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당공천제 폐지’ 진짜 이유 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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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없는 ‘안철수 견제’하기 위해서?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내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당내 반발기류가 거세질 조짐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대여관계와 당내 내홍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당공천제 폐지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권에선 이를 ‘안철수 견제’라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셈법을 <일요시사>가 분석해봤다.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밀어붙이겠다는 분위기다. 안 의원 측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놔 양측이 아슬아슬하게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민주당과 안 의원 사이 전초전의 기류가 역력하다.

안철수 신당 창당 가시화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주당과 ‘정면대결’에 돌입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 부산시장 선거 후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부산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대학 총장, 정부에 계셨던 분들, 정치하신 분들 중에 (정당의 공천) 시스템 때문에 뜻을 펴지 못한 분들을 (후보 대상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해 근자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도를 언급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정치혁신 방안으로 제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안 의원은 대선 당시 발언한 그대로,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기초단체장 산거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안 의원과 민주당이 대치하는 부분이다.


특히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31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정가의 이목이 쏠렸다.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안 의원도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여야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 이사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과 정의의 나라(민주당 의원 연구 모임)’ 정례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순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정당공천이 없을 때 정당이 (인물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그다음 선거에서 평가를 받는 책임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정당 대신)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행정기관이나 지자체 운영 등 (인물의) 역할과 권력은 비대한데, 여기에 따르는 책임은 약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공천제란 각 정당의 중앙당에서 각 지역 선거구에 출마할 사람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주당의 이름으로 한 선거구당 각 1명씩만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정당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정당공천 폐지 시 인지도·조직력 앞서는 현직 기초단체장 유리  
“새누리·민주, 안철수 세력 확장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 깔려”

현재 새누리당만 동의하면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가 현실화된다.

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기까지 당내 반발은 극심했다. 김현미 의원은 “당이 폐지 법안을 내면 위헌신청을 하겠다”라고까지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정당공천 폐지가 국민의 뜻이니 따라야겠지만 폐지되면 여당은 관변단체라도 있는 반면 기초조직이 약한 야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야당 일각의 이 같은 주장은 안 의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움직임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의 세력 확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는 안 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민주당의 선제적 폐지는 안 의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 셈이다.

정당공천제가 사라지면 지역 기초조직이 약한 안 의원은 ‘조직 없는 설움’의 수순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인지도에 앞서는 현역 기초자치단체장이 유리해지는 ‘현역 프리미엄’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지도도 약하고 조직도 없는 안 의원 측의 정치신인이 현직 단체장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안 의원 측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치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정당공천이 금지되면 유권자 입장에선 누가 누구인지 모르니 안철수 신당 후보들의 경우 안철수 후광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 자극을 받은 듯 각종 선거제도에 관한 개혁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지역 세미나에서 “기초선거 공천권을 포함해 우리나라 많은 선거제도에서 생각하고 고려할 게 많다”며 “그래서 지엽적으로 한 부분만 말씀드리기보다 종합적으로 정리해 오늘 같은 심포지엄을 계속 열어 그런 부분들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돌파 카드’ 꺼내야

여야가 올 초 내세운 정당공천제 폐지를 전격 추진함에 따라, 안 의원의 세력 확장이 다소 불리해지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더욱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환영한다는 여론이 우세해 안 의원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돌파 카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언제쯤이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조직 없는 설움’을 극복하고 맘껏 새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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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