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정치인 별명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24 13: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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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안에 정치철학부터 삶의 궤적까지

[일요시사=정치팀] 정치인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을 가지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진다. 정치인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정치인에게 별명은 '계륵'과 같다. '나쁜 별명'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반면 정치인의 장점을 부각시켜 주는 '착한 별명'을 얻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그렇다고 아예 별명이 없는 정치인은 그만큼 존재감이 없다는 뜻이라 섭섭하다.

정치인에게 별명이란 그야말로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계륵인 셈이다. 하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정치인의 별명은 때론 어렵고 복잡한 정치에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의 별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쁜 별명

우선 정치인들의 별명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1948년 5월31일 개원한 제헌국회 시절 정치인들은 이름보다 '호'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제헌국회와 2대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신익희 의원은 호인 '해공(海公)'을 붙여 '해공선생'으로 불렸고,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비서로 2대 국회의원과 3대 국회의장을 지낸 자유당 이기붕 의원은 '만송(晩松)선생'으로 불렸다.

동료 의원들도 서로 호를 이름처럼 불렀고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관습이 일부 남은 탓이었다. '높은 분'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195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호가 아닌 진짜 별명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박영출 당시 국회 외무위원장(자유당)은 1956년 국제 시계 밀수사건에 연루되면서 밀수범인 '마카리오 장'의 이름을 따서 '마카리오 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5선 의원으로 6~7대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 의원(공화당)은 사고로 얼굴색이 군데군데 달라 '얼룩소'로 불렸다. 제헌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한 이학재 부의장(자유당)은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런던 포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전에는 정치인을 풍자해 별명을 붙인다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정치환경의 변화로 다른 정치인들은 두 번 다시 얻지 못하게 된 별명들도 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의 '핵주먹',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대표의 '공중부양', 민주통합당 문학진 전 의원의 '문해머' 등이다.

이들 별명은 과거 국회에서의 몸싸움 중 생긴 것들이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다수당의 '날치기' 수단으로 오용돼 국회 폭력사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몸싸움은 앞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치인의 별명은 때로 대중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척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며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로 등극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수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별명은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이 있다.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대통령은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자들이)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 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시대 따라 변하는 정치인 별명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계륵'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이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정작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추가로 얻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대통령 측은 대선기간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홍보했다. 박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여야 대표들의 별명도 눈길을 끈다. 여당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별명은 '어당팔'이다.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이란 뜻이다. '특유의 온화한 성품과 달리 당찬 면모를 가졌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별명은 '협상의 명수'다.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시절엔 여야 간 첨예하게 맞섰던 행정중심복합도시법 통과를 극적으로 성사시켰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6년 1월엔 '산상회담'을 통해 사학법 문제로 장외투쟁 중이던 한나라당의 원내 복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큰 역할을 하면서 '대통령 제조기'라는 별명도 있었다.

평생 변절자 이미지를 씻지 못해 고심인 정치인들도 있다.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무려 9차례 탈당과 입당을 반복해 '철새'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선거에서 이기자 철새는 '불사조'가 됐고, '피닉제'(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진화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까지도 깨끗이 씻지 못하고 있다.

착한 별명

네티즌들은 손 고문에게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고문이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른바 '저격수 시리즈'도 인기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안철수 저격수', 김성태 의원은 '박원순 저격수', 김진태 의원은 '종북 저격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저격수'로 불린다.

이밖에 정치적 행보와 외모가 비슷한 큰 정치적 인물을 내세운 '리틀 OOO'라는 별명도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별명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평화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 등은 각각 '리틀 노무현', '리틀 DJ'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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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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