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악마의 합의’ 의혹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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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야당 현재 스코어 ‘완패’ “이번엔 좀 다를까?”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불신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야권 지도부 책임론’이 급부상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조사와 관련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김한길 체제’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쯤 되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지치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진통 끝에 어렵게 국정조사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연일 ‘개점휴업’으로 진도를 못 나가 국민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이 가운데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악마의 합의’라고 비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 진상규명 뒷전
여름휴가 챙기기 급급

가까스로 시작한 국정조사는 원래 45일을 기간으로 했다. 진상을 규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진행 초반 민주당 진선미, 김현 의원 2명이 물러나느냐를 놓고 갈등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국정조사가 겨우 정상화돼나 했더니, 갑자기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나섰다. 국정조사가 1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받고 이틀간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 것.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일정에 합의하면서 1주일간 여름휴가를 보낸 뒤 활동을 재개키로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특위가 이미 일부 의원의 제척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로 파행을 겪고도 얼마 남지 않은 국조 기간마저 여름휴가로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양보’에
“민주당 제정신?”

여야는 지난달 28일 국조특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내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합의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 하한정국이고 다른 의원들은 다 쉬는데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며 “7월 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기한이 8월15일까지임을 감안하면 특위 활동기간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서 “국기문란 범죄 진상조사보다 여름휴가가 먼저라?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위원들!”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와 인터넷상에는 “국정조사냐 국정휴가냐” “휴가만큼 국정조사를 일주일 연장해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야권 지지층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이제 민주당을 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친야 언론인은 ‘민주당 제정신인가’라고까지 했다.

이에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정원 국조와 관련해 “악마의 합의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내분으로 번지는 듯했다.

신 의원은 이날 매체를 통해 ▲국정조사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것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하지 않는다고 한 것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조사 위해 진선미?김현 의원 배제, 여당 의원 여름휴가까지
공개 여부 추후 협의, 증인 선정 합의될 때까지는 발설 않기로 

신 의원은 국정조사는 원칙적으로 공개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신 의원은 증인 선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더욱 거세게 비난했다. 신 의원은 “더 나쁜 악마는 증인 선정이 합의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것으로 이것(증인 선정)을 발설할 경우에는 여야 합의를 깨는 게 돼 우리가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의원은 또 국정조사 기간에 휴가를 보내기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를) 8월5일로 합의했는데 이번 주를 거의 쉰다는 것으로, 이는 휴가를 간다는 뜻이다. 특히 여당 간사(권성동)가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는 어제 결정된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7월 마지막 주는 쉬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조사에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국 이렇게 (새누리당이) 끌고 가니 무슨 타임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갈 정도”라며 “대단히 불만족스럽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국정원 기관보고가 됐다”고 쏘아붙였다.

신 의원은 이어 “악마의 합의와 처음부터 기본전제가 다른 두 집단 간 국정조사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증인 선정에서 도저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청문회가 하나마나라고 판단이 되면 더 이상 국정조사를 해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조사 실익 없어”
“악마의 비겁함”

신 의원의 발언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끈하며 ‘악마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맞섰다. 정 의원은 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있던 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조특위 사전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마치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 함께 결정한 것에 대해 공동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 “민주당 국조특위는 그래도 (국정조사를) 안 깨고 가는 것이 맞고, 지상파3사 등 전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1시간만이라도 공개발언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위 민주당 간사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지난달 28일에 8월5일 국정원 기관보고, 7~8일 증인?참고인 청문회, 12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의 일정을 합의했다. 5일 기관보고는 국정원장 인사말, 여야 위원 기조발언은 공개하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양보에 양보 거듭한 민주당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 장외로
긴급 의총 때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강력 대응 주문

또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수사 경찰관 15명, 당시 이종명 국정원 3차장,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 국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증인 채택을 합의했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국정원 기관보고 및 질의의 비공개. 여당 의원 휴가 일정에 따른 국정조사 일정 순연 등을 놓고 “너무 많이 내줬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파행·중단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신 의원이 지도부에 직격타를 날린 것.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긴급 의총을 개최했다. 8월 7~8일로 결정된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1주일 전인 이날까지 증인?참고인에게 출석을 통보해야 하는데 여야가 이에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MB와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그리고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에 대한 증인출석 요구 여부다.


민주당은 증인 출석 없는 국정원 국조는 무의미하다며 장외투쟁을 포함한 중대결심까지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천막당사’
새누리당 ‘자폭’ 비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긴급 의원 총회에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강력히 주장한 의원은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의원 등으로 이들은 새누리당과의 ‘대화’를 고수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악마의 합의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여당은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자폭’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트라우마’로 불리는 촛불집회에 합류하게 됐다. 보수언론에 의해 ‘민주당 강경파’라 불리는 신 의원의 악마의 합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결국 ‘강경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또 다시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무릎을 꿇을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야당 본연의 모습’을 보일지 오랫동안 기다린 국민의 기대가 몹시 커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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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