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모르는 '친박계 권력암투' 전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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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잡는 게 매? "김무성 잡으러 서청원 나서나"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친박계 일부에선 벌써부터 권력암투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있다. 그동안 낮은 행보를 이어오던 그는 최근 차기 당권 도전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내비치며 당내 세력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무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벌써 시작된 친박계 내부의 권력암투 실상을 살펴봤다.




지난 4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모임'을 출범시켰다.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량인 103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전직 의원까지 합치면 120명이 넘는 새누리당 내 최대 모임이다. 역사교실모임의 출범식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김무성 견제론
정면돌파 선택

김 의원 측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단순한 공부모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세 불리기라는 지적과 계파정치의 부활이라는 쓴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친박 진영에서는 김 의원의 역사교실모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다루는 국사교과서에 있어서만큼은 좌우이념과 정치적 진영 논리를 벗어나 객관적 자세로 균형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한 역사학계 전문가들의 왜곡 주장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김 의원의 처신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행보가 차기 당권과 앞으로의 대권을 염두에 두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박계의 권력암투설이 그것이다. 권력암투설의 중심에는 바로 김 의원이 있다.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그를 견제하려는 자와 그에게 줄을 서려는 자들 간의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다.

당권 도전 가능성 최초로 언급
당권 잡으면 대권 직행 분수령

권력암투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비공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비공개회의에서 한 김 의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국정원 사건의 배후로 야권의 표적이 되는 등 큰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한때 김 의원의 발언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비공개회의에서의 발언을 제보자가 작심하고 언론에 흘렸다는 점이다. 이는 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라고 볼 수 있다. 또 당 지도부가 사실상 친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친박 일부에서 김 의원을 공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때 제보자로 지목됐던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올 4월 부산 영도 보궐선거로 국회에 돌아온 김 의원은 5선의 중진의원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탈박계’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 논란 당시 박 대통령과 갈등 끝에 완전히 갈라섰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이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서운 세력화
비박까지 포함


새누리당 공천 탈락 후 탈당까지 고려했던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택하고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탈박계’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탈박계였던 김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 내 비박인사와 범박인사들을 대거 포섭하며 세력화에 나서자 이른바 원조 친박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친박계 내부에선 탈박계인 김 의원과 본의 아니게 악감정을 쌓게 된 인물들도 있다. 당연히 김 의원의 세력화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 공천 당시 당 사무총장을 역임해 김 의원의 공천탈락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받았던 인물이다. 서 의원은 현재 내년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지역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다가오는 부산시장 후보경선에서 서 의원을 낙마시키고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 풍문으로만 존재하던 이 이야기는 지난 9일 서 의원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밀약설'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 때 박민식 의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들었다"며 "박민식 의원 출판기념회(7월4일) 직후 김무성 의원이 박 의원에게 '시장에 출마하면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극구 부인했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인사가 사실상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인물이라 더욱 민감하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노골적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다가는 채동욱 다음에 날릴 사람은 김무성이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과거 이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을 당시 '기수 파괴론'을 내걸고 대권도전 의사를 드러냈다가 레임덕을 우려한 김영삼정권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이 한번 자신을 배신했던 김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래권력을 쫓아 이동함으로써 김 의원에게 여의도 권력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친박 내 김무성 견제 분위기는 결국 김 의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심기불편 청와대
김무성 견제 배후?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한 듯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는 별로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김무성 의원이 무척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각종 모임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행사에 마치 자신의 행사처럼 각종 모임에 정말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다음 정치행보를 위해 한참 뛰고 있구나'라고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행보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울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당권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당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앞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한국 정당정치를 바로 잡아보고 싶다"면서 "당 대표로서 당에 충성했거나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람이 커갈 수 있는, 의리를 배반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누가 봐도 대권플랜, 청와대 심기불편
스스로 자초한 친박 내 김무성 견제론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6월4일) 이전에 열리게 될 경우엔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김 의원이 차기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 대통령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이 최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힌만큼 당권을 잡은 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사건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처럼 전방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경기 화성갑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일종의 김무성 견제장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 고문은 지난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선에 공천해 정치권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서청원 카드
김무성 막을까?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엔 친박연대를 창당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인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10월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면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당권경쟁에서 김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이미 공천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에서 당권 경쟁과 대권 기선잡기는 벌써 막이 오른 셈"이라며 "김 의원이 이런 당 안팎의 견제를 이겨내고 당권을 차지한 후 대권까지 직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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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