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락 말락 'MB 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0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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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지뢰밭 "건들면 터진다"

[일요시사사=사회팀]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7개월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동두천에 새로 문을 연 청소년 대안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환한 웃음과 함께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 그러나 전국 곳곳에 도사린 지난 정권과 관련한 비리 의혹들이 속속 드러난 지금. 이 전 대통령의 웃음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총 공사비 10조7161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71)의 공약이기도 했던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오송과 익산, 광주를 거쳐 송정, 목포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다가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호남고속철도사업은 MB정부의 비자금과 연결된 창구로 의심받고 있다.

대형국책사업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지난 8월 국회 한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과 대형 건설사가 연루된 담합 비리가 곧 터질 것"이라며 "그 배후에는 MB정권 당시 장·차관급 인사를 포함한 막후 실세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철도시설공단이 발주처로 모두 19개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이중 최저가입찰로 낙찰된 8개 공구에서 8개 대형건설사(두산건설, SK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GS건설, 대우건설)는 공사를 나눠먹기로 서로 담합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8개 대형건설사 책임 임원들은 입찰 전 회동을 통해 간사를 선임했고 약속된 입찰가대로 각 공구 입찰에 참여했다. 단 대우건설은 담합 문건에 써진 입찰가대로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다.


담합 방법은 다음과 같다. A건설사가 예정 설계가 대비 78.67%의 입찰가를 써내면 B건설사를 비롯한 다른 업체는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낸다. 그리고 최저가 규정에 의해 낙찰된 A건설사는 다른 공구 입찰에서 B건설사보다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내 B건설사가 낙찰되도록 돕는다.

'호남고속철사업' MB정부 비자금 창구 의심
'내곡동 수사' 채동욱 혼외자 의혹으로 주춤

이 같은 수법으로 8개 대형건설사는 1조5697억원 규모의 공사를 나눠먹었다.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의 평균 낙찰률은 78.5%였다. 이미경 의원실은 전국 공공공사 최저가입찰 평균 낙찰률이 71.9%인 것을 고려할 때 업체가 챙긴 이득은 13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평균가보다 높은 낙찰률은 상당한 공사비가 이익으로 남았음을 뜻한다. 실제로 공사에 투입된 돈 외에 '눈먼돈'이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미경 의원실이 보관하고 있는 문건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8개 건설업체 및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은 담합 및 알선,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오래 전부터 업계에 오르내리던 'MB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촉각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호남고속철도 비리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지난 정권과 유착된 각종 비리 의혹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모양새다.

더불어 현직 검찰 수장이 물러나면서 불거진 '외풍' 의혹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 적잖은 부담이다. MB정권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수록 반사적 이익을 얻게 될 민주당 일각에선 "정권 눈치 보느라 수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채동욱 변수'
MB의 향배는?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68)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처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전 직원 김태환(57)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했다. 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심형보(48)씨 역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받았다. 

앞서 김 전 처장 등은 내곡동 사저 부지와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를 임의로 정한 뒤 매수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35)씨에게 9억7000만원의 이득을 안겨주고 국가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옴에 따라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참여연대로부터 김 전 처장과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5일 이 전 대통령을 배임 및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66)는 시형씨와 함께 피고발인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식세계화사업' 검은돈?
 배후로 정권실세들 거론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가 수사 중이며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점으로 내곡동 사저 의혹이 재점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기자가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심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시형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8개월 만에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내곡동 사저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제출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사건 핵심 당사자인 시형씨와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되면서 민주당은 쓴맛을 다셔야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불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매수대금을 배분한 건 자신들의 판단"이라는 진술도 번복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상 또 다른 제보가 이어진다면 이 전 대통령 일가가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MB 비리'가 더 있다는 점도 변수다.

총체적 부실
한식 세계화 


지난 8월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유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가 주도한 대표적인 '영부인 사업'으로 꼽힌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2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통해 "MB정부의 비호 속에 과다 편성된 예산, 사업관리 부실로 최근 3년간 46억∼94억원의 예산이 이월 또는 불용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6월 공개한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집행실태' 보고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예산현액(당해 연도 예산액에 전년도 이월액을 합한 금액)의 합은 931억1700만원이다. 이중 정상 집행된 돈은 627억2200만원이며, 남은 222억7800만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 집행됐고, 81억1700만원은 불용처리됐다. 평균 집행실적은 68.7%로 조사됐다.

특히 한식세계화사업을 추진한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 편성 시 경쟁력 강화사업(36%)에 중점을 두었으나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한식 홍보사업(33%)에 더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김 여사가 쓴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책 2000여부를 만드는 데 1억원이 쓰였으며 이 돈은 고스란히 국고로 지출됐다.

'한식 세계화 전도사'로 불린 S음식문화연구원의 양모 이사장 부부는 정부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8일 양 이사장의 남편 남모(55)씨는 정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 수천만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제7회 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제7회 한중 식문화대전' 등의 개최 명목으로 7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심사위원비, 인테리어 공사비, 항공비 등의 명목으로 3000만원 이상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김형렬)는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단 검찰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양 이사장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리했다. 사정당국은 양 이사장 부부처럼 국고 보조금을 유용한 사례가 더 있는지를 내사하고 있다.

'4대강 설계자' 구속
비자금 흐름 드러날까

이와 관련해 국회 한 관계자는 "4대강사업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이 한식세계화사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언도 구체적이다. "4대강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비자금 일부가 한 대형건설사 지분 매입에 쓰이려 했지만 VIP(이 전 대통령)가 마음을 바꿔 한 외식업체에 투자했다"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외식업체와 관련한 소문은 건설업자 사이에서 공공연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복수 관계자가 지목한 중견외식업체는 한식세계화사업 최전선에 있었으며, 정부 보조금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한식세계화사업과 관련한 여러 소문들을 접했다. '경영사정이 좋지 못했던 한 사업자가 '고대 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유명인에게 수억원을 후원했다'는 내용. '재무상태가 불량했던 모 기업이 무리한 한식세계화사업으로 적자를 보자 관련사를 매각했다'는 내용 등이다.

기자는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몇몇 핵심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얘기할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중 한 중견업체는 파트너사와 계상을 미루고 1주일 넘게 대표전화를 받지 않아 '사업장이 곧 매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금전적으로 비호했던 건 청와대의 모 비서관이란 의혹도 있다. 

사정기관 지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권 실세의 개입은 섣불리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공중으로 증발했다고 추정되는 돈이 20~30억원에 불과해 다른 공공사업들보다는 규모는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을 횡령했다기보다는 사업자에게서 직접 돈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몇몇 외식업자들은 비상장된 자신의 회사를 띄운 뒤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로
윗선 밝혀질까

이명박 정부의 판도라는 결국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했던 사업자로부터 수수한 각종 뇌물이 될 확률이 높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다양한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인사들의 '릴레이 구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 사장 장석효(66)씨는 4대강 사업 설계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지난 2011년 4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장씨가 관급공사 수주 청탁을 명목으로 설계업체 유신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정권에서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산하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역임했으며 '4대강사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4대강사업과 관련한 비밀 문건들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구속된 장씨가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도 2조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된 통칭 자원외교사업, '태국판 4대강'으로 불리는 한국수자원공사(K-워터)의 물관리사업 등도 'MB 비리'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억세게 운 좋은 MB 왜?
섹스 스캔들이 살렸네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상황에 모아졌다. 워낙 구설이 많았던 정권이라 관련된 비리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 등에서 고구마줄기 캐듯 나온 각종 비리 의혹은 핵폭탄급 이슈들에 묻혀 힘을 잃었다.

먼저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직후 터진 '고위층 성접대' 사건은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이 연루되면서 정국을 뒤흔드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의 부실 인사와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사건은 거의 1달간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릴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현 정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던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중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파견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대변인직 인선 때부터 뒷말이 많았던 윤 전 대변인은 결국 경질됐다. 그러나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현 정부의 사건 은폐 의혹과 맞물려 범국민적인 반감을 샀다. 당시 카메라 플래시가 오직 '윤창중'에게만 쏠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청와대가 몸을 낮춘 사이 여름 정국은 검찰이 주도했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 'CJ 이재현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핵심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했다. 자연스럽게 이 전 대통령도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방향을 놓고, 청와대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면서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관계자는 "섹스 스캔들이 이 전 대통령을 살렸다"고 씁쓸해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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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