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일 최장 농성' 재능교육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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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들의 외침 “드디어 통했다”

[일요시사=사회팀] 재능교육 노사가 합의문에 도장을 찍었다. 재능교육 노동조합이 천막농성에 나선 지 2076일 만이다. 이로써 노조는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이라는 꼬리표를 마침내 떼게 됐다. 종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조합원들도 202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역대 최장기 농성을 이어온 재능교육 사태가 노사 합의로 종지부를 찍었다. 재능교육 노사는 지난 26일 장기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최종 합의문에 조인하며 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장기 투쟁’
노사합의 마침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재능지부)는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유일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했다”며 “6년이라는 긴 시간 온 역량을 쏟았고 많은 것을 버리며 투쟁한 결과이기에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현장에서 선생님들의 요구를 담아 2013년 단체협약을 갱신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합의문에는 ▲사망한 조합원 포함 해고자 12명(사망자 1명 포함) 전원 복직 ▲단체협약 원상 회복 ▲각종 고소고발 취하·처벌불원 탄원서 제출 ▲노조 생활안정지원금·노사협력기금 2억20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능교육 측도 “이제 회사는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인식을 떨쳐 버리고 협력과 상생에 기반한 선진 노사관계의 새장을 열 것”이라며 “노사간의 감정적 앙금을 털어내고 불신의 골을 메우는 신뢰 회복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능교육 노사 양측 교섭위원은 노조원의 종탑 농성 200일을 앞두고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막바지 집중교섭을 벌였고 밤샘협상 끝에 지난 23일 잠정합의했다. 이어 25일 오후 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 조합원 총회에서 회사 측과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고 노사는 합의서에 최종 조인했다.

이에 따라 서울 혜화동 성당 15m 높이 종탑 옥상에서 202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오수영 노조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은 농성을 마무리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유득규 조합원은 “종탑에 있는 조합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고 더 아프지 않을 때 내려올 수 있어 참 다행이다”며 “큰 틀에서는 단체협약 원상복구와 해고자 복직이 이뤄졌지만 제도 개선이 바라는 만큼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2076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 2007년 5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능교육 노사는 이날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했다. 그러나 장기근무 교사들의 회원관리 수수료(일종의 임금)가 10만∼100만원 이상 삭감됐다. 새로운 회원을 유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임금문제가 발단…
2000일 넘게 평행선

학습지 교사는 법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1인 사업자다. 이 때문에 1999년 학습지 교사 9명이 모여 설립한 노조는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근로 감독과 지휘는 엄연히 회사로부터 받고 있어, 회사는 재능지부를 법외노조로 인정하고 노조 집행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사건은 협약 체결 이후에 터졌다. 노노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학습지 회원들의 회비 중 최소 35∼55%까지를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받아왔지만, 임단협은 3개월간의 단기적 성과에 따라 평가를 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됐다.

노사가 체결한 단협이 임금을 악화시켰다며 노조 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2007년 9월 유명자씨를 지부장으로 한 새로운 노조가 생겼다. 신임 노조는 같은 해 11월, 경력과 쌓아온 성과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수수료 개정 단협을 새로 맺자고 회사에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재능의 수수료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33차례 교섭과 조합원 투표까지 통과된 단협을 번복할 수 없다고 버텼다. 또 유효기간을 들어 새롭게 교섭을 할 수 없고 신수수료제도로 계약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갈등 5년8개월 만에 잠정합의안 가결
해고자 전원 복직…고공 농성도 끝내

노조의 유일한 선택은 농성뿐이었다. 천막농성을 통해 사측의 해고협박 중지와 재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본사앞 집회·시위, 불매운동 등으로 사측과 맞섰다.

이에 반한 사측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농성을 중지시키려는 탄압은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로 지속됐다. 재능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 말부터 2010년 10월 서울시청 앞으로 농성장을 옮길 때까지 모두 14번 천막이 철거를 당했다. 같은 교사 출신의 관리자들이 앞장섰고 구청에서도 2∼3차례 철거를 강행했다.

당시 유 지부장은 “재능교육에는 정규직 노조와 노조로 인정받지 못한 교사노조가 있다”며 “정규직 노조원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용역 탄압에
가재까지 압류

천막농성을 접은 후에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의 탄압이 이어졌다. 이들의 농성장은 서울 성북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폭이 좁은 인도에 있었다. 인적도 드문 곳이었지만, 조합원이 1인 시위를 하면 용역들이 어김없이 나타나 피켓과 현수막을 철거했다. 사측은 결국 2008년 11월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유 지부장과 노조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 후 뒤따른 건 경제적 고통이었다. 노조 측의 강경시위가 이어지자 사측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같은 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노조원들에게 “회사 100m 반경 내 불법시위나 무단 천막설치를 금지하며 위반 시 위반행위 1회당 100만원을 회사 측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조합원 8인의 통장과 급여 5000여만원이 가압류됐다.

이후에도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사측은 2010년에도 법원에 압류와 경매를 요청해 조합원의 가재도구와 차량, 노조 사무실 비품 등이 경매 처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은 집에 있던 김치냉장고와 세탁기는 물론 장롱까지 압류돼 경매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노조 차원에서도 방송차와 노조사무실에 있던 컴퓨터와 책상, 의자까지 모두 압류 조치됐다.

당시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불법으로 농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직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그동안 임직원 42명이 64회에 걸쳐 적게는 2주, 많게는 10주가 넘는 상해를 당해 총 160주 이상의 입원치료 등을 받았다. 여기에 영업을 방해하고 불매운동을 벌여 2007년 말 65만명이던 회원이 올 8월에는 54만명으로까지 감소했다”며 법적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집행부 교체로
노노갈등 불거져

이후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의 협상은 평행선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 중 한명이 암 투병 끝에 사망했고, 노조 내부에서 집행부 교체를 둘러싼 다툼이 일어나 대화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사측은 지난해 8월 ▲해직자 11명 전원 복직 ▲복직 후 단협 체결 ▲민·형사상 소송 취하 ▲생활안정지원금·노사협력기금 명목으로 1억50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사망한 조합원을 복직 대상에 포함시키고 복직에 앞서 단협을 체결해야 한다면서 사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의 최종협상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곧바로 거부한 집행부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노노갈등은 지난해 말 이뤄진 집행부 교체를 계기로 표면 위로 불거졌다. 구 집행부는 임원 선거일정을 유보할 것을 요구했으나, 노조원 12명 중 9명이 포함된 신 집행부는 학습지노조 직무대행, 재능지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들 중 2명은 올해 2월부터 종탑 점거농성을 벌였다. 두 조합원은 당시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 시기에 투쟁하지 않으면, 향후 5년간 더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는 절박함이 들었다”며 “우리가 반드시 단체협약을 손에 쥐고 환하게 걸어 내려올 수 있도록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주고 함께 해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끝나 가는 노사갈등
끝나지 않은 노노갈등

이에 대해 구 집행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신 집행부는) 투쟁지도부로서 자질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종탑 농성마저 함께 싸워온 동지들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신 집행부는 기존 인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내부 의결을 거쳐 적법하게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어찌됐건 앞길이 깜깜했던 재능교육 노사협상은 지난 19일 시작된 노사 양측 교섭위원의 막바지 집중교섭으로 23일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이어 25일 오후 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 조합원 총회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됨으로써 최종합의에 이르렀다. 다음날엔 종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신 집행부 조합원 두 명이 땅으로 내려왔다. 5년8개월간 이어온 긴 싸움은 이렇게 끝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유 전 재능지부 지부장 등 구 집행부는 여전히 이번 잠정합의안에 반대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능교육 사태 일지]

◇2007년
▲12월21일 재능교육 노조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 천막농성 돌입
◇2008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방해금지가처분’ 결정
▲10월31일 단체협약 사측 일방해지
◇2010년
▲11월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환구단 앞 농성 천막 설치
◇2012년
▲1월 이지현 조합원 암 투병 중 사망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학습지교사 해고는 부당노동행위’일부승소
◇2013년
▲2월6일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 여민희 조합원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 혜화동 성당 종탑 고공농성 돌입
▲8월19∼23일 집중교섭 및 잠정합의안 도출
▲8월25일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총회 개최 및 잠정합의안 가결
▲8월26일 노조 농성 해제 및 노사 ‘협력과 상생을 위한 2013년 합의문’조인식

 

<기사 속 기사>

박성훈 회장은?
35년 교육출판 외길

재능교육 창업자인 박성훈 회장은 지난 35년간 교육 사업에만 심혈을 기울여온 외길 경영인이다.

재능교육의 전신은 1977년 세워진 무역회사 신영상역으로, 박 회장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 재능교육의 모태인 무역회사를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1979년 당시 인기를 끌던 일본 구몬수학(공문수학)을 보고 순수 국내 학습지를 개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로 학습지 사업을 시작했다. 신영상역 사무실 한쪽에 대학생 20여 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 학습 교재에 진단과 처방 과정을 결합한 학습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1년 회사 이름을 한국프로그램재능교육원으로 바꾸고 이 해에 <재능산수> A∼H등급을 출판했다. 1985년 <재능산수> I와 J등급을 내놓으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 개발을 마쳤다. 1986년 학습지 회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1987년 회사 이름을 재능교육으로 바꿨다. 1989년 회원수가 5만 명을 넘었고 이 해에 <재능한자>를 출시했다.

1993년 <재능영어>와 <재능국어>를 잇따라 선보였다. 1998년 CH23(DSN)을 인수해 재능스스로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 사업에 진출했다. 2001년에는 교육포털을 만들었고 이 해에 종합학습지인 <스스로i>를 출간했다. 2004년부터 영어 교육 전문 방송인 JEI English TV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06년 <재능원리수학>과 <재능중국어>를 잇따라 출시했다. 계열사로는 재능방송, JEI English TV, 재능인쇄, 재능아카데미, 재능유통, 재능문화, 재능해외교육원 등이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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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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