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

“파격 쇄신 지켜봐주세요”

[일요시사=사회팀] 진보정의당이 ‘정의당’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난 시기 진보정치의 성과와 소중한 가치는 계승하고 낡은 과거와 단절키로 한 정의당은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목표로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열정 가득한 청년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가 있기에 더욱 더 기대된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28살 청년이 정의당 부대표로 당선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의아해했지만 어쩌면 그의 당선은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진보지향 운동을 해온 그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문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보통 청년들 대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보통 정치 입문이라고 하면 공직선거 출마나 당원이 됐을 때의 시점을 말하는데, 그렇게 따진다고 하면 짧은 편이다. 사실관계를 따진다면 첫 당원이 된 건 통합진보당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진보 지향활동을 했다. 내가 속한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3때 두발자유 운동을 했다. 청소년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고민에 청소년의회 청소년 대표 활동을 한 것이다. 사실 이 때부터가 정치활동의 시작이었다고 본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청소년 당원으로 입당제안을 했지만 당시에는 정당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 그리고 성공회대 입학하면서 민주노동당 당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2010년, 민주노동당 부산 당 대회 때는 당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부산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동년에 진보신당 부위원 선거가 있었는데 당원이 아니었는데도 당원보다 더 열심히 홍보국장으로 일을 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사무국장을 맡았었다.


-정의당 부대표 당선까지 우여곡절은?

▲내가 부대표에 당선된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례적이라고 한다. 당선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청년부대표의 연령 문제였다. 당 대회 때 39세안이 통과됐다. 실제로 39세 안을 찬성 발의 했었던 현직 시의원이 유력후보였다. 근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번 부대표 선거가 약간 할당제 성격을 띄었다. 총 5명이 출마해서 중간에 1명이 사퇴해 총 4명이 경선을 했다. 그 4명 중에서 청년이 없으면 그 후순위인 내가 올라가는 형태로 당선이 된 것이다. 할당 성격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다. 차라리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치르는 선거가 더 남는 게 많지 않았을까.

-부대표 당선 후 무엇이 달라졌나?

▲결정하고 책임져야할 단위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청년학생당원들을 많이 만났다. 회의를 하더라도 논의의 주제가 한정적이었다. 지금은 덩어리 자체가 다르다. 또한 예방을 하게 되면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어떤 일정을 보내고 있는가?

▲당선 후 첫 일정은 참배 일정이었다. 5·18망월동 묘지, 민주화 열사가 계시는 모란공원, 국립 현충원, 봉하 마을 등을 다녀왔다. 그래서 “진보정당 참배정치 시작하나”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많이 떴는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보통 월요일과 목요일은 본청에서 원내대표인 심상정 의원님과 상무위원회가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회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정의당’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감을 나타낼 것인가?

▲통합진보당 사건 이후로 진보정당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바닷물의 소금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97%의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가 3%의 소금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정의당은 국민들에게 3%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결국 이 3%가 한국을 썩지 않게 한다고 본다. 작지만 중요한 3%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실력을 갖춘 진보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명에 진보가 빠졌는데?

▲기본적으로 진보라는 단어가 한국의 분단 상황에서 너무나 퇴색돼버렸다. 진보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으로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민주당과 정의당이 근소한 표 차이로 격돌했었다. 비록 당명에 진보가 빠졌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진보다. ‘정의당’이라는 당명은 오히려 보편적이라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낡은 과거 버리고 진보정치 가치 계승
중학생 때부터 끊임없이 진보지향 운동

 

-정의당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비전은?

▲지난 대선에 선별적,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화두가 떠올랐었다. 진보정당이라면 모두를 위한 복지에 힘써야한다. 특히 공정한 시장경제, 갑을관계 을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노동권 보장에 힘쓰는 건 기본이다. 나아가 협동경제를 확대시킬 것이다.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

-부대표이자 청년위원장이다. 청년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청년들은 한국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특히 중앙과 지방의 격차로 인해 평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토익책만 붙잡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지금의 현실은 청년세대에게 너무 가혹하다. 현재 취업준비생들은 취업까지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국가가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바꿔야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인재를 키워야한다. 취업준비 비용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건 사회적 낭비다. 토익응시료를 내리거나 폐지하는 방향 쪽으로 전 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 실제로 토익이 필요한 업무는 매우 한정적이다. 앞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밝혀보고자 한다.

-롤모델 삼은 정치인은?

▲없다. 기존의 선배님들은 노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적 리더십을 구축해왔지만 우리세대에도 그게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우리세대는 이미 노동의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롤모델이라는 자체가 시너지 효과를 주면서도 한계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도 계속 열심히 롤모델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청년정치의 새로운 롤모델이 되고 싶다.


-어떤 정치인을 꿈꾸는가?

▲ 사실 정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정치다. 실력 있고 믿음직한 정치를 하고 싶다. 정의당이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정당이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내 편이다”라는 정치를 하고 싶다. 이런 힘을 발휘하기 앞으로 많이 노력할 것이다.

“롤모델 정치인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진보정치에 대한 실망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제는 진보정당이 사랑받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하겠다. 흩어졌던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을 정의당이 다시 모아내겠다. 특히나 청년 부대표로 선출된 만큼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의 내용을 정확하게 정책화할 수 있는 목소리를 실어 내겠다. 많은 청년들이 진보정당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문정은 부대표는?>

▲성공회대 제26대 총학생회장

 

▲진보정의연구소 비상임 연구원

 

▲구로 민중의집 운영위원

 

▲서울시 참여예산 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