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상자 'MB 불법대선자금' 의혹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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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초침소리 째깍째깍 "이재현(CJ그룹 회장) 털 때 알아봤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대선자금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현 CJ그룹회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 2007년 CJ그룹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거액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이 대선자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이란 정치권 핵폭탄의 심지에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은 드디어 낱낱이 밝혀지게 될까? <일요시사>가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추적해봤다.



역대 정권에서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에서 당시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되는 600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0억원의 대선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자유로운 정권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사퇴하겠다"고 초강수를 뒀지만 검찰은 한나라당에 823억원, 노무현 캠프에 114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이 흘러들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10분의 1이 넘는 액수였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퇴임 후 한 강연에서 "검찰이 10분의 2, 3을 찾아냈더니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이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의 규모를 그나마 축소시켜 발표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불법대선자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을 적게 썼다. 깨끗한 대선을 치렀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정치권 인사는 별로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7대 대선이 끝난 뒤 경선 때 21억8098만원, 대선 때 352억1322만원 등 총 373억9420만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후보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은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 야권 대선주자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서 한나라당 경선에서의 승리가 곧 대선 승리로 여겨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07 이명박 대선자금 얼마나 되기에?
다시 열린 판도라상자에 정치권 '벌벌'

경선과정에서 당에 엄청난 돈이 뿌려졌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다. 이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 측이 신고한 경선비용 21억8098만원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와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줄줄이 비리에 휘말려 검찰의 조사를 받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최 전 방통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수차례 불법대선자금을 받았음을 노골적으로 폭로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회장도 검찰조사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쓰라고 돈을 줬다며 불법대선자금을 거론했다.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불법정치자금수수와 관련한 검찰조사에서 지난 대선자금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더욱 가중시켰다.

연이은 증언
검찰은 모르쇠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증언은 줄을 이었지만 이명박정권 하에서 검찰은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너무나도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검찰은 노골적인 모르쇠로 불법대선자금 의혹 덮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검찰이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외면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소시효였다. 지난 2007년 12월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대선자금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에서 7년으로 늘었지만 법 개정 전인 2007년 12월 이전에 받은 대선자금은 공소시효가 5년만 적용된다. 2007년 대선 경선 전 대선자금을 본격적으로 모았다면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나,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이유였다.

민주당에서는 이처럼 신빙성 있는 증언들이 줄을 잇는데 수사를 안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검찰을 질타했지만 검찰은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검찰은 MB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전 법무장관과 충직한 MB맨으로 불리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그리고 BBK 주임검사로 이명박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던 최재경 전 중수부장 등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검찰의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었다. 검찰 뿐만 아니라 감사원, 국세청 등 국내 사정기관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해 MB정부와 관계가 깊었던 대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새정부 들어 사정기관의 집중조사를 받고 있는 CJ그룹과 효성그룹, 롯데그룹은 모두 MB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기업들이다. 특히 CJ그룹 수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된 첫 대기업 수사였다. 수천억원대의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했었다.

검찰은 최근 이 회장의 개인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거액을 건넨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돈의 성격이 대선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확인되더라도 공소시효가 5년인 당시의 정치자금법이 적용돼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판도라상자가 다시 한 번 열리면서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사실상 정관계 로비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정국반전의 카드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에겐 무척 매력적인 정국반전 카드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으로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들춰내 전 정권과의 선긋기 및 차별화를 확실하게 하는 동시에 당내 친이계를 견제하고 국정원 이슈까지 희석시킬 수 있는 다목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계 현역의원 몇 명만 불법대선자금과 연루되었다는 정황만 나와도 국정원 이슈는 당분간 묻히게 될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나 실제로 처벌받지는 않겠지만 친이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라진 검찰
털리는 친MB

게다가 새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과 관련한 비리 수사는 그동안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박 대통령은 평소 전 정권의 잘못을 인위적으로 들춰내진 않겠지만 자연스럽게 나오는 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지난 2007년 모금한 불법대선자금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앞으로도 사정기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업들을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거져 나오는 불법대선자금 의혹이 상당 부분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사정기관에는 과거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을 보호해줄 인사도 없다.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자연스럽게 언론에 흘리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원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CJ 털다 발견한 불법대선자금 정황
박근혜, 친MB기업 터는 이유 있다?


이미 검찰을 비롯한 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은 CJ그룹의 다음 타깃으로 롯데를 지목하고 롯데그룹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MB정권에서 급성장했다. 안보상의 이유로 수 십년 간이나 허가를 받지 못했던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허가 받는가 하면, 롯데는 MB정부 시절인 2007년 말부터 2012년 말 사이 49조2000억원이던 자산 총액이 95조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상당기간 각종 사정기관의 칼날은 MB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대기업들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2007년 불법대선자금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점은 오히려 박 대통령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자칫 수사도중 새누리당의 현역의원들이 불법대선자금과 연루돼 처벌을 받게 된다면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국회 내 과반이 깨지고 정당지지도와 오는 10월 재보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고초를 겪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동정론이 일어 역풍을 불러올 소지도 다분하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목적 카드
MB의 위기

상황에 따라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대기업의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대선 승리 후인 2008년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라면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 이므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문제는 검찰의 의지라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됐다. 일례로 지난 1993년 김영삼정부가 출범한 직후 검찰 특수부에는 한 명단이 배포됐다고 한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아무런 혐의나 단서도 없이 단지 이름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명단에 있었던 사람들의 대다수를 구속하는데 성공한다. 검찰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역대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다. 그것은 심지어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과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 전 대통령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이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판도라상자는 실제로 열리게 될까? 이 전 대통령은 새정부 초반부터 궁지에 몰리게 됐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찾아온 '검찰 전성시대' 

초대형 이슈 쥐락펴락 '슈퍼 갑'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탈세와 비자금 조성, 전 국세청장의 세무조사 무마 금품수수 의혹,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史草) 실종사건까지. 검찰이 잇따르는 대형사건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의 굵직한 사건이 모두 검찰 손으로 들어오면서 검찰의 존재감이 한껏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관련사건 수사과정에서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청 등 검찰이 타 권력기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선 검찰이 '슈퍼 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본과 원칙, 공정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기회'는 곧바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정한 수사를 주문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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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