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배우가 소속돼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13일 ‘방가넷’ ‘파티타임’ ‘이지게임’ 등 13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4년간 8000억원 상당의 부당 매출을 올린 H연예기획사 대표 H씨 등 2명을 게임산업진흥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호스팅업체 대표 등 관계자 1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中해커 고용 경쟁사이트 디도스 공격까지
기획사 관계자 “연예인들은 엄밀한 피해자”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칭다오에 관리서버와 콜센터를 두고 국내 호스팅업체 서버를 이용해 2005년 9월부터 이달 7일까지 국내 최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또한 전국 2만3500여 개 성인게임방에 도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하루 평균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8월 연예기획사 설립
피의자들은 특히 유사 도박사이트가 범람해 회원유출이 일어나자 1500만원을 주고 중국에서 조선족 해커를 고용, 올 초부터 3차례에 걸쳐 경쟁업체인 ‘레몬트리’ 등 8개 도박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 본사 운영에서부터 오프라인 관리까지 총 6단계의 점조직 형태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국내 호스팅업체와 중국 호스팅업체 간 상호 서버를 임대해 IP(인터넷 주소) 식별을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경찰 단속을 피해왔다.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2주에 한 번꼴로 대포통장을 바꾸고 단속기관의 사이트 접속 차단에 대비해 수백 개의 도메인을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들끼리 서로 디도스 공격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번 수사 결과, 명확하게 경쟁업체 디도스 공격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서버를 외국에 개설해 경찰 단속망을 피해왔지만 서버 개설 업체가 국정원과 경찰 공조 수사망에 걸리면서 H씨도 붙잡혔다.
한때 가수를 꿈꿨던 H씨는 7년여 전 지인들과 불법 PC방을 열었다가 도박 게임에 눈을 떠 본격적인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도박사이트 운영을 총괄하며 10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H씨는 이 돈으로 지난해 8월 연예기획사를 설립했고 올 1월에는 톱스타급 1명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중견급 기획사 P프로덕션을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한 관계자는 “H씨는 연예기획사를 인수하고 나서도 낮에는 기획사 대표로 일하고 밤에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했으며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에서 호화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기획사 대표의 구속으로 소속 연예인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하지만 이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기획사 오너인 H씨가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경찰관계자는 “H씨의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들 사이에 돈거래 흔적은 포착했지만 연예인들이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정황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소속 연예인 가담 정황 없어
H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영화배우 A의 경우 올 1월 이 회사와 계약했다”며 “광고를 계약하면 개런티를 리턴 받는 방식으로 계약해 실질적으로 계약금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엄밀히 말하면 연예인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며 “H씨가 연예 기획사를 차려놓고 실질적인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운영 자금이 늘 빠듯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