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아리랑 전문작가 두시영

"민족의 혼과 얼 작품에 녹이죠"

[일요시사=사회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명사 '아리랑'. 그러나 옛것으로 치부돼 어느 틈엔가 우리 삶에서 멀어진 이름 '아리랑'. 두시영 화백은 오직 아리랑을 소재로만 그림을 그려 온 '아리랑 전문 작가'다. <일요시사>는 오는 광복절을 맞아 서울 인근 작업실에서 두 화백을 만났다. 그에게 아리랑은 자신의 삶이자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다.



두시영 화백은 자신의 반평생을 '아리랑'과 살았다.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은 아리랑을 만난 것"이라고 말한 그는 세계인에게 아리랑의 미학을 알리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

"아리랑에는 민족의 정서와 애환이 담겨 있어요. 굴곡진 우리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게 아리랑입니다. 어떤 면에선 한국인이 살아온 삶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재밌는 게 전국에 있는 아리랑이 모두 얼마인지 아십니까? 대략 4800수 정도인데 들춰낼수록 새로워요. 알고 들어야 더 재밌고요."

아리랑이 전 세계로 알려진 시기는 한국전쟁 전후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각 나라의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들은 아리랑을 자국에 전파했다. 우리 역사의 비극, 한복판에 아리랑이 있던 셈이다.

"아리랑을 공부하면서 '우리 아리랑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 생각해보니 이 나라의 산천 곳곳에 아리랑이 없는 곳이 없어요.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아리랑에 담겨 있고, 걸어온 역사 속에 아리랑이 있는 거죠. 식민지의 아픔, 전쟁의 상처로 고통 받던 민족이 부른 노래, 글, 춤, 모든 것의 바탕이 아리랑이란 얘기입니다."


그는 1987년 한 자선 전시회에 작품을 내걸면서 아리랑과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두 화백은 작품 희망 판매가에 '소장가의 마음'이라는 글귀를 써 붙였다. 그러자 한 컬렉터는 작품을 구입하며 그에게 책을 선물로 보냈는데 그때 받은 책이 김연갑 선생의 <아리랑>이다.

"충격이었어요. 저도 한국적인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정말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려면 결국 '아리랑을 피해갈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두 화백은 아리랑을 그리기로 마음먹으면서 오동색을 자신의 작품 안에 녹였다. 오동색이 갖고 있는 희망, 사랑, 행복 등의 의미를 아리랑에 입힘으로써 본질에 더 충실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슬픔과 애환만이 아리랑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민족의 '한'을 '신명'으로 풀어내는 원동력이 아리랑이거든요. 그래서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하면서 자연스레 고유의 정신을 알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리랑의 어머니는 '아라리'라고 하는데 아라리의 어원을 놓고, 굉장히 많은 학설이 있어요. 저는 '전부 맞다'고 봅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아(라)'가 '나'라는 뜻이고요. '리'는 깨닫는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아(라)리는 '나를 깨닫는다'는 의미고. 여기에 기쁨을 뜻하는 '랑'이 더해져 ‘나를 깨달아서 기쁨을 얻는다’는 해석으로 이어져요. 이게 바로 '신명의 미학'입니다."

'26년째 외길' 아리랑 소재로 작업
오동색 입혀 '신명의 미학' 표현

두 화백은 '신명의 미학'을 부연하기 위해 브라질 '리우 카니발'이나 스페인 '토마토 축제' 등을 언급했다. 현재는 모두 세계적인 축제가 됐지만 당시에는 억압된 현실을 잊고자 행한 일종의 '씻김굿'이었다는 해석이다.

"제가 전국의 아리랑 축제를 다 다녀봤는데요. 우리 아리랑 축제도 세계 유수 축제처럼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정부가 아예 '한글날'처럼 '아리랑의 날'을 제정하자.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요. 또 아리랑 축제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산하의 '아리랑청'을 도입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요. 지난해 아리랑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 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됐잖아요. 그런데 관리를 소홀히 하다보면 힘들게 등재해 놓고, 중국 등에 우리 것을 뺏길 수가 있어요. 아리랑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 돼야합니다."


고유의 정신 알려

두 화백은 "멕시코와 우리나라가 비슷한 역사 경로를 거쳐왔다"면서 세계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민중화가는 많지만 디에고가 남긴 벽화처럼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역사화가 없다는 게 그가 느낀 아쉬움이다.

"디에고가 우리식으로 말하면 큐비즘을 거쳐 '아리랑'을 그린 겁니다. 민족의 역사를 후손에게 남긴 거죠. 우리도 민족화를 많이 그렸으면 좋겠어요. 그림 앞에서 공연을 해도 좋고, 창작 연극을 해도 좋고요. 전 아리랑을 다양한 방식의 예술로 승화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겠죠? 참 디에고는 멕시코 화폐에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아리랑의 대표적인 '형상'을 화폐에 새기는 건 어떨까요? 아리랑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두시영 작가는?]

▲건국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2004) 외 개인전 14회
▲남북작가 통일 미술대축전(세종문화회관·2001) 외 그룹전 다수
▲대한민국미술대전(2009)·경기미술대전(2009) 심사위원
▲서울 민족미술인협회·한국미술협회 관악지부장
▲아리랑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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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