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UFC 스턴건’ 김동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2: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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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도 한방” 다음 목표는 챔피언 벨트

[일요시사=사회팀]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아시아인 최초로 UFC 9승을 달성하면서 챔피언벨트에 한 발짝 다가섰다. 지난 10일 브라질 홈무대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핵펀치’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 최초의 UFC파이터 김동현(32·부산팀매드)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바루에리 호세 코레아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UFN) 29’ 웰터급 매치에서 브라질의 신흥 강자 에릭 실바를 2라운드 3분 만에 왼손 펀치에 의한 KO로 제압하면서 UFC 내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김동현의 별명 ‘스턴건(전기충격기)’은 결코 장난으로 지은 것이 아니었다.

브라질 강자
KO로 제압

아시아인 최초로 UFC에서 통산 9승을 맞은 김동현. 한때 경기 내용이 지루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다시 ‘스턴건’의 위엄을 나타냈다. 이번에 화끈한 KO승을 거두면서 타격과 그라운드를 고루 갖춘 올라운드형 파이터로 다시 한 번 진화했음을 증명했다.

이제 김동현은 명실상부한 한국 종합격투기의 에이스다. 특히 유도 기술을 섞은 테이크다운 능력과 끈질긴 레슬링 압박은 UFC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 UFC에서 발표하는 웰터급 TOP10 랭킹에 김동현 선수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김동현은 뛰어난 전적에도 불구하고 상위랭커로 뛰어 오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번번히 놓쳤기 때문이다.


T.J. 그랜트, 맷 브라운, 네이트 디아즈 등을 연파한 김동현은 6연승의 길목에서 ‘내추럴 본 킬러’ 카를로스 콘딧에게 기습적인 플라잉 니킥을 맞고 생애 첫 KO패를 당했다. 콘딧에게 덜미를 잡힌 김동현은 다시 넘버링 대회 언더카드 선수로 전락했고 콘딧은 승승장구하며 웰터급 잠정 챔피언까지 올랐다.

콘딧전에서 당한 부상을 이겨내고 UFC 141에서 션 피어슨을 꺾으며 건재를 과시한 김동현은 작년 7월 UFC 148대회에서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아를 만났다. 이는 마이아의 웰터급 데뷔전이기도 했다.

마이아는 미들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체급을 옮긴 선수지만 한때 서브미션으로만 5연승을 달리며 미들급 타이틀전까지 치렀던 강자다. 그런 마이아를 꺾는다면 단숨에 UFC 내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김동현은 마이아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서 경기 시작 47초 만에 TKO로 패하고 만다. 김동현을 꺾은 마이아는 웰터급 데뷔 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웰터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에릭실바 실신 KO…아시아 최초 9승 달성
브라질 무대서 아시아 선수 승리도 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현은 좌절하지 않았다. 김동현은 UFC 마카오 대회와 일본 대회에서 파울로 티아구(브라질)와 시야르 바하두르자다(아프가니스탄)를 나란히 판정으로 물리치고 재기에 성공, UFN29대회의 준메인  이벤터 자리에 올랐다.

이번 김동현의 상대였던 에릭 실바는 변칙적인 타격과 뛰어난 서브미션 결정력, 여기에 잘생긴 얼굴과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춘 브라질의 신흥 강자였다.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는 화끈한 경기 스타일 때문에 옥타곤 3승2패의 평범한 전적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당일 김동현은 브라질 관중들의 일방적인 야유에도 여유 있는 표정을 잃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옥타곤에 입장했다. 실바 또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포효를 하며 뛰어서 입장했다.

경기는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김동현과 스탠딩 타격으로 승부를 보려는 실바의 상반된 모습 속에 치열하게 진행됐다. 김동현은 1라운드 2분 경 기습적인 펀치에 이어진 테이크다운으로 상위포지션을 차지하며 1라운드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2라운드에는 실바의 초반러시에 다소 고전하는 듯 했지만 라운드 중반 실바의 안면에 기습적인 왼손펀치를 작렬하며 실바를 그대로 KO시켰다. 김동현은 파운딩을 날리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쓰러진 실바는 이미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동안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김동현이기에, 이번 승리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존 피치, 오카미 유신 등 김동현과 비슷한 유형의 그래플러형 파이터들이 퇴출된 마당에서 화끈한 KO로 승리를 따냈기에 UFC 내에서 김동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동현은 2008년 UFC 데뷔 후 처음으로 펀치 KO승을 거두며 한국인 UFC 최다승 기록(9승2패)을 이어갔다. 또한 ‘녹아웃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돼 상금 5만달러(약 5400만원)도 받았다.

경기 후 브라질 한인회, 해병대 전우회와 식사를 함께한 김동현은 교민 지미 리가 제작한 영상인터뷰에서 “1라운드 끝나고 (그라운드로 가볼까 했지만)그라운드는 아니다 생각해서 원래 작전대로 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루했는데…위기 속 빛난 ‘강펀치’
타격·그라운드 고루 갖춘 올라운드 파이터

이번 경기결과를 두고 해외 언론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폭스TV> 해설진은 “그라운드 플레이에 능한 김동현과 녹아웃 카운터를 노린 실바가 1라운드에서 자신들의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펼쳤지만, 2라운드에선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판정승이 많았던 김동현의 플레이스타일을 꼬집은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폭스스포츠>는 “김동현이 잔혹하게(devastating) 실바를 무너뜨렸다”면서 “3연승을 올린 김동현은 2008년 데뷔 이후 처음 거둔 KO 승리로 그가 헤엄치는 파이터들의 상어 탱크(shark tank of fighters)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갖게 됐다”고 극찬했다.

아시아 최강
UFC‘스턴건’

브라질 <수페르 루타스>에 따르면 김동현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에릭 실바를 이기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동현에게 이번 대회는 중요했다. 웰터급 톱10에 진입하고 UFC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바를 꺾어야 했다.

이어 김동현은 “그렇지만 3번째 라운드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실바를 KO로 눕힌 카운터 펀치에 대해서는 “순간적으로 기회가 보였고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KO승으로 9승에 성공한 김동현은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 갖고 있는 UFC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3승)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특히 오카미가 최근 UFC 무대에서 퇴출됐기 때문에 김동현이 승승장구를 이어간다면 오카미의 기록을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옥타곤 데뷔 후 두 자리 승수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된 스턴건 김동현, 그가 9승을 거두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꾸준한 승리로
존재감 입증

김동현은 시합이 결정되면 오전 훈련 후 식사와 휴식, 오후 훈련 후 식사와 휴식, 저녁 운동 후 식사와 휴식 등 온종일 훈련에만 매진한다. 늘 반복되는 사이클이지만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지루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시합을 앞두고 집중해서 운동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오히려 경기가 끝나고 쉬는 기간이 더 힘들다고 한다.

시합을 앞두고 감량하는 기간에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가 제일 힘들어 하는 건 식단 조절이다. 하루가 1년 같이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자동차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차를 좋아하는 그는, 사고 싶은 차로 바꾸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합이 끝나면 햄버거나 피자, 삼겹살 등 가리지 않고 먹는다. 미국과 일본 등 격투기 선진국의 명문 체육관 선수들의 식단을 따라해봤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한식이 제일 잘 맞는다고 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생각으로
명실상부 한국 종합격투기 에이스

김동현은 중학교 때 유도를 시작해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종합격투기에 입문해 ‘스피릿 MC’에서 두 번의 프로경기를 승리했지만, 2004년 경제적인 문제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2006년, 일본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DEEP’ 무대로 복귀했고, 8번의 경기에서 7승 1무를 기록했다. 그 중에는 웰터급 챔피언인 하세가와 히데히코와의 경기도 있었는데, 그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다음 대회에서 타이틀 경기를 가졌지만 무승부 판정이 나 타이틀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이후 김동현은 미국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와 네 경기를 계약했다. 2008년에 열린 UFC 84 대회에서 잉글랜드의 제이슨 탄과 데뷔전을 가져 3라운드 팔꿈치 공격에 의한 TKO 승을 거두었다.

9월 7일 UFC 88에서 TUF 출신의 맷 브라운과의 경기에서 2-1 판정승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경기인 UFC 94에서는 웰터급의 정상급 파이터인 카로 파리시안과 붙어서 원래는 2-1 판정패였으나 카로 파리시안이 경기에 금지된 진통제인 하이드로콘 및 다른 기타 물질을 섭취한 사실이 검사 결과에 의해 밝혀지면서 3월17일에  9개월간 출전 정지 조치가 취해졌고, 이 경기는 무효가 됐다.

UFC 100에서 TJ 그랜트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승리한 다음, 2009년 11월14일에 열릴 UFC 105에서 댄 하디와 대결하기로 결정되었으나, 나카무라 카즈히로와의 훈련 도중 입은 부상을 입어 취소됐다.

2010년 5월29일에 열린 UFC 114에서 얼티밋 파이터 시즌 7 우승자인 아미르 사돌라와 맞붙어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으로 30-27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 UFC 120에서 존 해서웨이와의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또다시 부상으로 취소됐다.

그리고 2011년 1월2일, UFC 125에서 얼티밋 파이터 시즌 5 우승 출신의 강자, 네이트 디아즈를 맞아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 UFC와 4경기를 더 계약하였고, 2011년 7월 2일에 열렸던 UFC 132에서 WEC 챔피언 출신의 카를로스 콘딧과의 경기에서 1라운드 2분58초 만에 TKO패해 동양인 최초 6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카를로스 콘딧에게 맞아 오른쪽 안와골절을 당했다.

2011년 12월30일 UFC 141에서 캐나다의 션 피어슨을 꺾고, UFC 6승을 달성했지만, 2012년 7월7일 브라질의 데미안 마이아와의 UFC 148 경기에서 불의의 갈비뼈 부상으로 1년 만에 또 다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UFC에서 2패를 당한 김동현은 처음으로 UFC의 넘버링 PPV대회가 아닌 한 단계 아래급인 UFC on Fuel TV 대회로 밀려난다. 그러나 2012년 11월10일 UFC on Fuel TV 6에서 브라질의 파울로 티아고를, 2013년 3월3일 UFC on Fuel TV 8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시야르 바하두르자다를 모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으며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두 경기 모두 상대를 넘어뜨린 뒤 일어나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압박전술로 승리를 거두어 매미라는 별명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2013년 9월28일 UFC 아시아인 최다승자이자 김동현과 같은 그래플러스타일의 파이터인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 퇴출되자 UFC에서 살아남으려면 김동현도 매미로 상징되는 지루한 경기스타일을 바꿔야 되지 않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김동현 역시 위기감을 느낀다는 심정을 밝혔다.

다시 한 번
챔피언 도전

지난 1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29에 출전한 김동현은 브라질의 에릭 실바를 맞아 스탠딩 자세에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부치는 종전과는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결국 2라운드 3분1초를 남기고, 왼손 카운터 펀치를 작렬하며 KO승을 거뒀다. 이에 경기를 중계하던 성승헌 캐스터는 “5년 묵은 스턴건이 터졌다”며 감탄했고, UFC의 대표인 데이나 화이트마저도 트위터에 “Wow! What a fucking fight!”라고 칭송을 보내 그간 다소 입지가 불안했던 김동현으로서는 격투기 인생에 다시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김동현이 앞으로 원하는 경기는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 피에르와의 경기다. 같은 선수로서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이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동현 전적]

▲2013.10 승 UFC 파이트 나이트29(에릭 실바)
▲2013.3 승 UFC on Fuel TV8(시야르 바하두르자다)
▲2012.11 승 UFC MACAO(티아고)
▲2012.7 패 UFC 148(데미안 마이아)
▲2011.12 승 UFC 141(션 피어슨)
▲2011.7 패 UFC 132(카를로스 콘딧)
▲2011.1 승 UFC 125(네이트 디아즈)
▲2010.5 승 UFC 114(아미르 사돌라)
▲2009.7 승 UFC 100(TJ 그랜트)
▲2009.1 무 UFC 94(카로 파리시안)
▲2008.9 승 UFC 88 BREAKTHROUGH(맷 브라운)
▲2008.5 승 UFC 84 ILL WILL 다크매치(제이슨 탄)
▲2007.10 무 딥 32-32 임팩트(하세가와 히데히코)
▲2007.8 승 딥 31 임팩트(하세가와 히데히코)
▲2007.7 승 딥 CMA 페스티벌2(마에지마 유키하루)
▲2007.2 승 딥 28 임팩트(코히케 히데노부)
▲2006.12 승 딥 27 임팩트(안도 준)
▲2006.10 승 딥 26 임팩트(쿠보타 코우세이)
▲2006.08 승 딥 25 임팩트(이와미야 토모요시)
▲2006.05 승 딥 CMA 페스티벌(타니무라 미츠노리)
▲2004.09 승 스피릿MC 그랑프리 미들급(김형광)
▲2004.04 승 스피릿MC 3(노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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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