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제 장외투쟁 논란 '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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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노숙이냐? 캠핑이지!"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지난 9월23일 국회 의사일정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공전이 길어지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대신 54일째를 맞은 천막당사 장외투쟁은 전국순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이어져온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어느새 여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제기하고 나선 '황제 장외투쟁' 논란으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잔뜩 흠집이 났다.




민주당에게 올 여름은 특히 잔인한 계절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월1일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천막까지 쳐놓으니 내부 온도는 더 올라갔다. 워낙 더운 날씨라 새누리당 일각에선 "폭염을 견디지 못해 금방 끝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노숙 투쟁?

8월 한여름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하루에도 땀에 젖은 셔츠를 몇 번이나 갈아입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 같은 고생은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외투쟁이 시작된 후 어느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선크림을 나눠주자 일부 기자들은 화들짝 놀라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기를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기자들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올 여름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24시간 운영되는 천막당사를 지키기 위해 20여 명씩 6개 조로 나눠 오전·오후 순환 근무를 했다.

게다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이제 시즌2로 돌입했다. 민주당은 지난 9월23일 국회 전면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선 지 54일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울광장 천막은 그대로 유지하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토록 바라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3자 회동'을 가졌지만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에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로 결심하고 전국순회에 나선 것이다. 다만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국회 본관에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비상체제로 정기국회에 임하기로 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 간이침대까지 펼쳤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영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의 장외투쟁이 이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관심을 못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사학법 장외투쟁 때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한나라당 장외투쟁 53일 만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고 사학법의 재개정을 약속했었다.

한편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는 이른바 '황제 장외투쟁' 논란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17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추석 귀성인사를 하며 홍보물을 나눠줬다. 홍보물에는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김한길 대표의 사진에 '한길 오빠, 노숙하고 가실게요~'라는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를 제목으로 붙였다.

폭염 속 죽을 고생하고도, 언론홍보는 실패
호화 장외투쟁 논란, 스스로 자초한 일면도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사진에 대해 한 네티즌이 "호화로운 이불, 침대, 노트북, 전깃불까지 다 있네. 이게 노숙이냐? 캠핑이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대표를 이렇게 저열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희화화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 침실에 와서 이불과 침상을 직접 본 일이 있는가? 비 오는 날, 비가 새는 천막에서 그 현장을 목격한 일이 있는가?"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 실제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저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숙의 이미지가 저게 아닌데 편하게 자고 싶으면 집에 가서 자면 된다. 노숙투쟁은 무엇인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비싼 세비 받고 캠핑한다는 비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작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는 하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 당직자들은 올 여름 천막당사를 지키며 엄청난 고생을 했다. 한낮에는 더위에 지쳐 녹초가 됐고, 폭우가 쏟아질 때는 천막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느라 진땀을 뺐다. 또 밤에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나 취객 등이 툭하면 천막당사로 찾아와 소동을 피웠고, 땅을 울리는 차량 소음 등으로 제대로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이처럼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작 언론에 비추는 부분에선 불필요한 침대 매트리스, 책상, 전기시설 등으로 호화 장외투쟁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호화 캠핑?

또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핵심당원 연수에서 "맨날 노숙투쟁한다면서 뭘 노숙투쟁해! 앞에 프라자호텔, 프레지던트호텔, 코리아나호텔 사우나 가봐요. 전부 민주당 의원들 사우나 하고 앉아있지. 그게 무슨 노숙투쟁이요. 진짜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청 근처 호텔사우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나 당직자들이 인근 호텔사우나를 이용한 적이 없다"며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또 김한길 대표의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화장실에 가 혼자서 세수를 하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김성태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정치전문가는 "장외투쟁은 국민들의 이성을 자극하기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편해 보인다' '호화롭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민주당의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대언론 홍보방식의 문제 등을 대폭 개선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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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