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상자 'MB 불법대선자금' 의혹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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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초침소리 째깍째깍 "이재현(CJ그룹 회장) 털 때 알아봤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대선자금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현 CJ그룹회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 2007년 CJ그룹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거액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이 대선자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이란 정치권 핵폭탄의 심지에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은 드디어 낱낱이 밝혀지게 될까? <일요시사>가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추적해봤다.



역대 정권에서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당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되는 600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0억원의 대선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자유로운 정권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사퇴하겠다"고 초강수를 뒀지만 검찰은 한나라당에 823억원, 노무현 캠프에 114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이 흘러들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10분의 1이 넘는 액수였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퇴임 후 한 강연에서 "검찰이 10분의 2, 3을 찾아냈더니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이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의 규모를 그나마 축소시켜 발표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법대선자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을 적게 썼다. 깨끗한 대선을 치렀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정치권 인사는 별로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이 끝난 뒤 경선 때 21억8098만원, 대선 때 352억1322만원 등 총 373억9420만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후보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은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 야권 대선주자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서 한나라당 경선에서의 승리가 곧 대선 승리로 여겨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07 이명박 대선자금 얼마나 되기에?
다시 열린 판도라상자에 정치권 '벌벌'

경선과정에서 당에 엄청난 돈이 뿌려졌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 측이 신고한 경선비용 21억8098만원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와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줄줄이 비리에 휘말려 검찰의 조사를 받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최 전 방통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수차례 불법대선자금을 받았음을 노골적으로 폭로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회장도 검찰조사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고 돈을 줬다며 불법대선자금을 거론했다.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불법정치자금수수와 관련한 검찰조사에서 지난 대선자금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더욱 가중시켰다.

연이은 증언
검찰은 모르쇠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증언은 줄을 이었지만 이명박정권 하에서 검찰은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너무나도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검찰은 노골적인 모르쇠로 불법대선자금 의혹 덮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검찰이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외면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소시효였다. 지난 2007년 12월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대선자금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에서 7년으로 늘었지만 법 개정 전인 2007년 12월 이전에 받은 대선자금은 공소시효가 5년만 적용된다. 2007년 대선 경선 전 대선자금을 본격적으로 모았다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나,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이유였다.

민주당에서는 이처럼 신빙성 있는 증언들이 줄을 잇는데 수사를 안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검찰을 질타했지만 검찰은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검찰은 MB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전 법무장관과 충직한 MB맨으로 불리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그리고 BBK 주임검사로 이명박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던 최재경 전 중수부장 등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검찰의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었다. 검찰 뿐만 아니라 감사원, 국세청 등 국내 사정기관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해 MB정부와 관계가 깊었던 대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새정부 들어 사정기관의 집중조사를 받고 있는 CJ그룹과 효성그룹, 롯데그룹은 모두 MB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기업들이다. 특히 CJ그룹 수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된 첫 대기업 수사였다. 수천억원대의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었다.

검찰은 최근 이 회장의 개인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거액을 건넨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돈의 성격이 대선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확인되더라도 공소시효가 5년인 당시의 정치자금법이 적용돼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판도라상자가 다시 한 번 열리면서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사실상 정관계 로비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정국반전의 카드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에겐 무척 매력적인 정국반전 카드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으로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들춰내 전 정권과의 선긋기 및 차별화를 확실하게 하는 동시에 당내 친이계를 견제하고 국정원 이슈까지 희석시킬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계 현역의원 몇 명만 불법대선자금과 연루되었다는 정황만 나와도 국정원 이슈는 당분간 묻히게 될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나 실제로 처벌받지는 않겠지만 친이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라진 검찰
털리는 친MB

게다가 새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과 관련한 비리 수사는 그동안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박 대통령은 평소 전 정권의 잘못을 인위적으로 들춰내진 않겠지만 자연스럽게 나오는 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지난 2007년 모금한 불법대선자금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앞으로도 사정기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업들을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거져 나오는 불법대선자금 의혹이 상당 부분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사정기관에는 과거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을 보호해줄 인사도 없다.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자연스럽게 언론에 흘리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원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CJ 털다 발견한 불법대선자금 정황
박근혜, 친MB기업 터는 이유 있다?

이미 검찰을 비롯한 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은 CJ그룹의 다음 타깃으로 롯데를 지목하고 롯데그룹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MB정권에서 급성장했다. 안보상의 이유로 수 십년 간이나 허가를 받지 못했던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허가 받는가 하면, 롯데는 MB정부 시절인 2007년 말부터 2012년 말 사이 49조2000억원이던 자산 총액이 95조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상당기간 각종 사정기관의 칼날은 MB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대기업들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2007년 불법대선자금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점은 오히려 박 대통령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자칫 수사도중 새누리당의 현역의원들이 불법대선자금과 연루돼 처벌을 받게 된다면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국회 내 과반이 깨지고 정당지지도와 오는 10월 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고초를 겪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동정론이 일어 역풍을 불러올 소지도 다분하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목적 카드
MB의 위기

상황에 따라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대기업의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대선 승리 후인 2008년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라면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 이므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문제는 검찰의 의지라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됐다. 일례로 지난 1993년 김영삼정부가 출범한 직후 검찰 특수부에는 한 명단이 배포됐다고 한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아무런 혐의나 단서도 없이 단지 이름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명단에 있었던 사람들의 대다수를 구속하는데 성공한다. 검찰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역대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그것은 심지어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과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 전 대통령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판도라상자는 실제로 열리게 될까? 이 전 대통령은 새정부 초반부터 궁지에 몰리게 됐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찾아온 '검찰 전성시대' 

초대형 이슈 쥐락펴락 '슈퍼 갑'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탈세와 비자금 조성, 전 국세청장의 세무조사 무마 금품수수 의혹,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史草) 실종사건까지. 검찰이 잇따르는 대형사건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의 굵직한 사건이 모두 검찰 손으로 들어오면서 검찰의 존재감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관련사건 수사과정에서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청 등 검찰이 타 권력기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선 검찰이 '슈퍼 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본과 원칙, 공정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기회'는 곧바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정한 수사를 주문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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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