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모르는 '친박계 권력암투' 전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7:47:12
  • 댓글 0개

꿩 잡는 게 매? "김무성 잡으러 서청원 나서나"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친박계 일부에선 벌써부터 권력암투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있다. 그동안 낮은 행보를 이어오던 그는 최근 차기 당권 도전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내비치며 당내 세력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무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벌써 시작된 친박계 내부의 권력암투 실상을 살펴봤다.




지난 4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모임'을 출범시켰다.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량인 103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전직 의원까지 합치면 120명이 넘는 새누리당 내 최대 모임이다. 역사교실모임의 출범식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김무성 견제론
정면돌파 선택

김 의원 측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단순한 공부모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세 불리기라는 지적과 계파정치의 부활이라는 쓴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친박 진영에서는 김 의원의 역사교실모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다루는 국사교과서에 있어서만큼은 좌우이념과 정치적 진영 논리를 벗어나 객관적 자세로 균형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한 역사학계 전문가들의 왜곡 주장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김 의원의 처신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행보가 차기 당권과 앞으로의 대권을 염두에 두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박계의 권력암투설이 그것이다. 권력암투설의 중심에는 바로 김 의원이 있다.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그를 견제하려는 자와 그에게 줄을 서려는 자들 간의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다.

당권 도전 가능성 최초로 언급
당권 잡으면 대권 직행 분수령

권력암투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비공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비공개회의에서 한 김 의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국정원 사건의 배후로 야권의 표적이 되는 등 큰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한때 김 의원의 발언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비공개회의에서의 발언을 제보자가 작심하고 언론에 흘렸다는 점이다. 이는 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라고 볼 수 있다. 또 당 지도부가 사실상 친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친박 일부에서 김 의원을 공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때 제보자로 지목됐던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올 4월 부산 영도 보궐선거로 국회에 돌아온 김 의원은 5선의 중진의원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탈박계’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 논란 당시 박 대통령과 갈등 끝에 완전히 갈라섰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이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서운 세력화
비박까지 포함


새누리당 공천 탈락 후 탈당까지 고려했던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택하고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탈박계’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탈박계였던 김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 내 비박인사와 범박인사들을 대거 포섭하며 세력화에 나서자 이른바 원조 친박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친박계 내부에선 탈박계인 김 의원과 본의 아니게 악감정을 쌓게 된 인물들도 있다. 당연히 김 의원의 세력화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 공천 당시 당 사무총장을 역임해 김 의원의 공천탈락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받았던 인물이다. 서 의원은 현재 내년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지역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다가오는 부산시장 후보경선에서 서 의원을 낙마시키고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 풍문으로만 존재하던 이 이야기는 지난 9일 서 의원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밀약설'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 때 박민식 의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들었다"며 "박민식 의원 출판기념회(7월4일) 직후 김무성 의원이 박 의원에게 '시장에 출마하면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극구 부인했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인사가 사실상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인물이라 더욱 민감하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노골적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다가는 채동욱 다음에 날릴 사람은 김무성이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과거 이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을 당시 '기수 파괴론'을 내걸고 대권도전 의사를 드러냈다가 레임덕을 우려한 김영삼정권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이 한번 자신을 배신했던 김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래권력을 쫓아 이동함으로써 김 의원에게 여의도 권력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친박 내 김무성 견제 분위기는 결국 김 의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심기불편 청와대
김무성 견제 배후?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한 듯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는 별로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김무성 의원이 무척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각종 모임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행사에 마치 자신의 행사처럼 각종 모임에 정말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다음 정치행보를 위해 한참 뛰고 있구나'라고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행보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울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당권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당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앞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한국 정당정치를 바로 잡아보고 싶다"면서 "당 대표로서 당에 충성했거나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람이 커갈 수 있는, 의리를 배반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누가 봐도 대권플랜, 청와대 심기불편
스스로 자초한 친박 내 김무성 견제론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6월4일) 이전에 열리게 될 경우엔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김 의원이 차기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 대통령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이 최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힌만큼 당권을 잡은 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사건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처럼 전방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경기 화성갑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일종의 김무성 견제장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 고문은 지난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선에 공천해 정치권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서청원 카드
김무성 막을까?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엔 친박연대를 창당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인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10월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면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당권경쟁에서 김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이미 공천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에서 당권 경쟁과 대권 기선잡기는 벌써 막이 오른 셈"이라며 "김 의원이 이런 당 안팎의 견제를 이겨내고 당권을 차지한 후 대권까지 직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