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파문 뒤 도사린 '선심성 묻지마 예산'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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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선심 쓰다 곳간 바닥난 대한민국

[일요시사=정치팀] 정치권을 휘감고 있는 세제개편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8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편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는 발표 닷새 만에 개편안을 전격 수정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했다. 한편 박근혜정부를 증세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것은 이른바 '선심성 묻지마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대한민국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선심성 묻지마 예산의 실체를 파헤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증세 없이 매년 27조,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해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신 비효율적 정부 예산 감축(60%)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세수 확대(40%)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8일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의 중산층에 대해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취임 후 불과 6개월 만에 증세 논란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다.

유리지갑의 반란
당황한 청와대

청와대는 세제 개편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줄인 것이기 때문에 증세는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있지만 결국 세금을 더 내는 것은 확실한 만큼 실질적으로는 증세라는 비판이다. 특히 손쉬운 먹잇감인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만을 노린 것이라는 반발이 심했다.

당장 민주당은 '세금폭탄'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사건과 세제개편안을 연계시켜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했다.

당초 청와대와 정부는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민주당 등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나는 연소득 3450만~7000만원 근로자의 연간 세부담 증가액이 16만원, 월 1만3000원 정도라며 이 정도는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사건보다 일반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세제개편안 이슈는 적잖은 심리적 저항을 불러왔다. 세제개편안을 두고 '중산층 쥐어짜기'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박 대통령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4일 만인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세제개편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세수부족 악재까지, 대선공약 '빨간불'
무차별 복지 부메랑, 증세 딜레마 빠져

정부는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후 불과 27시간만인 지난 13일 소득세법 중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점을 연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린 세제개편안 수정안을 발표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한 해 주요 세제 정책이 단 하루 만에 뒤집힌 것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도 이쯤이면 병적이다.

당초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무려 7개월간이나 공을 들여 만들었던 것이었다. 정부가 지난 8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발표한 세수효과는 2조4900억원이다. 하지만 중산층 세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수정되면서 4400억원 가량의 세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박근혜정부가 증세 논란까지 일으켜가며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이른바 '묻지마 선심성 예산'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묻지마 선심성 예산의 중심에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무려 134조8000억원이다. 정부는 이 중 84조원은 세출절감으로, 51조원은 세입확충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입확충은 비과세ㆍ감면 정비 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 27조2000억원, 금융소득 과세강화 2조9000억원, 과징금 등 세외수입 2조7000억원 등이다.

대선공약?
민폐공약?


특히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들 중 '모든' 계층에 혜택을 주는 '무차별 복지'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공약은 당초 모든 노인에게 지급되는 것에서 현재 소득하위 70~80% 노인에게만 범위를 좁혀 지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이 경우에도 박 대통령의 집권기간인 2014~2017년까지 4년간 36조1000억원이 소요되고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2020년 14조900억원, 2040년 68조4000억원, 2060년 92조7000억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공약은 범위를 소득하위 70%까지 조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부유층 퇴직자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큰 선심성 공약이란 지적이다.

4대 중증 질환 진료비 전액에 대해 건강보험 지원을 해주는 공약도 높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수술 또는 치료 방법에 대해서까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가구에 하루 12시간 보육료를 지원하는 복지제도도 실제로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는 시간이 하루 평균 6~7시간에 불과한 현실과 맞지 않아 선심성 복지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공약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134조8000억원 가운데 복지공약에 해당하는 '국민행복' 부문의 소요재원은 무려 79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공약 예산 중 58.8%다.
이들 예산을 모두 선심성 예산이라 평가절하 할 수는 없지만 여권 내부에서 조차 대선기간 선거용으로 만들어진 예산인 만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선심성이라며 비판을 하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도 정작 선심성으로 의심받는 법안들을 남발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정부예산이 소요되는 법안은 1700여 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이 모두 시행될 경우 연평균 약 175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증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던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수 선심성 예산으로 의심받는 법안 발의에 나서 눈길을 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의 경우는 영·유아 보육료의 국고 보조율을 ▶서울은 20%→50%로 ▶지방은 50%→80%로 올리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1조4996억원의 국비가 소요된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법 개정안'은 지역마다 법원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인데 주민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청사를 신·증축해야 하는 만큼 연간 255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등의 비용을 현재는 해당 사업기관이 떠맡고 있지만 앞으론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케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 따를 경우 향후 5년간 최소 1조818억원에서 최대 2조1636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국가산업단지 기반시설을 유지·보수·개량하는 '산업입지 및 개발법 개정안', 도시철도 스크린도어를 국비로 지원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 등이 선심성 입법으로 지목받고 있다. 매년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있어 왔지만 19대 국회에서는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중앙정부에 지방재정을 떠넘기는 의원입법까지 남발됐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선심성
멍드는 국가재정


각 지자체들의 선심성 묻지마 예산도 심각한 문제다. 경기도 시흥시가 추진 중인 배곧신도시 조성 사업의 경우는 사업초 분양률이 저조할 것이니 대책을 마련하라는 정부의 심사 결과가 있었지만, 시흥시는 지방채 3000억원을 발행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결국 이 사업은 현재 토지분양률은 10%도 안 되고 시흥시는 한 해 평균 200억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전남 나주시의 미래일반산업단지 조성 부지는 2년 전 시작한 2600억원짜리 대형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타당성 조사와 지방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사업비 조달이 힘들어지자 나주시는 규정을 어기면서 민간업체를 내세워 2000억원을 마련하고 2년내 상환책임 협약을 맺었다. 나주시 한 해 예산의 절반이 넘는 돈을 끌어다 쓰면서 나주시는 대출수수료와 이자 등으로 200억원을 지출했고, 상환 만기일에는 또 돈을 대출받아 막기도 했다.

지자체의 묻지마 국제대회 유치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포츠 이벤트의 저주라고 부를 정도다. 전라남도는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유치하면서 지금까지 경주장 건설비 768억원과 대회운영비 100억원 등 모두 1001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선심성 예산에 피멍드는 국가재정건전성
19대 발의 법안 모두 통과되면 175조 필요

하지만 문제는 F1대회 자체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7번의 대회 중 3회가 끝났지만 누적적자는 1731억원에 이른다. 2016년까지 대회를 치르고 나면 적자는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예산이 매년 불어나 정부와 지자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광주시가 정부에 유치승인을 요청할 때 1982억원이던 예산은 기획재정부에 실제 예산을 신청할 때는 2811억원으로 늘었고, 최근에는 8171억원까지 불어났다.


8171억원 가운데 국가 지원금은 31.9%인 2609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예산이 늘어난 것은 주로 경기장으로 사용할 기존 시설의 개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유치승인 신청 때 소요 예산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유치과정에서 정부보증서 위조 파문이 불거진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638억원이던 예산계획이 유치 후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증세 딜레마
선심성 공약 재검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비과세 감면 정비'는 이미 대선기간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시행하는 선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 여론의 반발에 부딪쳤고 설상가상으로 세수 부족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2017년까지 세수가 1조8000억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대로라면 증세 없는 복지는커녕 증세 없는 국가운영조차 힘들 지경"이라며 "대선공약이라고 할지라도 무차별적인 선심성 공약은 재검토하고 선거 때만 되면 앞다퉈 시행되는 지역 선심성 사업 등도 면밀히 검토해야만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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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