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지창과 김민종이 14년 만에 더 블루를 재결성해 싱글을 발표했다.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수영의 피처링이 돋보이는 ‘너만을 느끼며’는 차트 상위권에 랭크돼 있고 이들은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 중이다. R.ef, 쿨, 노이즈, 룰라도 귀환을 앞두고 있다. 90년대 가요계 스타의 복귀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아이돌 그룹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요계에 복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블루·R.ef·쿨·노이즈·룰라 등 속속 복귀
가요 관계자들 “가요계에 활력 불어넣고 있다”
4인조 인기그룹 노이즈는 해체 11년 만에 3인조로 부활, 디지털 앨범 <사랑만사>를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여름사냥에 나섰다.
원년멤버 한상일, 홍종호를 필두로 1995년 듀스의 김성재와 함께 광고모델과 박미경의 백댄서 등 다양한 경험으로 실력을 다져온 권재범을 새로 영입해 팬들 앞에 섰다. ‘사랑만사’는 한상일이 직접 프로듀싱했으며 작곡가 레몬트리와 김욱이 호흡을 맞췄다.
앨범에는 예전 노이즈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멜로디 위주의 ‘사랑만사’와 북유럽 풍의 정통 일렉트로닉 하우스댄스 곡 ‘흔들어’ 그리고 노이즈의 데뷔곡이자 히트곡 ‘너에게 원한 건’이 리메이크돼 새롭게 재탄생했다.
더 블루 ‘너만을 느끼며’ 인기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는 한상일이 직접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으며 여자 출연진은 수많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연기자들로 총동원됐다. 또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슈퍼모델 출신 권선혜는 ‘사랑만사’에서 피처링을 맡아 홍일점으로 분위기를 띄웠으며 노이즈와 함께 방송무대를 통해서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100일째 만남’ ‘날개 잃은 천사’ 등 숱한 히트곡을 낸 혼성그룹 룰라도 10년 만에 재결성해 오는 8월 초 9집을 발표한다. 리더 이상민의 주도로 김지현, 채리나, 고영욱 등 2집부터 활동한 멤버들이 다시 뭉친다.
‘15주년 기념앨범’인 새 음반에는 이현도, 현진영, 리쌍, 에픽하이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해 룰라 특유의 다이내믹한 댄스 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었다. 룰라는 전국투어를 기획하는 등 이벤트성 활동이 아닌 완벽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재결성해 10.5집 <쿨 리턴스>를 발표했던 쿨도 오는 8월 11집을 발표하고 여름 가요계 최강자의 명성 찾기에 도전한다.
국내에 R&B, 힙합을 대중화시킨 3인조 그룹 솔리드도 올 연말 12년 만에 복귀가 예상된다. 국내에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김조한 외에 해외에서 음악과 사업 등으로 흩어졌던 정재윤, 이준이 최근 국내로 돌아오면서 곡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각자 국내외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녹슬지 않은 감성과 실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90년대 가요스타들이 긴 공백기를 뒤로하고 컴백을 선언한 이유는 음악적 열정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이들은 과거 활동할 당시 100만 장은 우습게 넘기며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음악 환경은 좋아졌지만 시장은 과거만 못하다. 최고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도 10만 장을 넘기기 힘든 불황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과감히 컴백을 선택한 이유 다름 아닌 음악에 대한 ‘욕구’였다.
컴백을 준비 중인 그룹의 한 멤버는 “음반 관련 일도 해보고, 여러 가지 사업도 해봤지만 넘치는 끼는 주체할 수 없었다. 더불어 추억 속 가수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음악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노이즈의 한상일은 “1998년 해체를 선언하고 가요계를 떠났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며 “노이즈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룰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용기를 냈다. 리더 이상민은 “해체 후 각자 가수와 프로듀서, 연기자로 활동했지만 룰라 재결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 했다”며 “다행히 멤버들과 뜻이 통해 2년 전부터 준비해 이번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억 속에 남기보다 새로운 음악적 성취를 얻고자 하는 열망도 또 하나의 컴백 이유로 보인다. 이들은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팬들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전략은 향수 자극을 기반으로 한 공략이다.
룰라의 이상민은 “10대 음악팬을 공략하기보다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30대 팬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생각이다”라며 “우리를 추억하는 30대 팬들에게 반가움과 동시에 휴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 역시 방송보다는 공연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90년대 가요 스타들의 복귀 성공 요인으로는 어느 가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적 퀄리티가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보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즉 ‘향수 마케팅’을 내세웠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90년대 가수들의 귀환은 10대 위주의 가요계에서 활동층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반기면서도 “그러나 히트곡 재활용 수준에 멈춘 수록곡을 살펴보면 음악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연예계 한편에서는 90년대 가요 스타들의 잇따른 컴백이 시류에 편승한 ‘반짝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살짝 음반 한 장 내놓고 행사를 뛰기 위한 컴백이라는 것.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대중문화에서 ‘복고’는 확실히 중요 키워드다. 불투명한 현재나 미래보단 좋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라며 “복고문화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안겨주고 신세대에게는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음악적 퀄리티’ 있어야 성공
그는 이어 “후크송에 물린 팬들이 다른 종류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데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90년대 가수들이다”라고 전했다.
10대 일변도의 음악 시장에서 중장년층 이상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왕년의 스타들의 컴백 소식은 반가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뛸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좁아 가요계의 한 축으로 제몫을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