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고공행진의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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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장외투쟁 중인데 '묻지마 지지율'?

[일요시사=정치팀]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 차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2번째로 높다. 야권이 국정원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까지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 6개월을 맞이했다. 5년의 임기 중 10분의 1이 지난 것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2일 전국 성인 남녀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 박 대통령은 59%의 지지율을 기록해 전주 대비 지지율이 5%p나 상승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취임 6개월차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2위에 해당한다.

역대 2위 지지율
야권은 어리둥절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만 하더라도 국정지지도가 40%대를 맴돌며 취임 1년차 1분기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 기록을 잇달아 갱신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취임 6개월 차에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대통령은 14대 김영삼 대통령(83%)이었고,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56%,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53%였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29%,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23%로 역대 대통령 중 취임 6개월차 지지율 꼴찌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청와대 개방과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를 단행해 큰 인기를 얻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고, IMF 구제금융 위기 때 강한 리더십으로 국민통합을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도 앞서는 기록이다.

이 같이 높은 지지율은 야권이 국정원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악의 정치상황 속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권의 장외투쟁 속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얻자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 보수결집 효과
비정상의 정상화, 진보진영도 지지

이들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심할 경우 지지율의 격차가 25% 가까이 벌어지기도 한 점과 같은 내용이라도 질의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얼마든지 상이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6개월은 원칙과 신뢰를 쌓는 토대를 만드는 기간이었다"며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기 지지율이 하락했던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상승했다. 국민들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착각해선 안 된다. 지지 이유가 분명치 않고 견고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신기루 같은 환상거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도 "지난 지지율은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나온 국민의 기대심리"라며 "초기 인사 문제나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등 공약 말 바꾸기, 전력대란 세금대란 등 각종 대란이 발생해도 국민 지지가 높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단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결산국회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지율 질주
장외투쟁도 못 막아


박 대통령의 취임 후 6개월간의 지지율 변화 추이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54.8%의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 당시 얻은 득표율 51.6%보다 높은 지지율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3월 마지막주 지지율은 45%대까지 떨어졌다. 4월에는 지지율이 다시 조금씩 올랐다. 특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이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5월은 다시 시련의 시간이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5월 첫째 주 지지율은 50%를 넘어섰고 둘째 주 지지율은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방미 중 성추행사건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p 가량이나 급락했다. 이외에도 중국 방문, 증세논란, 국정원 국정조사, NLL 대화록 논란 등 주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요동쳤다.

그렇다면 취임 6개월차를 맞이해 국정원 사태와 증세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꼽는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 중 28%는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사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처음부터 큰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와 함께 남북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개성공단 중단 위협 이후 시종일관 단호한 대처로 결국 개성공단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대북관계에 있어 '저자세 외교' 논란을 겪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협상타결 과정에서의 북한의 태도변화는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군통수권자다. 대선기간부터 과연 여성 군통수권자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시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미사일 발사 위협 등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도발 위협을 겪으면서도 이를 비교적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점이 높은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단호한 대북정책

특히 안보는 보수세력을 집결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평소 진보진영의 대북정책을 '북한에게 끌려다니기만 한다'며 비판해왔던 보수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의 단호한 대북기조를 환영했고, 이를 계기로 보수가 결집하면서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내치에서는 인사잡음과 대선공약 후퇴 논란, 국정원 사태 등으로 마이너스 점수를 받았지만 성공적인 방미, 방중 등 주로 외교적인 부분에서 이를 만회했다는 평가다.

두 번째 이유는 박 대통령의 ‘선긋기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NLL과 국정원 등 각종 정치적 이슈가 부각됐음에도 정치현안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민생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치전문가들은 "야권이 박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해도 대응하지 않고 민생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박 대통령의 대응은 일각에선 불통이라며 비판을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라며 "박근혜정부 출범 후 연일 이어진 정쟁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와 선 긋기, 불통 또는 민생
높은 지지율 이유로 일방통행은 안돼

다른 정치전문가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어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을 여러 차례 하는 바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박 대통령의 침묵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묵직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안정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이유는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이를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모토로 삼아왔다. 그 결과 이전 정부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개혁이 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이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진보진영의 마음까지도 움직였다는 평가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추징금 환수 작업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했으나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이중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과 그 일가는 이후에도 호화 생활을 영위하며 국민들을 우롱해왔다.

복합적 요인
차분히 돌아봐야

그러다 박근혜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검찰은 수사를 통해 경기도 오산 땅과 서울 한남동 땅 등 800억원대에 이르는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 재산을 압류하고,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근혜정부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 비리에 대한 수사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와 판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해졌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권 초반 기대 심리 탓이라는 분석과 지역과 보수진영을 기반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 때문이라는 분석, 야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분석 등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이처럼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임기 초반 힘 있게 국정을 펼쳐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높은 지지율에 도취해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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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