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 살펴보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4 13: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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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런 법이?" 보면 깜짝 놀랄 법안 '수두룩'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입법, 즉 법을 만드는 일이다. 한 해에도 수천 건의 입법이 이뤄지는 국회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색법안'들이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현실성 없는 법안을 마구잡이로 낸 것이라며 비판하지만, 법안 제출자들은 작은 것에 신경쓰는 법안이야말로 진정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한다. 톡톡 튀는 역대 이색법안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하마터면 가수들이 립싱크를 하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수들의 립싱크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립싱크 금지법'을 발의했었다.

이 법은 상업적인 공연에서 가수나 연주자가 립싱크나 '핸드싱크(미리 녹음된 노래나 연주를 실연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했었다.

일회성?

지난 3월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흙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흙이 농업과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그 소중함이 퇴색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흙의 날' 제정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법안을 통해 제시한 흙의 날은 매년 11월9일이었다.

지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발의한 추석ㆍ설 등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도 톡톡 튀는 이색법안이다.


지난 7월엔 운동선수의 술광고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 국가대표 출신의 초선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운동선수, 연예인과 만24세 미만은 주류광고에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최근 주류광고가 타깃을 젊은 층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막 성년에 도달한 어린 모델들을 기용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주류소비 조장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주류 방송광고의 출연제한에 관한 최소한의 사항을 규정해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 대북문제와 관련, 고위공직자들의 병역문제가 논란이 됐던 지난 2011년 말에는 당시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군 면제자 고위공직 임명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병역면제자를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은 국가 지도자들 중 병역의무 면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국민정서를 수렴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해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공직후보자가 거짓 증언을 했을 경우, 공직에 취임한 이후라도 자동적으로 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4월엔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이 이력서에서 부모님의 학력, 본인 신체사이즈 등의 항목을 제외시키는 '표준이력서제도'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청년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받는 이력서에 불필요한 항목이 너무 많다"며 "특히 부모님의 학력과 같은 취업준비생의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항목은 이력서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쌓기용? 민생법안? 엇갈리는 평가
평가절하 받던 이색법안 실제 통과되기도

역대 국회 중에서도 특히 각종 이색법안이 봇물을 이룬 것은 지난 17대 국회 때였다. 2004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주류업소 접대여성에게 술 마실 것을 강요하는 고용주나 손님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당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입양부모에 대해서도 산모와 마찬가지로 90일의 휴가를 주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삽살개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삽살개 보호 육성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역시 2004년에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을 비롯한 38명의 의원은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은 국회의원의 보조직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몇몇 의원들이 친·인척을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채용한 구태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당의 노웅래 의원은 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텔레비전 수상기 생산자로 하여금 텔레비전방송시청차단장치(V-chip)를 장착해 판매·보급하도록 의무화해, 유해한 방송프로그램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도록 했다.

같은 시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발의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신입사원 선발 시 사업주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내 대학 졸업생의 20%를 의무적으로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05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유아용 기저귀와 여성용 생리대의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측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령화 사회의 심화와 노동력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기저귀)하는 한편 모성 보호와 양성 형평성을 도모(생리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뇌물 또는 알선수재에 의해 받은 금품에 대해서도 과세토록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생 살피기?

이색입법에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공직자들도 참여했다. 2006년에는 당시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이 담배 판매는 물론이고 제조 자체를 금지시키는 '담배 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청원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청원엔 골초로 소문난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 85명이 찬성 서명을 했었다.

한편 과거에는 이색법안이라 평가절하 받던 법안들이 실제로 통과된 사례도 많다. 공휴일이 일요일 등과 겹치면 그 다음날 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체공휴일 법안'이나 아내 또는 전처가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가정폭력범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한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등도 과거에는 이색법안에 불과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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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