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김상수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담아내죠"

[일요시사=사회팀]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 그러나 사람을 주제로 한 그림. 김상수 작가는 디테일한 구성과 차분한 모노톤으로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담아냈다. 작법의 모던함과 화면의 귀여움(?)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유쾌한 현대적 우화다.




요즘 들어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기서 '
키운다'함은 단순히 먹이를 주는 행위만이 아닌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은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이 영위하는 삶은 개나 고양이의 일생을 좌우한다.

개…고양이…인간…

서양화가 김상수 작가는 최근 개나 고양이와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작가가 단순히 반려동물을 '그린다’'는 행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 속 동물의 이미지는 작품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림마다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 군상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동물을 그리다 보니까 동물전문잡지(애견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동물 이미지로 작업하는 작가가 얼마나 되냐고. 그랬더니 20∼30대 작가 몇 사람 정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림이란 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창작이라 하고요. 어쩌면 제 작업은 캐릭터적인(대상을 부각시키는) 작업보다는 알레고리적인(우화적인) 작업에 가깝습니다. 동물이라는 소재가 중복될 수 있지만 그리는 방법이 중복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김 작가의 그림은 말끔한 묘사와 심플한 배경을 특징으로 한다. 김 작가는 "내 그림의 표현 방법을 모던하게 가져가려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언뜻 보면 유럽의 인상파 같은 근대 회화보다는 미국의 리얼리즘과 팝아트의 경향이 적절히 배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 작가의 그림은 어떤 '이즘(ism)'으로 가둘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제 그림을 팝아트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어쩌면 현 시대의 모든 회화는 어떤 특징으로 구분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미술사를 봐도 표현주의와 같은 이즘은 시간이 지나면서 묶이는 거고. 저는 제 그림을 100년 정도 지나고 봤을 때 기존의 표현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창작을 하는 일이니까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죠."

동물 소재로 전시…사람 이야기 우화로 표현
말끔한 묘사와 심플한 배경 "모더니티 화법"

김 작가는 "이미지가 변했을 뿐이지 그동안 사람 사는 이야기만 그려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김 작가는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었다. 그의 작업 모티브는 우리의 사는 이야기. 하지만 조금은 구조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며 일상의 단면을 들춰왔다.

"작업 초기에는 심오하고 어두운 표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첫 아이가 태어나고, 그림이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그래도 주제가 변한 건 아닙니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람들. 그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요.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는 초현실적인 부분도 도입했고요."

김 작가는 "내가 회화를 통해 의도한 것들을 관객들이 반드시 간파하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보는 사람마다 한 가지 그림을 놓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대학로 예술만세 갤러리에서 또 한 차례의 개인전을 앞둔 그는 "관객들이 그냥 부담 없이 와서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에 전시될 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문법은 바로 모노톤의 화면 구성. 색의 배제를 통해 그림은 한껏 더 세련되진 느낌이다.

그는 1년여에 걸친 과도기 작업을 통해 컬러풀한 채색을 버리고 모노톤으로 회귀했다. 대학 시절, 흑과 백만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파스텔톤의 작업을 거쳐 다시 모노톤으로 돌아왔다. 작품 속 색의 변화는 그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친숙한 이미지 차용

"8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 오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 작품들은 창고에 있는데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예요. 그런데 점차 화사해지다가 나를 '꽃' 작가로만 보는 것 같아서 최근 들어 모노톤으로 회귀했죠.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10년에 한 번씩 색이 환원한다고 해요. 하지만 화면에서 필요 없는 것들은 걷어내게 되죠. 이게 발전인지 퇴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그림은 즐겁고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상수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회화전공
▲북경 국제예술박람회(2005) 등 개인전 17회
▲MBC미술대전 등 국내외 단체전 130여회
▲2011 SOAF(코엑스,서울) 등 아트페어 다수
▲제8회 안견미술대전 안견대상 등 수상
▲홍익대·울산대·위덕대 등 강사
▲대학로 예술만세 갤러리 개인전 예정(8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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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