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국정원 국조 무마 프로젝트 전모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3: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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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국정조사 할 생각 없었다?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던 민주당이 NLL대화록 사초(史草) 실종 파동으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국정원 의혹과 관련,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까지 언급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이 가시적으로 얻은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한편 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도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것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조 무마 전략’에 완벽하게 걸려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무마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무마 전략을 되짚어봤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이하 국정원 국조)가 지난 2일부터 오는 8월15일까지 45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가운데 <일요시사>는 지난 19일 국정조사 기간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 9명 중 4명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김태흠 의원은 지난 3일부터 4박5일간 ‘2013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 전적지 탐방’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국조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재원 의원은 국조기간 러시아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국조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이철우 의원도 같은 시기에 ‘한국주간’을 맞아 중국 심양을 다녀왔다.

한편 해외출장을 다녀온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하나같이 “의사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기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의 요구로 국조특위 위원직을 사퇴한 민주당 진선미 의원 측은 “의사일정이 잡혀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우리 의원실은 특위위원으로 임명된 후 매일 같이 대책회의를 진행하며 국조를 준비해왔다. 이들이 국조기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은 매우무책임한 행동이고, 처음부터 국조에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정조사를 준비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국조기간에도 여유 있게 해외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새누리당이 국조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킬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국조
목표는 시간끌기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정원 국조 요구를 수락했지만 새누리당의 시간끌기로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조 무마 전략의 일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조 요구를 수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지난 6월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비록 불구속 기소였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국정원 국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국조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처음에는 거부했던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전격 받아들인 것.

민주당 요구로 국정원 국조특위 꾸렸지만 조사는 ‘나 몰라라’
새누리 국조특위 위원 9명 중 4명이 외유성 해외출장 다녀와

새누리당이 국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결과적으로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는 평이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며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던 시점이었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거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하야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던 촛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당시를 되짚어보면 만약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조를 계속 거부했더라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몰렸던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민주당과 주도권 싸움을 팽팽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또 국정원 국조가 시작되면서 새누리당의 전략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NLL 진실공방
목표는 ‘물타기’


새누리당의 숨겨진 전략은 ‘물타기’와 ‘시간끌기’로 요약된다. 지난 2일 국정원 국조특위가 시작됐지만 이날 특위 첫 회의는 시작 10여 분 만에 파행을 겪었다. 새누리당 위원들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사건’으로 새누리당에 의해 고발된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최초 제기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국정원, 경찰 출신인 이철우 의원, 윤재옥 의원도 제척사유”라며 맞받았다.

결국 이날 특위는 양당 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끝에 개회 10분여 만에 정회됐다. 국조특위 공전이 길어져 새누리당에 책임론이 불거질 쯤 새누리당은 또 한 번 기막힌 타이밍 정치를 펼친다. 민주당이 제척사유라며 사퇴를 요구한 정문헌, 이철우 의원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한 것이다. 이로써 국조특위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에게 쏠리게 됐다.

그후 국조특위는 김현·진선미 의원이 지난 17일 자진사퇴 할 때까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김현·진선미 의원이 특위위원직을 사퇴하면서 국정원 국조는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이미 국조기간 중 15일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뒤였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에서 최대한 시간끌기 전략을 펼치는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대화록 의혹을 적극 활용한 물타기 작전도 펼쳤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하자 이를 계기로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대화록 이슈를 정국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온다. 그 과정은 가히 속전속결이었다. 지난 6월20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자료를 단독으로 열람하고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불과 사흘 뒤인 24일에는 2급 비밀문서였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NLL대화록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과의 교감설도 신빙성 있게 제기됐다.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은 적중했다.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6월30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공개된 원본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쳤다. NLL대화록 의혹과 관련한 판이 커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국정원 의혹에서 NLL 포기 논란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새누리의 함정
매번 당한 민주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도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당시 민주당은 자신감이 있었다. 이미 공개된 대화록 전문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 발언이 아니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요구안 처리를 강행했고, 요구안은 재석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으로 가결됐다.

새누리에 휘둘리다 아무것도 못 얻은 민주
버텨야 사는 새누리, 아직 남은 카드 많다

새누리당이 회의록 제출 요구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대화록이 공개되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이 공개 된 후 새누리당은 NLL 포기 논란은 ‘포기’라는 용어를 썼느냐 안 썼느냐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며 슬쩍 꼬리를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NLL 포기 논란을 종식시켜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실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NLL 포기 논란은 사초(史草) 증발 논란으로 전환됐고 NLL정국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이 회담록이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처음부터 국정원 의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희석시키고 민주당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의혹이다. 특히 지난 달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보유본이 원본”이라면서 “대통령기록관의 회의록 보유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발언이지만 지금 되짚어 보면 당시는 참여정부가 회의록 2부를 만들어 1부는 국정원에, 1부는 청와대를 거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남 원장의 모르겠다는 발언은 이미 대통령기록관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압승
민주당의 굴욕

국정원 정국을 어떻게든 덮어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의외의 행운도 있었다. 바로 ‘귀태’ 논란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표현했다.

정부와 여당은 크게 반발했다. 새누리당도 모든 원내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홍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파문이 커지자 귀태 발언을 한 홍 의원은 지난 12일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이 또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작전’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귀태 발언은 문제가 있었지만 여당이 모든 원내 일정을 중단하고 공세를 펼칠 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귀태 정국을 거치며 새누리당은 여론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시간끌기에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에는 아직도 남은 카드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는 국정원 국조의 조사 범위와 증인 채택,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 여부를 놓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남은 국정원 국조 기간에도 알맹이가 없는 정쟁만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NLL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를 인지한 여야지도부는 이미 국정원?NLL정국의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은 철저히 새누리당의 편이라는 이야기다.


한 정치전문가는 “국정원?NLL정국은 민주당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국정원 정국을 되짚어 보면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누리당의 전략에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다가 아무것도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원 국조특위 본격가동
여야 폭로전으로 ‘얼룩’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는 지난 24일 법무부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법무부 황교안 장관과 담당 실국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나 회의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서해 NLL 관련 발언 녹취파일을 추가로 폭로했고,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의 국정원 전·현직 직원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는 등 폭로전으로 얼룩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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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