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은 채동욱 혼외자식 미스터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8: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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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입증할 의지는 있나?" 점점 미궁 속으로

[일요시사=정치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9월 한 달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지난달 6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불거진 의혹은 혼외아들 문제가 보도된 지 일주일 만인 13일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채 전 총장은 사건이 불거진 후 일관되게  혼외아들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많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정치권의 공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이례적으로 법무부가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사실상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기소를 고집함으로써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실 규명?

채 전 총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내려진 후 한 시간여 만에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청와대는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미뤄오다 지난달 28일에야 전격 사표를 수리했다. 

채 전 총장은 당초 혼외아들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와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었나 사표 수리 후 갑작스럽게 소송을 취하해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사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매우 간단한 문제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과의 유전자 감식 절차만 거친다면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그 진위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얼마든지 유전자 감식을 실시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지만 실제로 유전자 감식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성년자인 채모군의 법정 대리인인 임모씨가 유전자 감식을 거부한다면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 감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여론 또한 '정말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큰 미스터리는 임씨가 언론사에 직접 보낸 편지를 통해 주장한 것처럼 그녀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해 사용한 것이라면 채 전 총장이 왜 임씨를 형사고소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채 전 총장이 임씨를 형사고소 한다면 강제적인 유전자 감식도 가능해진다.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는 채 전 총장의 이름을 도용한 행위가 명예훼손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공문서 위조나 변조로 보기도 힘들어 형사고소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채 전 총장이 정말 결백하다면 임씨를 형사고소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임씨에게 항의하고 당장 채모군과의 유전자 감식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일 것이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은 사건이 불거진 후 정작 임씨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문서나 유전자 감식 하나면 간단히 풀릴 수 있는 의혹 
채 전 총장 '이름 도용' 임씨 법적 책임 왜 안 묻나?

일각에서는 채 전 총장이 아직 미성년인 아동의 인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유전자 감식이 어렵다면 채모군에 대한 출생신고서나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사실규명이 가능하다. 문서에 기록된 채모군의 아버지가 임씨가 편지를 통해 주장한대로 다른 채씨 성을 가진 남자라면 일단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임씨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과연 채 전 총장과 임씨가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채 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채 전 총장이 무고죄로 오히려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꼼수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반면 채 전 총장이 현직 검찰총장인 만큼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자제해 온 것일뿐이며, 이제는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된 만큼 <조선일보>에 대한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추가로 진행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채 전 총장이 자진사퇴를 선택한 이유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것 자체가 검찰총장에 대한 모욕이고, 따라서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주장한대로 이것이 정권의 검찰 흔들기라고 느꼈고, 자신이 결백하다면 오히려 사퇴를 하지 않고 곧바로 유전자 감식을 받아 진실을 규명하는 편이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만약 사건이 불거진 직후 유전자 감식을 받았다면 이번 사태는 이미 마무리 되고도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감찰을 지시한 법무부는 물론이고 윗선인 청와대 역시 역풍을 맞았을 것이다. 역으로 검찰의 숙원인 정치적 중립성 역시 더욱 확고해졌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쉽고 빠른 길을 놔두고 굳이 험로를 택한 채 전 총장에 대해 사실상 시간 끌기 전술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진실 은폐!

채 전 총장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있다. 채 전 총장은 소장을 통해 자신이 임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많은 손님 중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많은 검사 손님 중 왜 하필 임씨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도용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채 전 총장은 "임씨가 운영한 레스토랑은 일반적인 음식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임씨는 편지에서 "부산과 서울에서 주점을 운영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으며, "(채 총장이) 술 파는 가게에서 통상 있듯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은 없었다"며 자신이 운영한 가게가 주점임을 명확히 밝혔다.

또 다수의 언론은 법무부 감찰관실이 추석연휴 기간 동안 벌인 진상조사 내용을 정리한 '1차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임씨가 서울 강남의 전셋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출처불명의 억대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채 전 총장이 임씨에게 자금을 지원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제기도 가능하다.

인터넷상에서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갖가지 의혹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누리꾼들 사이에선 채 전 총장과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외모가 너무나 흡사하다거나, 채 전 총장과 채모군이 이름이 채 전 총장의 성씨인 평강채씨 집안의 항렬법칙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주장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또 과거 임씨의 집주인은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임씨의 아파트로 서울대동문회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한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채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이거나 억지스런 끼워 맞추기에 불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의혹의 당사자인 채 전 총장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한 억측성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한때 무소불위 사법권력을 쥐락펴락했던 검찰총장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두고두고 오르내릴 것으로 보여 어느 때보다 씁쓸한 계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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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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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