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여행서 얻은 영감, 그림으로 받아가세요

[일요시사=사회팀] 세계는 넓다. 그러나 이미지는 같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렌즈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마침 만난 <영감, 교토> 전시는 기자가 갖고 있던 이미지의 갈증을 해소했다. 이국적 낭만을 한껏 느끼게 해준 회화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독특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4인의 젊은 작가가 있다. 이들은 한 공간에서 1년여를 함께 숨 쉬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붓을 들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작가는 아무 의도와 목적 없이 일본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녹였다.

작가 공동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 혼자 작업을 하다보면 굉장히 빨리 지쳐요. 미래를 생각할 때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도 있고요.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불안이 일정 부분 희석되는 것 같아요. 물론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의견 충돌이 있어요. 하지만 각자 맞지 않는 부분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하게 돼요. 작업할 때 생기는 추진력은 물론이고요. 사실 요즘은 가족보다 우리끼리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길거예요(웃음)."

이들 4인의 작가는 지금까지 모두 4번의 전시를 함께 기획하고 출품했다. 이들은 "미술사적으로도 화가는 개인이 아닌 서로 공동체를 이뤄 생활했다"면서 "플러스, 우리는 합숙을 할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감, 교토>라는 전시도 결국은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삶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여행을 간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다녀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각자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원래 각자 다른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충전 겸 여행을 갔다가 이번 전시까지 하게 됐죠. 그동안은 여행 다닐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항상 전시를 준비해야 했거든요. 저희가 올해 참여한 전시만 5∼8개 정도 되는데…. 작업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기한이 정해져 있어야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마치 기자들에게 마감시간이 있는 것처럼요(웃음)."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작가는 <영감, 교토>라는 주제로 각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언뜻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이들의 작업 방향이 서로 겹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똑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이미지를 뽑아낸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작가는 그야말로 4인4색을 뽐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국적 낭만 담은 회화전 <영감, 교토>
일본 여행 주제로…우끼요에 기법 눈길

이중 가장 먼저 소개할 그림은 황의룡 작가의 <오사카의 밤>이다. 드라마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일행이 묵게 된 숙소 주변 환락가의 풍경을 담았다. 황 작가는 "목탄의 거친 느낌을 살려 인간관계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냈다"고 풀이했다.

그 다음은 나지석 작가의 <새와 일본>. 500호가 넘는 압도적인 사이즈(330·274cm)와 독특한 구도가 주는 형식이 긴장미를 배가시킨 작품이다. 나 작가는 "여행을 통해 느낀 일본에 대한 인식을 그림 안에 표현했다"며 "일본의 우끼요에(목판화) 기법을 삽입했다"고 소개했다.

신지원 작가의 <세이료지>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오묘한 모멘트를 선사한다. 이국적이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그의 그림은 일본의 '신사'를 배경으로 했다. 신 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기보다는 상징과 색채의 조합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채정원 작가의 <저녘녘>은 감각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 채 작가는 "여행 도중 습한 날씨가 많아 물기를 머금은 풍경이 인상적이었다"며 "잡히지 않는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원래 이번 전시 제목이 '이따금 목적 없이, 교토'였다”며 "이 전시 제목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담겨있고, 어떤 목적을 두지 않았을 때 비로소 우리의 감각이 개방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4인4색 개성

젊은 작가지만 벌써 수차례의 전시 경험이 있는 이들. 그러나 이 4인방은 '전시장이 재미가 없다'는 편견(?)에 수긍했다. 같은 문화 콘텐츠인 영화나 콘서트보다 스펙터클 면에서 떨어진다는 것.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갖는 데는 전시장만한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전시 제목이 <영감, 교토>인 것도 같은 이유다.

"때론 그림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해요. 꼭 대단한 그림이 아니어도 말이죠. 우리는 전시 기간 동안 관객이 부담 없이 와서 우리의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아갔으면 좋겠어요. 비록 날은 덥지만 고요한 전시관에서 느끼는 차분함도 좋겠고요. 잠시나마 생각의 여유를 갖는 게 우리의 풍만한 영혼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4명의 작가는?

[나지석]
▲상명대 한국화 전공, 서양화 부전공
▲레퍼런스와 드로잉>(2012) space zero gallery 기획전 외

[신지원]
▲상명대 조형예술학과 서양화전공
▲<황폐화>(2012) spece zero gallery 기획전 외

[채정원]
▲국민대 예술대학 회회전공
▲<여덞 개, 그림자의 남쪽>(2012) 남포미술관 기획전 외

[황의룡]
▲경희대 미술학부 회화과
▲<시대유감>(2013) 갤러리 소머리국밥 기획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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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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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