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묻지마 해외출장 일정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30 08: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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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만 끝나면 고고씽 “묻지마 관광 뺨치네”

[일요시사=정치팀] 국회 일정만 ‘땡’ 치면 국회의원들은 해외로 나가기 바쁘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해외출장을 떠나는 의원들은 저마다 정상적인 의원활동이라며 항변한다. 국민들은 그들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회의원들의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일정을 해부해봤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정치권에 몰아닥친 정치쇄신의 바람이 거세지만 국회의원들의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러시는 올해에도 예외가 없었다. 물론 해외출장을 떠나는 국회의원들은 정상적인 의원활동임에도 무조건 ‘외유성’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출장이유 묻지마

하지만 <일요시사>가 살펴본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실태는 여전히 출장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지난 5월,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심사가 마무리되자마자 75명의 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떠났다. 5월 한 달 동안 이들의 해외출장비에 지급된 예산은 약 8억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000만원이 넘는 경비를 사용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20일부터 28일까지 체코,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을 다녀왔다. 약 77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이 출장의 목적은 사법제도 및 정치·행정제도 변화 연구였다.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권성동, 김회선, 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최원식 의원이 함께 갔다. 법사위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사법제도 현황파악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떠나고 있지만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뚜렷한 성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출장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5월19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국가를 다녀왔다. 방문목적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도시재생제도의 다양한 사례 조사 및 시찰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도시 재생 정책 방향 모색이었다. 주승용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안효대, 이철우 의원과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함께 갔고 약 6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뒤늦게 관련 사례 조사를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목적에는 단순한 친선 교류 형식이 상당수였다. 국회의원들은 5월에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영국, 아일랜드, 파라과이, 페루 등 다양한 국가로 출장을 떠났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를 열겠다며 자당 의원들의 해외출장을 만류했던 7월에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러시는 이어졌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난 후 31명의 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길에 나섰다. 역시 국회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는 평균 1000만원을 웃돌았다. 또 해외출장 사유 중 대부분은 ‘친선’이었다.

국회일정 끝나면 쫓기듯 줄줄이 해외로
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 1000만원 웃돌아

지난 7월3일부터 10일까지 새누리당 안홍준, 유재중, 신경림 의원과 민주당 김우남, 최재천 그리고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한러의원외교협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했다. 투입된 예산은 약 8600만원이다.
지난 7월18일부터 23일까지는 한중의원외교협의회 청년의원대표단이 양국 의회 간 협력 증진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김용태, 김희정, 서용교, 홍지만, 하태경 의원과 민주당 김관영, 정호준, 이언주 의원이 참여했다. 투입된 예산은 약 3300만원이다.

이외에도 7월28일부터 8월6일까지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새누리당 송광호, 정갑윤, 신성범 의원과 민주당 백재현, 이찬열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참여한다.
7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안전행정위원회의 페루, 아르헨티나 출장이다. 이번 해외출장에는 경찰간부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란이 됐던 김태환 안행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치안제도 및 재난방지제도를 조사하겠다며 페루와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하지만 페루와 아르헨티나는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한 국가다. 도대체 무엇을 배워오겠다는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행위 측은 “치안이 불안한 국가라고 해서 배울 제도가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배우기 위해 간 것이냐?”고 질문하자 “자세한 사항은 같이 가신 행정실장님이 알고 있다”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안행위 위원장이 포함된 해외시찰 일행이 해외출장을 떠난 목적을 행정실장 외에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들의 일정을 살펴보면 7월16일부터 26일까지 무려 10일간이나 현지에서 체류하면서도 공식적인 일정은 7월19일 아르헨티나 경찰청 부청장 면담과 7월22일 페루 국회 치안위원장 면담, 페루 내무부 장관 면담이 전부였다. 이외에는 일정이 전혀 없는 것인지 단순히 기재를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편 페루와 2시간 거리인 멕시코에서는 지난 7월15일부터 21일까지 세계태권도대회가 열렸는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환 위원장은 세계태권도대회에 참석한 후 해외시찰 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세계태권도대회 참석 일정을 고려해 안행위의 해외시찰 국가를 멕시코와 가까운 페루로 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안행위 해외시찰에는 약 59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의원 1인당 2000만원 꼴이다.

국회의원들은 또 공식 해외출장이 아니더라도 공짜로 해외여행을 즐겼다. 새누리당 정희수, 권성동, 조해진, 홍일표, 김동완, 김종태, 김태흠, 민병주, 박대동, 손인춘, 안덕수, 윤명희, 이강후, 이상일, 이현재 의원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은 지난 7월3일부터 4박5일간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전적지 탐방’ 행사에 참여해 중국 동북3성을 순회했다.

일단 가고보자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공짜 여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탐방에는 장태평 마사회장과 신용섭 EBS 사장, 이청휴 현대자동차 이사,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등이 참여하고, 이들 기업이 1000만~3000만원씩 협찬금을 내 후원했다.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CJ그룹은 협찬을 하지 않은 대신 현직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이와 관련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기업의 협찬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매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해외로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해외일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떠나고 또 돌아와서는 무엇을 얻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 달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화섭 외유 ‘6월 부패뉴스’ 3위
한국투명성기구 발표…전국적인 사건 제쳐

민주당 소속 윤화섭(안산) 전 경기도의회 의장의 ‘프랑스 칸영화제 외유’가 지난달 대한민국 부패뉴스 3위에 올랐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지난 22일 6월 한 달간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자료를 검색한 결과를 바탕으로 ‘부패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지방의회의 외유 뉴스가 전국적인 부패사건을 제치고 3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 전 의장은 지난 5월 거짓 핑계를 대고 칸영화제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경기도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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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