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 살펴보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4 13: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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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런 법이?" 보면 깜짝 놀랄 법안 '수두룩'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입법, 즉 법을 만드는 일이다. 한 해에도 수천 건의 입법이 이뤄지는 국회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색법안'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현실성 없는 법안을 마구잡이로 낸 것이라며 비판하지만, 법안 제출자들은 작은 것에 신경쓰는 법안이야말로 진정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한다. 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하마터면 가수들이 립싱크를 하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수들의 립싱크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립싱크 금지법'을 발의했었다.

이 법은 상업적인 공연에서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나 '핸드싱크(미리 녹음된 노래나 연주를 실연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했었다.

일회성?

지난 3월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흙이 농업과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그 소중함이 퇴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흙의 날' 제정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법안을 통해 제시한 흙의 날은 매년 11월9일이었다.

지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발의한 추석ㆍ설 등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도 톡톡 튀는 이색법안이다.


지난 7월엔 운동선수의 술광고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 국가대표 출신의 초선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운동선수, 연예인과 만24세 미만은 주류광고에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주류광고가 타깃을 젊은 층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막 성년에 도달한 어린 모델들을 기용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주류소비 조장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주류 방송광고의 출연제한에 관한 최소한의 사항을 규정해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 대북문제와 관련, 고위공직자들의 병역문제가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말에는 당시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군 면제자 고위공직 임명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병역면제자를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은 국가 지도자들 중 병역의무 면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국민정서를 수렴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해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공직후보자가 거짓 증언을 했을 경우, 공직에 취임한 이후라도 자동적으로 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4월엔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이 이력서에서 부모님의 학력, 본인 신체사이즈 등의 항목을 제외시키는 '표준이력서제도'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청년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받는 이력서에 불필요한 항목이 너무 많다"며 "특히 부모님의 학력과 같은 취업준비생의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항목은 이력서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쌓기용? 민생법안? 엇갈리는 평가
평가절하 받던 이색법안 실제 통과되기도

역대 국회 중에서도 특히 각종 이색법안이 봇물을 이룬 것은 지난 17대 국회 때였다. 2004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주류업소 접대여성에게 술 마실 것을 강요하는 고용주나 손님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당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입양부모에 대해서도 산모와 마찬가지로 90일의 휴가를 주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삽살개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삽살개 보호 육성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역시 2004년에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을 비롯한 38명의 의원은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은 국회의원의 보조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몇몇 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채용한 구태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은 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텔레비전 수상기 생산자로 하여금 텔레비전방송시청차단장치(V-chip)를 장착해 판매·보급하도록 의무화해, 유해한 방송프로그램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도록 했다.

같은 시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신입사원 선발 시 사업주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내 대학 졸업생의 20%를 의무적으로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5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유아용 기저귀와 여성용 생리대의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령화 사회의 심화와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기저귀)하는 한편 모성 보호와 양성 형평성을 도모(생리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뇌물 또는 알선수재에 의해 받은 금품에 대해서도 과세토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생 살피기?

이색입법에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공직자들도 참여했다. 2006년에는 당시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이 담배 판매는 물론이고 제조 자체를 금지시키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청원엔 골초로 소문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85명이 찬성 서명을 했었다.

한편 과거에는 이색법안이라 평가절하 받던 법안들이 실제로 통과된 사례도 많다. 공휴일이 일요일 등과 겹치면 그 다음날 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체공휴일 법안'이나 아내 또는 전처가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가정폭력범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한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등도 과거에는 이색법안에 불과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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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