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모유 찾는 남자들 '천태만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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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들이…현대판 변태 젖동냥

[일요시사=사회팀이른바 ‘현대판 젖동냥’이 유행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거래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황당한 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성인 남성들도 모유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판매자 여성들에게 직거래를 요구하며 변태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모유거래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끝나면 한고비 넘긴 것 같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모유수유다. 분유보다 소화도 잘되고 면연력 향상과 두뇌발달에도 좋은 모유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러나 먹이고 싶어도 모유양이 적거나 엄마가 아파서 먹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현대판 젖동냥에 나선 엄마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모유거래가 극성이다.

인터넷 사이트서
은밀한 모유거래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중고물품 사이트인 ‘중고나라’ 등에서 최근 모유를 사고파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모유 판매자들의 대부분은 주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전업주부들이다. 이들은 모유를 저장팩에 담아 낱개로 냉동실에 얼린 뒤 모유팩의 사진을 찍어 홍보글을 올리며 모유 판매에 나서고 있다. 모유의 평균 거래가는 200㎖ 기준으로 약 500∼2000원 선이다.

모유공급의 수요층은 주로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이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모유가 분유에 비해 여러모로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남의 모유라도 사서 먹이고 싶은 엄마들이 부쩍 늘었다.

문제는 판매자들이 이 같은 모유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유 판매자 L씨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며 모유를 판매하고 있었다”며 “불법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법이라면 홍보 게시글을 지우겠다”고 말한 뒤 모유 판매글을 바로 내렸다. 사실 대다수의 모유 판매자들은 대단한 수익을 올리고자 모유를 판매하는 게 아니다. 그저 모유량이 넘치기 때문에 나누고자 인터넷 상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모유 거래는 지난 2008년 도입된 모유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터넷 통해 산모들 모유 거래 늘어
건강에 좋다?…구매자 대부분 성인남

강동 경희대병원 모유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모유은행은 산모로부터 남은 모유를 기증받아 살균 처리 후 수유가 어려운 조산아, 저체중아, 입양아 및 영·유아 환자에게 제공한다. 기증 조건도 까다로워 출산 1년 이내의 건강한 산모로 매일 수유 중이고 모유를 보관할 시간이 따로 있는 엄마만 기증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기증자는 신청 후 병원에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서, 기증동의서 등을 제출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고 전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개인적으로 매매되는 모유의 경우 집유 중 안전수칙 소홀로 모유 변질 등의 위험은 물론 모유 제공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각종 감염의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위험한 개인거래
감염에 노출될라

그러나 모유은행의 공급은 현저히 부족해 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모유은행을 이용하려면 우선순위에 들어야하는데 이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이를 충족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하루 이용에 보통 1만6000원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모유를 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모유 수요자의 절반이 남성이라는 께름칙한 사실이다. 이에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판패중인 H씨를 만나 모유 거래 내용을 들었다. H씨는 총 8차례 모유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매자 8명 중 3명이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구매자 2명은 택배로 거래했지만 1명은 직거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H씨는 “직거래를 요구한 남성은 30대 초반이었다. 그는 거래 장소에서 모유를 받으며, 다음에는 바로 유축한 따뜻한 모유를 받고 싶다”며 변태적인 말을 하며 “거래 후에도 끊임없이 문자를 보냈다고”말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H씨는 “곧바로 번호를 차단하고 이후 남성과의 모유거래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황당한 일이 H씨에게만 일어난 건 아니다. ‘중고나라’에서 모유를 판매하던 K씨는 모유를 구하는 한 남성에게 변태적인 쪽지를 받았다. 그 쪽지의 내용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음은 그 쪽지의 내용이다.


흑심 품고 판매 여성에 직거래 강요
“직접 먹어볼 수 없나?”직수 요구도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살고 있는 32세 남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모유가 많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용돈벌이를 알려드리고자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모유가 어느 정도 나오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저에게 직접 모유를 수유해주시는 겁니다. 부담 없이 아기에게 수유해주시는 것처럼만 직접 수유 해주시면 됩니다. 기본 양쪽 수유해주시고 5만원 드리고 있습니다. 시간과 장소는 아기엄마분이 편한 시간에 제가 가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든 좋습니다. 차 안에서도 가능합니다. 오로지 수유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모유를 수유 받으려는 이유는 엄마젖에 대한 어떤 동경심 때문입니다. 모유를 먹고 있는 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까지 구합니다. 수유는 주기적으로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젖이 뭉쳐서 고통스러우신 엄마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전에도 모유수유를 해주셨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도 간단하게 용돈벌이가 돼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시고 답장 꼭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한 시간대와 연락처도 같이 적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밤 시간까지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실례가 됐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K씨는 이 쪽지 내용을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모유 추축한 걸 사먹는 것도 충격적인데 직수를 요구하다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직수? 미친 거 아닌가요?” “직수요구는 대놓고 바람피자고 하는 거죠” “모유 구매로 이렇게 접근하다니 정말 치가 떨리네요. 너무 충격 받았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인 위해서”
 거짓말로 접근

모유를 찾는 남성들은 보통 자신의 부인을 위해서 구매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유를 마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모유비누도 찾고 있다. 모유비누는 아이들 아토피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모유로 직접 비누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C씨에 따르면 모유비누 구매자의 절반이 남성이라고 한다. 즉 이 남성들은 C씨를 통해 모유와 모유비누를 동시에 구해 마시고, 세안을 하는 것이다.

C씨는 “4만원이면 비누가 10∼11장 정도 나온다. 보통 택배를 이용해 얼음팩에 채워보 보내준다”고 말했다. 구매자의 대부분이 남자지만 이들에게서 변태적인 문자를 받은 적은 없기 때문에 불쾌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남성들을 무조건 변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건강이 불편한 일부 남성들이 모유를 사먹는 건 종종 있어왔던 일이다. 실제로 모유는 ‘아기에게 하늘이 내린 영양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 흡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모유를 받아먹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인터넷 모유 구매가 위험한 이유는 수유한 엄마의 몸 상태를 모른다는 점, 충분히 위생적으로 보관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보관 개월 수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불법 유통 모유의 가장 큰 위험은 혈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중 일부가 모유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유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는 매독, 에이즈, HTLV, 간염, CMV 등이다.

강동 경희대병원 배종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를 제공하는 산모의 건강상태, 모유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감염과 변질의 위험 등을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모유은행연합기준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저온살균과 영양상태, 감염에 대한 검사를 거친 후 제공되는 모유인지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운송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기에 안전한 운송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 간 모유 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규제가 현재로선 없다”고 말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매 가격 200㎖ 기준 2000원
불법…모유은행 통해서만 가능

결국 현재로선 ‘모유은행’이 가장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모유 기증이 활발해져 모유 공급이 원활해진다면 굳이 개인 간 거래를 하지 않아도 안전한 모유를 구할 수 있다. 그럼 인터넷 거래는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다. 개인 거래가 줄어들면 모유를 구하는 변태적인 남성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중국 직장여성들
모유 판매 유행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유거래가 중국에서는 더욱 더 극성이다. 중국 부자들의 경우 아예 집에 모유수유 도우미를 들여놓고 바로 먹고 싶을 때 마다 유축해 먹는다는 것이다. 도우미의 임금은 월 3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중국에서 성인들의 ‘모유 마시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대도시에서 모유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발행되는 <심양만보>는 시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모유 거래 현장을 취재했다.

한 때 모유를 직접 팔았다는 한 여성은 “선양에서 모유 거래가 시작된 것은 이미 반년이 넘었다”면서 “모유는 보통 성인들이 사서 마시며 신선한 것과 냉동한 것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00㎖ 한 봉지에 20위안(3700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신선한 모유는 2시간 이내의 것이고 냉동 모유는 3개월을 넘지 않은 것을 사고판다고 귀띔했다.

제보를 받은 기자가 구매자로 가장해 모유 판매 여성에게 연락하자 해당 여성은 생후 4개월가량 된 아기를 안고 약속 장소로 나왔다.


그녀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아기를 데려왔다”면서 “모유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 매일 3∼5봉지를 쉽게 판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에게 장기간 마실 것을 권하면서 신선한 모유와 냉동 모유 2봉지를 시세보다 싼 30위안(5500원)에 팔았다.

신문은 모유 판매가 전업주부뿐만 아니라 간호사, 회사원, 상점 직원 등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 사이에도 부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모유를 팔고 있는 한 간호사는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모유를 다 먹지 못해 팔기 시작했다”면서 “모유 판매로 적잖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법률 전문가들을 현행법상 개인 간의 모유 거래가 위법하지는 않지만 사회도덕을 해치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의과대학의 한 전문가는 “간염이나 에이즈 등 전염성 질병은 모유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으며 모유 제공 여성이 질병에 걸렸거나 항생제를 남용했을 경우 모유를 마신 사람도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중국 남방도시보는 최근 광둥성 선전의 부유층 사이에 영양 보충을 위한 모유 마시기가 유행해 유모 중개회사까지 등장했으며 고객이 원하면 유모의 가슴에서 직접 모유를 먹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유 수유 엿보면?
“엄연한 성범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이성의 신체를 엿볼 목적으로 모유 수유실에 침입하면 성범죄로 처벌받는다. 공중화장실과 목욕탕, 체육시설 탈의실 등에 대한 침입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한 데 이은 후속조치로 지금까지 사법당국은 남성이 모유 수유실 등에 침입하더라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건조물침입 혐의로 처벌해 왔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5월 입법예고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처벌법 제12조는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공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공중화장실, 목욕탕, 체육시설 탈의실 등 공공장소에 침입해 이성의 신체를 훔쳐보거나 소리를 엿듣는 등 변태적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 조항을 성폭력특별법 제12조에 신설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재개정을 통해 무단 침입해서는 안 되는 공공장소로 ▲모유 수유시설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 점포의 탈의실이나 목욕실 ▲관광지로 지정된 곳의 탈의실이나 목욕실을 추가했다.

 

방송중 모유 수유 ‘발칵’
방청객 가슴에 입 대고 ‘쪽쪽’

네덜란드의 유명 코미디언 폴 드 레이우가 방송 중 모유를 직접 먹어 보는 행동을 저질러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코미디언인 폴 드 레이우는 지난 5월12일 모유 수유를 주제로 한 그의 토크쇼 ’랑 디 리우브’(Langs De Leeuw)에서 상의를 올리고 양쪽 유방을 내놓은 한 모유 기증단체 여성 회원의 가슴에 입을 대고 모유를 먹었다.

레이우는 모유를 맛 본 직후 “맛있는데 어제 당신이 먹은 아스파라거스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농담을 하기까지 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레이우가 자신의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 모유 기증단체의 한 회원에게 이같은 돌출행동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시청자들은 레이우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비록 여성 출연자의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네덜란드 시청자들은 대체로 “역겹고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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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