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포카리스웨트 파문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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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는 말에 마셨는데…복통 끝 유산

[일요시사=경제1팀] 이온음료를 마신 임산부가 유산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이온음료는 동아오츠카의 인기상품인 포카리스웨트. 잇따르는 포카리스웨트의 이물질 논란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업체 측은 이물질이 곰팡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유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신 8주차 임산부가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들어간 음료수를 마시고 유산했다고 <노컷뉴스>가 지난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결혼 3년 만에 귀한 아기를 가지게 된 이모씨는 양수가 적은 임산부에게 이온 음료가 좋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매일 1.5ℓ씩 꾸준히 마셔왔다. 그러다 지난 9월26일 음료수를 먹기 위해 냉장고에서 3분의 1 가량 남은 음료를 컵에 따르는 순간 병 바닥에 하얀 물질이 퍼지는 것을 발견했다.

"아기 심장 멎었다"

이씨는 이물질을 확인한 뒤부터는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밤새 설사도 계속됐다. 다음날 불안한 마음에 제조업체에 전화를 한 이씨는 업체로부터 "유통 중에 제품 타박으로 공기가 유입되면서 생긴 푸른곰팡이"라며 "더 이상 마시지 말고 배가 아프다면 병원을 먼저 가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업체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병원을 찾았고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뱃속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는 것. 병원에서 '아이가 굉장히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다음 주면 팔다리도 보이고 아이가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 4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씨는 이러한 점을 들어 유산의 원인으로 전날 마신 음료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담당 의사도 "정상적으로 크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푸른곰팡이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식품은 '스틸턴 치즈'와 '고르곤졸라 치즈'. 해당 치즈에는 유산을 초래하거나 태아에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리스테리아균'이 함유돼 임산부에게는 반드시 피해야 할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 곰팡이가 발견된 음료는 동아오츠카의 인기제품인 포카리스웨트. 동아오츠카 측은 이씨가 발견한 것이 곰팡이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산의 직접 원인이 해당 음료인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7일 산모로부터 음료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30일 자택으로 찾아가 직접 만났다"고 밝히면서 "현재까지도 산모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곰팡이는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흰색곰팡이인 것으로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곰팡이가 유산과 연관이 있는지 밝혀달라는 산모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재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에 샘플을 제출하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사는 2∼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차 임산부 이온음료 마시고 유산 주장
회사 측 "곰팡이 맞지만…" 원인규명 의뢰

그러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곰팡이 음료 때문에 유산을 했는지, 혹은 전혀 영향이 없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워낙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유산은 원인을 100%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가 곰팡이류를 섭취할 경우 태아의 염색체를 변형시켜 기형으로 만들거나 발육을 멈추게 해 유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9월13일에도 포카리스웨트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던 중 미끈거리고 불투명한 덩어리를 발견했다. 포카리스웨트는 원래 흰색이지만 해당 포카리스웨트는 노란색이었다. 이후 A씨는 복통과 두통, 설사 증상에 시달렸다.

이에 A씨는 동아오츠카 측에 항의전화를 했지만 동아오츠카 측은 지금 당장 방문할 수 없으며, 구매금액을 환급해주고 제품 한 상자로 보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심각한 건 포카리스웨트의 이물질 논란이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이물질이 들어있는 포카리스웨트 사진이 포함된 고객들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포카리스웨트를 즐겨 마신다는 B씨는 "운동을 다녀와 포카리스웨트 새 것을 따서 한 컵 가득 마셨는데 평소보다 시큼한 맛이 났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다음 달 포카리스웨트를 또 먹으려는 순간 병에 떠다니는 이물질을 발견했다"며 "유통기한이 7개월이나 남았고 항상 냉장 보관한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게 정말 황당하다"고 전했다.

잇따르는 이물질 논란에 동아오츠카 측은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유통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생기면서 공기가 유입되고 음료의 당 성분 등과 결합해 이물질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특히 포카리스웨트는 방부제를 쓰지 않다 보니 여타 다른 음료에 비해 이물질이 좀 더 자주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태 해결에 최선"

이어 "포카리스웨트의 이물질 관련 클레임은 1년에 30∼40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데 99.9% 정도는 병원 치료비 등 보상금으로 5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선에서 처리되는 클레임이다"며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 사측도 대책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페트병의 파손 부분이 병 위쪽에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페트병을 더욱 두껍게 제조하는 방법이나 뚜껑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 등 유통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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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