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김한길 벼랑 끝 승부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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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 회군이냐 무작정 진군이냐 '진퇴양난 외통수'

[일요시사=정치팀] 이제 갓 당대표 취임 100일을 넘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야심차게 시작한 국정원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버렸고, 청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장외투쟁까지 불사했던 민주당은 이제 와서 국회로 회군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진군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벼랑 끝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임시 천막상황실에서 초라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아버지 고(故)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기일이기도 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폭염 때문에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날이 갈수록 힘이 난다"며 애써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척해진 얼굴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김한길의 위기
건강까지 악화

김 대표는 5월4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체중이 6kg 이상이나 빠졌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는 최악의 폭염 속에서 장외투쟁을 주도해오면서 과로,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건강에 적신호까지 켜졌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여러모로 현재 김 대표가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듯 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정국'이 불거진 이후 밤낮 없이 뛰어다녔다. 취임 후 100일 동안 총 1만3338㎞를 이동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렵게 성사시킨 국정원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몇 가지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엔 부족했다.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을 감안한다면 그 결과물은 초라하기만 하다.

국정조사가 끝난 후 민주당은 국정원과 경찰의 범죄 행위가 드러났다고 자평했지만 국정조사만을 벼르고 벼르던 민주당이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6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청문회였다.

침묵 중인 청와대, 퇴로 닫힌 민주당
장외투쟁 거둘 명분 없어 '진퇴양난'

민주당은 그동안 장외투쟁에서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안 나오는 국정조사는 무효"라며 두 사람의 청문회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장외투쟁의 구호로 사용할 만큼 원하던 인물들이 국정조사장에 출석했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은 이미 공개된 공소장 내용 위주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예리한 추궁을 통해 증인에게서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민주당 특위위원들은 질문순서가 돌아오면 두 사람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아 호통을 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청문회를 지켜본 후 "민주당이 두 사람의 증인출석을 왜 그토록 원했는지 모르겠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증인들이 이를 전면부인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냥 두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부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정조사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여야 특위위원들의 폭언과 막말 등으로 점철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국정조사가 이런 식으로 끝이 나면서 김 대표는 현재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국회로 회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국정조사 실패
극에 달한 실망감

일단 민주당은 현재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장외투쟁을 계속하면서도 국회 일정이 있을 때에는 국회로 돌아와 민생에 차질이 없도록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만큼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국회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예측을 일축했다.

지난 19일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조만간 장외투쟁을 접을 것이다', '장외투쟁 회군을 고심하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현재 원내외투쟁을 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떤 원내활동 및 국회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미 국회에 와 있고, 그러면서도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원외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장외투쟁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문제는 원내외 병행투쟁이 과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민주당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원내외 병행투쟁은 국회활동에 충실하며 장외투쟁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당의 원내외 병행투쟁은 한 마디로 일은 정상적으로 하면서 업무 외 시간에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착한 파업'이라면 과연 사업주들이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겠느냐?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국정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4가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 ▲국회가 중심이 된 국정원의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그것이다. 하나같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요구조건들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정원 정국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원내외 병행투쟁을 철회하고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만약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으로 나설 경우 결산국회는 물론 다음 달 정기국회까지 연계해서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면적인 장외투쟁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카드다. 자칫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4가지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인데 대통령의 사과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자칫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통성마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다. 민주당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선다면 대통령의 사과 없이는 복귀가 힘들다.

결국 양쪽 모두 끝없는 평행선만 그리다 탈출구가 없는 정쟁의 수렁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사과를 너무 끈질기게 요구하다보면 민주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크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무려 60%대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대통령 사과?
증거도 없는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별검사제를 통해 끝까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조는 문제 해결을 위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새누리당의 감싸기로 김ㆍ세(김무성, 권영세)에 대한 증인채택이 안된 만큼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 카드를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채 여론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정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마당에 특검제를 도입할 마땅한 명분이 없는데다 여권에서는 특검 요구를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고 특검 역시 결론 없이 정쟁만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특검에서 기소된 인사 중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특검이 실시될 때마다 특검무용론이 불거졌었다. 특검을 통해 무엇인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섣불리 발 빼려다간 오히려 '역풍'
당내 강경파 반발 이견도 너무 커

그렇다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회군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여론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회군에 대한 마땅한 명분이 없다. 국정원 사건의 핵심인 박 대통령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인이 회동을 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발방지선언 정도로 그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때는 그들과 함께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민주당이 재발방지선언에 만족하고 먼저 발을 뺐다간 지금까지 촛불세력을 이용만 하고 배신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또 현재 국정원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안 마련 등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조건 중 어느 것 하나 성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 간의 대결 구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민생 앞세워 회군?
정치적 외통수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유일한 명분인 '민생'을 앞세워 회군한다고 해도 회군에 따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란 전망이다. 또 회군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내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해야만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당이 깨질 것까지 각오해야 하는 결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국정원 정국과 관련해 김 대표가 외통수에 빠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회군이든 진군이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은 당대표가 모두 짊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김 대표가 국정원 정국에 떠밀려 중도사퇴를 하게 된다면 김 대표는 앞으로 상당기간 다시 당 전면으로 나서기는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반대로 김 대표가 국정원 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면 그의 당내 영향력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벼랑 끝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김 대표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리게 될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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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