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락 말락 'MB 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0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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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지뢰밭 "건들면 터진다"

[일요시사사=사회팀]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7개월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동두천에 새로 문을 연 청소년 대안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환한 웃음과 함께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 그러나 전국 곳곳에 도사린 지난 정권과 관련한 비리 의혹들이 속속 드러난 지금. 이 전 대통령의 웃음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총 공사비 10조7161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71)의 공약이기도 했던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오송과 익산, 광주를 거쳐 송정, 목포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다가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호남고속철도사업은 MB정부의 비자금과 연결된 창구로 의심받고 있다.

대형국책사업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지난 8월 국회 한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과 대형 건설사가 연루된 담합 비리가 곧 터질 것"이라며 "그 배후에는 MB정권 당시 장·차관급 인사를 포함한 막후 실세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철도시설공단이 발주처로 모두 19개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이중 최저가입찰로 낙찰된 8개 공구에서 8개 대형건설사(두산건설, SK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GS건설, 대우건설)는 공사를 나눠먹기로 서로 담합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8개 대형건설사 책임 임원들은 입찰 전 회동을 통해 간사를 선임했고 약속된 입찰가대로 각 공구 입찰에 참여했다. 단 대우건설은 담합 문건에 써진 입찰가대로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다.


담합 방법은 다음과 같다. A건설사가 예정 설계가 대비 78.67%의 입찰가를 써내면 B건설사를 비롯한 다른 업체는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낸다. 그리고 최저가 규정에 의해 낙찰된 A건설사는 다른 공구 입찰에서 B건설사보다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내 B건설사가 낙찰되도록 돕는다.

'호남고속철사업' MB정부 비자금 창구 의심
'내곡동 수사' 채동욱 혼외자 의혹으로 주춤

이 같은 수법으로 8개 대형건설사는 1조5697억원 규모의 공사를 나눠먹었다.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의 평균 낙찰률은 78.5%였다. 이미경 의원실은 전국 공공공사 최저가입찰 평균 낙찰률이 71.9%인 것을 고려할 때 업체가 챙긴 이득은 13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평균가보다 높은 낙찰률은 상당한 공사비가 이익으로 남았음을 뜻한다. 실제로 공사에 투입된 돈 외에 '눈먼돈'이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미경 의원실이 보관하고 있는 문건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8개 건설업체 및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은 담합 및 알선,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오래 전부터 업계에 오르내리던 'MB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촉각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호남고속철도 비리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지난 정권과 유착된 각종 비리 의혹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모양새다.

더불어 현직 검찰 수장이 물러나면서 불거진 '외풍' 의혹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 적잖은 부담이다. MB정권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수록 반사적 이익을 얻게 될 민주당 일각에선 "정권 눈치 보느라 수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채동욱 변수'
MB의 향배는?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68)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처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전 직원 김태환(57)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했다. 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심형보(48)씨 역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받았다. 

앞서 김 전 처장 등은 내곡동 사저 부지와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를 임의로 정한 뒤 매수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35)씨에게 9억7000만원의 이득을 안겨주고 국가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옴에 따라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참여연대로부터 김 전 처장과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5일 이 전 대통령을 배임 및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66)는 시형씨와 함께 피고발인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식세계화사업' 검은돈?
 배후로 정권실세들 거론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가 수사 중이며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점으로 내곡동 사저 의혹이 재점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기자가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심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시형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8개월 만에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내곡동 사저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제출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사건 핵심 당사자인 시형씨와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되면서 민주당은 쓴맛을 다셔야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불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매수대금을 배분한 건 자신들의 판단"이라는 진술도 번복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상 또 다른 제보가 이어진다면 이 전 대통령 일가가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MB 비리'가 더 있다는 점도 변수다.

총체적 부실
한식 세계화 


지난 8월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유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가 주도한 대표적인 '영부인 사업'으로 꼽힌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2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통해 "MB정부의 비호 속에 과다 편성된 예산, 사업관리 부실로 최근 3년간 46억∼94억원의 예산이 이월 또는 불용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6월 공개한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집행실태' 보고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예산현액(당해 연도 예산액에 전년도 이월액을 합한 금액)의 합은 931억1700만원이다. 이중 정상 집행된 돈은 627억2200만원이며, 남은 222억7800만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 집행됐고, 81억1700만원은 불용처리됐다. 평균 집행실적은 68.7%로 조사됐다.

특히 한식세계화사업을 추진한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 편성 시 경쟁력 강화사업(36%)에 중점을 두었으나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한식 홍보사업(33%)에 더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김 여사가 쓴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책 2000여부를 만드는 데 1억원이 쓰였으며 이 돈은 고스란히 국고로 지출됐다.

'한식 세계화 전도사'로 불린 S음식문화연구원의 양모 이사장 부부는 정부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8일 양 이사장의 남편 남모(55)씨는 정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 수천만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제7회 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제7회 한중 식문화대전' 등의 개최 명목으로 7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심사위원비, 인테리어 공사비, 항공비 등의 명목으로 3000만원 이상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김형렬)는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단 검찰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양 이사장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리했다. 사정당국은 양 이사장 부부처럼 국고 보조금을 유용한 사례가 더 있는지를 내사하고 있다.

'4대강 설계자' 구속
비자금 흐름 드러날까

이와 관련해 국회 한 관계자는 "4대강사업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이 한식세계화사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언도 구체적이다. "4대강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비자금 일부가 한 대형건설사 지분 매입에 쓰이려 했지만 VIP(이 전 대통령)가 마음을 바꿔 한 외식업체에 투자했다"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외식업체와 관련한 소문은 건설업자 사이에서 공공연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복수 관계자가 지목한 중견외식업체는 한식세계화사업 최전선에 있었으며, 정부 보조금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한식세계화사업과 관련한 여러 소문들을 접했다. '경영사정이 좋지 못했던 한 사업자가 '고대 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유명인에게 수억원을 후원했다'는 내용. '재무상태가 불량했던 모 기업이 무리한 한식세계화사업으로 적자를 보자 관련사를 매각했다'는 내용 등이다.

기자는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몇몇 핵심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얘기할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중 한 중견업체는 파트너사와 계상을 미루고 1주일 넘게 대표전화를 받지 않아 '사업장이 곧 매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금전적으로 비호했던 건 청와대의 모 비서관이란 의혹도 있다. 

사정기관 지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권 실세의 개입은 섣불리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공중으로 증발했다고 추정되는 돈이 20~30억원에 불과해 다른 공공사업들보다는 규모는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을 횡령했다기보다는 사업자에게서 직접 돈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몇몇 외식업자들은 비상장된 자신의 회사를 띄운 뒤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로
윗선 밝혀질까

이명박 정부의 판도라는 결국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했던 사업자로부터 수수한 각종 뇌물이 될 확률이 높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다양한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인사들의 '릴레이 구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 사장 장석효(66)씨는 4대강 사업 설계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지난 2011년 4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장씨가 관급공사 수주 청탁을 명목으로 설계업체 유신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정권에서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산하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역임했으며 '4대강사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4대강사업과 관련한 비밀 문건들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구속된 장씨가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도 2조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된 통칭 자원외교사업, '태국판 4대강'으로 불리는 한국수자원공사(K-워터)의 물관리사업 등도 'MB 비리'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억세게 운 좋은 MB 왜?
섹스 스캔들이 살렸네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상황에 모아졌다. 워낙 구설이 많았던 정권이라 관련된 비리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 등에서 고구마줄기 캐듯 나온 각종 비리 의혹은 핵폭탄급 이슈들에 묻혀 힘을 잃었다.

먼저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직후 터진 '고위층 성접대' 사건은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이 연루되면서 정국을 뒤흔드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의 부실 인사와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사건은 거의 1달간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릴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현 정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던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중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파견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대변인직 인선 때부터 뒷말이 많았던 윤 전 대변인은 결국 경질됐다. 그러나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현 정부의 사건 은폐 의혹과 맞물려 범국민적인 반감을 샀다. 당시 카메라 플래시가 오직 '윤창중'에게만 쏠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청와대가 몸을 낮춘 사이 여름 정국은 검찰이 주도했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 'CJ 이재현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핵심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했다. 자연스럽게 이 전 대통령도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방향을 놓고, 청와대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면서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관계자는 "섹스 스캔들이 이 전 대통령을 살렸다"고 씁쓸해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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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