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이파크몰 ‘말로만 상생’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3: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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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입점업체 주머니 ‘탈탈’

[일요시사=경제1팀] ‘갑질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는 트러블메이커가 또 등장했다.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인 현대아이파크몰이 주인공. ‘갑’의 칼자루를 쥐고 입점업체 쥐어짜기가 심각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서울 용산 소재 현대아이파크몰이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아이파크몰은 대형 쇼핑몰로, 백화점 형태로 운영되는 리빙관을 비롯한 여러 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재계 49위인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의 계열사다.

울며 겨자먹기로…

업계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입점 업체들에게 전용부분 인테리어 비용 외에도 자신들의 소유 공간인 바닥, 조명, 벽체 등의 기초시설(공용부문) 인테리어 비용까지 떠넘기며 이른바 ‘갑질’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입점 업체 가운데 한곳인 ㈜태명인터내셔널(태명)과, 이 업체의 법무를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부당한 비용을 떠넘긴 ‘횡포’”라며 현대아이파크몰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가구업체인 태명은 지난해 6월 현대아이파크몰과 특약매입 표준거래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태명으로부터 가구를 외상매입하고 가구판매 후 판매수수료 25%의 판매수익을 공제한 가구판매대금을 업체에게 지급하는 약정이었다.


공용부문에 관한 비용은 현대아이파크몰과 납품업자 등이 협의해 분담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사실상 공용부분 공사비용을 납품업체에게 전가시킬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아이파크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후 공용부분의 공사비 100%를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인테리어 공사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공개된 확인서에는 태명이 리빙관에 입점하기에 앞서 시공한 인테리어 공사에서 자신의 전용공간 공사 외에 공용부문의 공사비용도 함께 부담한 것으로 나온다. 공용부문 공사에는 철거, 천장, 전기 등과 매장 사이를 구분하는 가림막(벽체) 공사 등이 포함됐다. 태명이 차지한 면적은 84.8㎡(약 26평)인데 전용공간 인테리어비로 1568만원, 공용 공간 인테리어비로 1081만원을 지출했다.

태명 측은 “당시 아이파크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백화점에 공급할 상품의 조달, 매장 인테리어 비용, 직원 채용 등으로 이미 수천만원의 지출을 한 상태였다”며 “백화점 측이 요구한 1081만원을 부담하지 않고서는 입점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확인서에 서명 날인해야 했다”고 성토했다.

바닥·조명·벽체 등 공용 인테리어비 전가
매장 면적에 따라 부과…3천만원 내기도

이어 “특히 공용부문의 인테리어 공사는 리빙관 7층 전체에 설치되어 있던 유리벽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비용으로, 이 공사는 현대아이파크몰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 입점업체 매장을 위해 이루어진 부분이 아니”라며 “이 비용은 리빙관 전체 입점업체에게 면적에 따라 부과되었는데, 넓은 매장의 경우 3000만원까지 부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자신들의 소유 공간인 공용부문의 인테리어 비용을 100% 떠넘긴 것으로, 명백하게 불법·부당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태명을 대리해 공정위에 신고한 민변의 김철호 변호사는 “공용부문 인테리어로 증대된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모두 현대아이파크몰에 귀속되는데도, 이를 입점 업체가 부담하도록 강요하고 자신들이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며 “이는 대규모 유통업법 제 1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이익 제공 요구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아이파크몰 측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태명이 상주 직원도 두지 않는 등 부실한 영업으로 계약이 종료될 위기에 처하자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1년간 태명의 매출이 150만원에 불과해 우리가 받은 판매수수료는 고작 30만원 뿐이다. 오히려 우리가 ‘을의 횡포’에 시달리다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용 인테리어 비용 부문은 이미 입점 전에 업체들과 합의가 끝난 사항으로, 이를 태명 측에서도 승낙해 확인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비용을 떠넘긴 것이 아니라 매장과 매장 경계부분 등에 대한 해당 층 전체 공사를 일괄 진행하도록 알선해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백화점 인테리어 비용 등에 대한 ‘개정 표준거래계약서’를 정해 발표한 바 있다. 권고 사항인 표준계약서를 보면, 매장 바닥, 조명, 벽체 등 기초시설(대형유통업체 고유 사양) 공사비용은 원칙적으로 대형유통업체가 부담하고 다만, 입점업체가 기초시설(대형유통업체 사양)을 자신의 사양에 따라 변경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 부분에 대해 사전 서면 약정을 체결하여 비용을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의 사유(MD개편, 매장리뉴얼 등)로 매장 인테리어를 변경 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형유통업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고 다만, 좋은 위치로의 이동, 입점업체 내부 매뉴얼에 따른 인테리어 변경 등 입점업체에도 이익이 된다면 비용 분담할 수 있으나 소요비용의 50%를 넘을 수 없게 했다.

오히려 을의 횡포?

대형 백화점 한 관계자는 “공용 공간 인테리어의 경우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 측이 부담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며 “공급주체가 부담해야 할 인테리어 비용을 합당한 사유 없이 입점업체가 부담했다면, 임대차 계약해지나 종료 시 업체에게 반환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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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