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②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추석정국 진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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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최대 실정? 우열 가리기도 어렵다"

[일요시사=특별기획팀] 현재 민주당은 위기다.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공안정국이 조성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맴돌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차례 더 폭락했다. 새누리당과의 격차는 어느새 두 배 이상 벌어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이슈를 다시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여권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에 책임론까지 덧씌우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60년 전통의 민주당은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민주당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전병헌 원내대표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이 마치 1000일 같았다"며 하소연을 했다.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지금까지는 새누리당의 압승. 그만큼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 원내대표는 역전의 명수다. 전 원내대표는 당내 원내대표 경선 당시에도 1차투표에서는 2위에 그쳤지만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그는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하고 또 한 번 대역전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추석정국 현안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 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연휴가 지난 후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추진해 나갈 현안은 무엇입니까?
▲ 민주주의와 민생회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제1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첫째,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을 주도하겠습니다. 둘째, 민생살리기와 경제민주화에 집중하겠습니다. 박근혜정부의 반민생 부자본색 3종세트인 세법개정, 전력개편안, 전세대책 등을 반드시 바로 잡겠습니다. 셋째, 새누리당 정권의 4대강 비리, 원전 비리, 자원외교 비리, 이 3대 비리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국회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 국정원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61.9%나 나왔다고 하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을 광장으로 내몬 것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말 한마디 못하는 입장입니다. 장외투쟁에는 반대여론이 높지만,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에는 찬성여론이 높습니다. 이런 점을 잘 파악해 국민과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합니다. '장외투쟁'은 '국정원 개혁의 동력'이라고 국민들에게 잘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정기국회가 본격화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나 광장에서나 지금보다 제 역할을 더 잘 해내면 국민도 알아줄 것입니다.

-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놓고 국정원의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 그렇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과는 별개로 이를 빌미삼아 야당을 음해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3년 동안 내사해온 이 사건을 왜 하필 이 시기에 발표한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이 사건을 빌미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정원 개혁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국정원이 여론의 역풍을 맞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새누리당의 요즘 행태는 과유불급입니다. 자격심사가 불발되자 제명안을 제출해 기소도 안된 사건에 대해 국회전체를 섣부른 틀에 밀어 넣으려 하고, 새누리당 주요간부는 공개석상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31명의 의원은 모두 종북, 간첩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원 개혁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검찰에게 맡기고,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석기 사건, 국정원 물타기 의심스러워"
"박근혜 대통령, 독재 통치스타일 버려야"

- 민주당의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가 지난달 출범 100일을 넘겼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남겼습니까?
▲ 을지로위원회는 '을의 대변자'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35회 이상의 현장방문, 11회의 사례발표, 34회의 기자회견, 54건 이상의 법률상담, 9건의 교섭중재와 타결, 4건의 입법 성과를 거뒀습니다. 최근에는 교보문고와 교재 유통업체간의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을들이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을을 지키기 위한 입법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정기국회에서는 더 깊이 듣고 더 치열하게 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제권력의 횡포로 고통 받는 을(乙) 뿐 아니라 인간 존엄을 훼손당하는 많은 을을 살리는 정당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법 입법을 놓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민 기만용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은 중단돼야 합니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 대선공약을 넘어 국민적 합의이자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자마자 '속도조절론'이란 미명하에 줄곧 경제민주화 발목을 잡더니, 얼마 전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옥죄기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며 이명박정부가 이미 실패한 '대기업 프렌들리'를 답습하려는 우려스러운 발언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과의 만남 후 재계는 경제민주화 무력화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법개정안,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등 핵심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전부 하지 말자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 이례적으로 대법원에 탄원서까지 제출해가며 통상임금 결정에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권 5년 동안 자기자본의 10배가 넘는 450조 가량의 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의 염치없는 행태입니다. 제발 박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경제민주화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제대로 펼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 국정원 사태와 민주당의 민생행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부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신지?
▲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는 지금 꽉 막혀 있는 정국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당장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빚어진 경색정국을 풀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으나, 제1야당 대표가 노숙을 하든,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든 야당 무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야당과의 소통부재를 국민들은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매를 벌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바로 눈앞의 지지율에 도취돼 민생과 정치를 분리하고 정치를 실종시키는 것은 앞으로 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정치와 민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일관된 목표는 민주주의와 민생입니다. 선명한 민주당, 존재감 있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9월 국회에서도 성과를 축적하는 민주당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독자세력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가칭)안철수신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 안철수신당과는 선의의 경쟁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쟁해야 할 일이 있으면 서로가 당당히 경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대나 단일화를 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정치공학적인 것으로 느낄 것입니다. 안철수신당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차별화를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무조건 독자세력화를 향해 가다가는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며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박근혜정부가 가장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 박근혜정부 6개월은 '3무3유'의 6개월입니다. '3유(有)'는 국정원 권력농단, 인사실패, 정책혼선이며, '3무(無)'는 민생, 민주주의, 국정최고책임자입니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지도자가 아니라, '공약 뒤집기, 책임 떠넘기기, 말 바꾸기'를 일삼는 구경꾼 대통령입니다.
가장 잘한 일은 아직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아 박수치기에 이르지만 남북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성과입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쌓아놓았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이 하루 빨리 재개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가장 못한 일은 국정권 권력농단, 윤창중, 김기춘을 비롯한 인사실패, 민생파탄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여전히 정국을 꽉 가로 막고 있는 국정원 권력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통 상황인식입니다. 국정원 셀프개혁 지시, 야당대표와의 대화 거절, 국민적 요구인 대통령의 사과 거절 등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 전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합니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 중단돼야"
"안철수신당 모호, 차별화 논할 단계 아냐"

-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신지요?
▲ 국민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민주화, 무상보육, 노인복지(기초노령연금 등) 등 공약뒤집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더 최악의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더 늦기 전에 원칙을 지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당부합니다. 불통정치를 소통의 정치를 바꾸시길 바랍니다. 인사, 국정원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보면 과거 독재시대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입니다. 박 대통령의 화법은 '절벽'입니다. 여야 모두 정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정치는 없고 통치만 남는 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 마지막으로 추석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남기시고픈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 국민 여러분, 참 힘드시죠? 민족 최대명절인 한가위를 맞았지만 우리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또 가슴은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우리 온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절대 갑인 섬김의 정치, 경청의 정치를 실천할 것입니다. 이 땅에 정의와 진리를 지키려는 국민의 분노가 멈추지 않고 있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아파하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민생도 민주주의도 국민과 함께 민주당이 책임 질 것입니다. 국민의 삶속에서 민생의 현장에서 답을 찾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입법으로 반드시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행복하고 풍요로운 명절 보내십시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전병헌 원내대표 프로필>


▲ 1998 대통령 정무비서관
▲ 2002 국정홍보처 차장
▲ 2005 열린우리당 대변인
▲ 한국정학연구소 이사장
▲ 제5대 한국e스포츠협회 협회장
▲ 17~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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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