 이 사건을 다뤘다. 그런데 이 기자는 김종석으로부터 살해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씨는 <딴지일보> 미디어전략팀 ‘게으른 수다쟁이’ 기자의 휴대폰으로 전화해 납치사건과 관련한 필리핀 현지 제보자로 위장해 취재팀장 ‘죽지않는 돌고래’를 찾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평범한 가족에 비극을 낳은 납치단의 수법은 간단했다. 이들은 범행 대상을 인터넷 카페 등에서 찾았다. 필리핀 여행 커뮤니티에 ‘필리핀 배낭여행 동반자를 찾는다’ 등의 글을 올린 여행객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를 파악한 후 현지에서 아는 척을 하며 접근했다. 공항 등에서 반가운 척 “한국인이 아니냐?”라고 물으며 접근하기도 했다.

2008∼2011년 현지 강도 혐의 수사
한인 상대 범죄조직 실체 드러날까
14만∼27만원이면 청부살인도 가능

그런 후에는 한인 관광객에게 여행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유인해 납치한 뒤 현지 여성(미성년자)과 강제로 성행위를 시켰다. 외국인이 현지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간통죄는 필리핀에서 중형에 처해진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지트인 펜션 등으로 유인한 후 쇠사슬 등으로 결박했다. 겁에 질린 피해자를 협박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

필리핀 유학 중 최씨 일당에게 납치되었다가 돈을 주고 풀려났다는 이모씨는 “납치당하면 돌아갈 확률은 50 대 50이다. 돈을 받아도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죽인다. 필리핀은 섬이 많은 나라여서 여기저기 숨겨놓고 일을 시킬 수도 있다. 약을 먹이고는 경찰에 신고한다며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목격도 했다. 나도 납치범들에게 당했다가 신분증까지 뺏기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라며 몸서리를 쳤다.

지난해 8월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 인근에서 40대 한국인 재력가 정 아무개씨(당시 41세)가 차량으로 납치·살해된 후 암매장되었다. 범인은 정씨의 돈을 노린 한국인 일당들이었다. 이들은 카지노에서 수억원을 잃자 정씨의 돈을 노리고 범행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필리핀 내 불법 총기 유통 등으로 한국 수배자들이 필리핀을 도피처로 선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사건들
진실 밝혀지나


필리핀은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자유롭다. 돈만 있으면 누구든 총기를 구입할 수 있다. 불법 사제 총기가 넘쳐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반면 불안한 치안 때문에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문제는 경찰도 치안에서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 조직과 결탁한 경찰도 흔히 볼 수 있다. 필리핀에서 10년 동안 거주했다는 한 교민은 “필리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총을 구입할 수 있고, 청부 살인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돈만 주면 경찰도 얼마든지 매수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암묵적인 ‘청부 금액’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현지인 등에 따르면 일반인은 1만 페소(한화 약 27만원)면 청부 살인 의뢰가 가능하다. 심지어는 5천 페소(한화 약 14만원)에 청부 살인에 나서는 현지인도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한국인 납치에 대해서는 주필리핀 영사관에서 맡고 있다. 한국인 실종 사건이 늘자 2010년 10월에 필리핀 경찰청과 각 지방청에 한인 관련 강력 범죄를 담당할 ‘Korean Desk’를 설치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경찰관 한 명(경감)을 파견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 정부나 주필리핀 대사관 측의 무성의를 질타하고 있다. 실종자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뜻에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영사관 직원들과 필리핀 경찰이 공조 체제를 구축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지 교민들은 “외국인이 자신의 일과 본분만 잘 지키면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 금지 구역이나 위험 지역에는 절대 가서는 안 된다. 여행 전문가 등은 “필리핀은 ‘배낭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밤거리를 혼자 걷거나 번화가일지라도 으슥한 골목길은 피해야 한다. 또 필리핀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유흥업소 여종업원이나 성매매 여성과 숙박업소에 들어갔다가 여성과 결탁한 강도나 경찰에게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 등에 개인정보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이 정보를 범행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현지인과는 가급적 접촉을 삼가야 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필리핀 단체관광객 납치 전말
못 믿을 여행가이드

필리핀으로 여행 간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한 후 돈을 받고 풀어준 현지 여행가이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지난해 초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던 충남 천안의 한 단체 회원들을 납치하고서 몸값을 받고 풀어준 혐의(인질강도)로 기소된 A(49)씨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여행가이드 B(34)씨와 공모해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던 충남 천안의 한 체육회 회원 12명 중 4명을 현지 경찰을 동원해 납치한 뒤 석방 대가로 1인당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받고 풀어준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 경찰 동원해 인질로 잡아
1인당 600만원씩 받고 풀어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필리핀 현지 경찰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부당하게 체포·감금한 뒤 그들을 인질 삼아 가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피고인이 비슷한 범행으로 형의 집행을 마친 뒤 누범 기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에 비춰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필리핀에서 구속돼 있었던 점,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회복된 점 등은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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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