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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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지만…‘악덕’ 주홍글씨 낙인

[일요시사=경제1팀] 올 상반기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남양유업 사태가 일단락 됐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장에게 내뱉은 욕설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두 달 반 만이다. 지난 75일은 남양유업 49년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온 국민의 손가락질 속에 범국민적으로 이렇게 욕을 먹은 기업이 또 있을까 싶다.



이른바 ‘갑(甲)의 횡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가 사측과 대리점협의회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유통업계에 만연했던 ‘밀어내기’ 관행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그간 받아온 악덕 기업 이미지와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매출감소, 무너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무너진 대외신뢰
점유율 회복 숙제

지난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 기자회견장. 지난 5월 9일 김웅 남양유업 대표가 임직원과 함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던 장소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폭언과 제품 떠넘기기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SNS를 통해 확산된 지 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열었다.

그리고 두 달여 뒤. 이날 김 대표 옆에는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이 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최초로 ‘남양유업의 횡포’ 문제를 제기했던 전직 대리점주들과의 협상은 10여차례나 결렬되는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달 현직 대리점의 98%인 1100여개 대리점주들이 모인 대리점협회와 협상을 타결한 뒤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을 통해 불공정행위 근절, 밀어내기 피해보상, 대리점계약 존속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안을 체결했다. 양측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을 때마다 중재 역할을 해 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乙)을 지키는 길)’ 의원들도 참석했다.

양측은 우선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이를 뒷받침할 발주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시정명령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회사가 대리점주들의 발주 내용을 삭제하고 임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PAMS21 시스템을 투명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근절·상생위원회 설치 등 최종 합의
임직원 고소·고발 취하…피해액 산정·보상키로

이와 함께 대리점주의 영업권을 회복시키고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대리점주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3년 내에서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3년의 추가 계약이 보장된다.

대리점주들의 영업환경 보호, 고충 처리 등을 협의할 ‘상생위원회’도 발족한다. 상생위원회는 회사 지명 3인, 대리점협의회 지명 3인 등 총 6명으로 구성되고 매분기 1회 이상 본사 사무실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협상안 타결
어떤 내용?


‘밀어내기’ 피해를 입은 대리점에 대한 보상 부분은 아직 조율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배상중재기구’를 구성해 늦어도 향후 2개월 안에 구체적인 보상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피해발생 여부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경우 해당 대리점의 평균 매입물량, 영업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하기로 했다.

사측은 배상기금과 별도로 대리점별로 생계지원금 500만원을 즉각 지급하기로 하고, 보복성 징계로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 8곳의 영업권도 다시 회복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남양유업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생의 모델로 거듭날 것이며 ▲이제는 국민들께서 남양유업을 용서하시고 제품을 구매해 주심으로써 대리점과 회사를 살려주실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울려주신 경종을 잊지 않고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 업계를 통틀어 가장 좋은 대리점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며, 진정한 상생과 협력의 상징이 되는 모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도 “이 자리가 고통 받는 국민의 눈물을 멎게 하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해달라”며 “이제 남양유업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응원해 주시기를 국민들께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사회에서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노력해야 되는데 한 발짝 진전이라 생각한다”며 “을지로위원회의 의원들께서 여기에 작은 도움이 돼서 당으로서는 보람을 느끼고 협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협상 타결을 계기로 사측에 대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거래에 관한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들어온 만큼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협상 타결 4일 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김 대표와 영업총괄본부장, 영업2부문장, 영업관리팀장, 판매기획2팀장, 서부지점 치즈담당 등 임직원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남양유업 4개 지점의 전·현직 지점장, 지점 파트장, 지점 영업담당 등 22명은 형법상 업무방해 및 공갈죄를 적용해 300만원∼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남양유업 법인도 벌금 2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다만 홍원식 회장은 밀어내기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욕우유’에
소비자들 뿔나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 5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3년 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떠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 소장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양유업 영업직원에 대해 발끈했다. 곧이어 남양유업 홈피와 블로그, 트위터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막말 파문’으로 촉발
‘갑의 횡포’에 불지펴

앞서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일축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남양 후폭풍
너도 나도 을?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는 곧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악덕 기업’, ‘횡포 기업’ 이라는 이미지 타격과 함께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남양유업 매출이 대형마트 등에서 30% 이상 떨어졌고 주가도 급락해 사태가 시작된 지 5거래일 동안 시가 총액 1224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주당 100만원 이상인 종목을 뜻하는 ‘황제주’ 자리도 내줘야 했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을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졌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회제도와 관련해서도 업계에 남긴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국회에서는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과 집단소송제 등이 논의되는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서울우유ㆍ한국야쿠르트ㆍ국순당 등 다른 업계로 조사를 확대했다.

무엇보다 유통업계는 앞 다퉈 대리점ㆍ가맹점들과 ‘상생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빙그레는 이건영 대표이사가 협력업체와 대리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비롯해 재판매와 가격 유지 행위에 지위고하를 막론한 일벌백계 방침을 새로 세웠고, 현대백화점은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사회 전반으로 갑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옳다”면서도 “‘무늬만 을’들이 너나없이 본사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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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