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고향 발전사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1: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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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면 "당연한 것!" 낙후되면 "웬 역차별?"

[일요시사=정치팀] 국내 경기가 아무리 냉랭해도 대통령의 고향은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특혜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고향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구태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향은 그동안 어떤 특혜를 받아왔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역대 대통령의 고향 발전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는 줄곧 해외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왔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국내엔 없었고 지연을 이유로 특혜를 입은 지역도 딱히 없었다.

대통령의 힘
대도시로 탈바꿈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향은 충청남도 아산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역시 채 2년이 되지 않은 임기로 고향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대통령의 고향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입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였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구미다.

구미는 역대 대통령 고향 중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구미는 인구 2만의 작은 농업도시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구미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현재는 연간 35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국가산업의 전진기지로 발돋움 했다.

정부가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은 구미가 풍부한 용수와 노동력, 편리한 교통 등 내륙이지만 수출 공업단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묻지마 투자'로 야당 반발 직면하기도
취임만 해도 기대심리로 부동산 호황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인지 단지 입지조건이 맞았기 때문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어찌됐든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인구 2만의 구미시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인구 50만의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최 전 대통령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시. 하지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1년도 채 지키지 못했다. 최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대통령직을 역임했다는 불명예스런 기록의 소유자다. 당연히 고향이 혜택을 받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자신의 모교인 원주초등학교의 도서관 신축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하고 편지도 직접 써 보냈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관계 인사들과 만날 때면 낙후된 강원도와 원주 발전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후문이다.

수십년 묵은 사업도
한마디에 OK

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를 차지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 사랑은 무척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합천은 인근에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가장 큰 변화는 전 전 대통령이 합천에 합천댐을 건설한 것이다. 합천댐은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84년 4월 본격 착공해 1988년 12월 준공했다. 합천은 다목적댐인 합천댐의 건설로 홍수조절과 수력발전은 물론이고 훗날 관광지로 변모하며 크게 발전했다. 합천댐 건설과 도로정비는 전 전 대통령의 막후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합천댐은 일제시대부터 계획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했던 것을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실행에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 역시 합천댐의 건설이 합천군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은 대구시 동구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역대 대통령 고향 가운데 가장 변화가 없는 곳으로 손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고향인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에 순환도로를 내 시민들의 팔공산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발전 현황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거제시는 한때 'IMF도 피해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거가대교는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고 있다.

거제시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과거 어촌마을이었던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초대형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크게 발전했고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울산, 구미, 포항, 창원 등과 함께 전국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평가는 야박하다. 조선소가 없었으면 거제도는 죽은 도시라는 것이다.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은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출신 인사였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소외감을 느꼈던 호남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하의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50리나 떨어진 섬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은 실질적 정치적 고향인 목포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목포대교, 북항과 신항, 쌍둥이 빌딩 등 목포 미래 발전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특히 목포-광양 고속도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예비타당성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예산이 본격 투입돼 건설됐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가 고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김해시는 전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도로가 확장됐으며 주변에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예산을 몰아줬다고는 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은 특이하게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한 후 더욱 발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첫 대통령이었다. 논과 밭이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서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묘역까지 이곳에 마련되면서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후 봉하마을에는 165억원이 투자돼 종합복지관, 정자, 생태연못, 생태체험장 등을 갖춘 '웰빙 생태마을'로 변신했다.

관광객 행렬
또 다른 부수입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애정을 쏟았던 친환경 생태농업이다. 노 전 대통령 덕에 홍보효과는 높았고 친환경 무농약쌀인 봉하쌀은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경남도가 발표한 지역별 인구증감 추세에 따르면 김해시는 도내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김해시는 지난 2010년 10월4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15번째로 인구 50만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태생이다. 하지만 실질적 고향은 경북 포항.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자신의 고향이자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해줘 논란을 겪었다.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었다. 당시 야당이 지목한 형님예산 사업은 포항~삼척철도건설(1100억원)과 울산~포항복선전철(2200억원), 포항영일만신항인입철도(100억원), 포항영일만항(126억원) 등이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TK)사랑은 유별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명실상부 TK정치인이었지만 TK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유독 약했다. 때문에 더욱 TK지역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데 만족은 못해
고향 특혜냐 배신이냐 대통령의 딜레마

이상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약점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통령을 고향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동생이기는 하지만 불쌍하고 가련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TK지역에서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사실상 완패 했다. 이때부터 TK를 향한 이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애는 시작됐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력한 후보는 일찍부터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준비해온 강원 원주시였다. 원주시를 제치고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됐을 때 특혜 논란이 많았는데, 이 홍보수석비서관이 특혜 논란을 확인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은 대구 달성군이다.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나홀로 호황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대구의 부동산 매매가격 상승률은 3.6%로 전국 평균(-0.2%)을 크게 웃돌았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6월 기준 대구 매매가는 1년 전에 비해 8.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22% 떨어졌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가 5.42%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경북 지역의 상반기 부동산 상승률도 3.17%였다. 이제 겨우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고향 지원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기대심리가 대구지역의 부동산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만 해도
부동산 호황

특히 박근혜정부에서의 지방공약 중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공약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지역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적 차별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특혜 논란이 일었고, 반대로 고향발전이 더딜 경우엔 지역여론이 배신감으로 들끓기도 했다. 고향만 챙길 수도, 고향을 안 챙길 수도 없는 대통령의 딜레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고향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특혜를 줘도 대통령을 배출한 고향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웠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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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