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심상찮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현장스케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30 11:04:26
  • 댓글 0개

활~활’ 꺼지지 않는 ‘역사의 횃불’로 번질까?

[일요시사=정치팀] 주말 저녁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규탄하기 위한 촛불이 전국에서 활활 타올랐다. 금요일이던 지난 19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진실 규명을 바라는 시민 5천명이 손에 촛불을 들었다. 국민이 든 촛불은 과연 진실을 밝히는 ‘역사의 횃불’이 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꺼지지 않는 촛불집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긴긴 여름 해가 서산에 지기 전인 오후 7시, 취재기자는 시청역 근처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곤봉을 든 앳된 모습의 경찰들과 맞닥뜨렸다. 촛불집회가 열리기로 한 시청광장과 한참이나 떨어진 곳까지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찰 행렬이 이어졌다.

“집회보단 문화제”

시청광장까지 이어진 대부분의 차도에는 수십 대의 경찰버스(일명 닭장차)가 ‘차벽’을 만들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아슬아슬하게 맞닿아 있었다. 촛불집회 현장을 볼 수 있는 작은 틈조차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몇몇 시민이 인도를 찾지 못 한 채 차도 위를 헤매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교통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 몇 차례 이어졌다.

경찰차는 비좁은 골목 구석구석까지 들어섰다. 거리는 경찰차에서 나오는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 찼다. 불편을 느낀 시민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동했다.

한 행인은 “촛불집회 시민보다 경찰이 더 많은 것 같다. 폭력적인 집회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경찰 인력이 이렇게 많이 투입될 필요가 있나? 다니는 데 불편만 가중 된다”라며 쓴 소리를 했다.

경찰차와 경찰들로 둘러싸인 시청광장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깃발을 든 대학생부터 촛불을 든 아이,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광장을 메웠다.


어둑해질 무렵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촛불집회 주최측의 참여연대 장정욱 팀장을 만났다. 장 팀장은 “콘서트를 여는 등 집회보다는 문화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도 크고 작은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함께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은 국가정보기관이다. 이들이 대선에 개입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장한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진상규명은커녕 갈수록 거세지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라며 “그럴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모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정 팀장은 언론 보도에 대해 “지상파방송 3사가 2008년과 달리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주 촛불집회에 참여한다는 시민 박영일씨는 앞뒤로 커다란 피켓을 둘러매고 있었다. 피켓 앞면에는 ‘국정원이 만든 가짜 대통령’이, 뒷면에는 고대가요인 '구지가'를 인용한 ‘귀태야 귀태야 민주를 내놓거라’라는 글이 적혀있어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운 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손을 치켜 올렸다.

차벽으로 둘러싸인 시청 앞 광장, 시민들 “물타기 절대 안 돼” 
“국정조사 진실 규명 못한다면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

박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칼을 앞세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더니 이제는 그 딸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됐다. 지금 선거법 위반도 유야무야 넘어가게 생겼다. 그런 건 애국이 아니다. 가짜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가수 손병휘씨는 이날 공연을 마치고 “민주공화국의 정부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덮기 위해 NLL 대화록, 4대강, 전두환 비자금 등 온갖 이슈 물타기를 하고 있다. 국민들의 촛불은 이에 대한 분노다”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 그 후에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법 위반이 분명한데도 원 전 원장은 개인비리로 구속됐다. 이것은 비열하며 국격을 떨어트리는 행태다. 또한 이에 침묵하는 방송3사는 ‘배부른 돼지’와 다를 것이 없다”며 핏대를 올렸다.



현장에서 연설을 마친 <국민TV>의 김용민 PD는 “촛불집회는 국민의 유일한 저항권 행사다. 보수세력은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들은 일종의 ‘집회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분노를 돌리기 위해 정치공작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지 않다. 물타기 여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라며 “국정조사에 MB, 원세훈, 김용판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야당의원의 질의가 보장되길 바란다. 진실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꼼수가 계속되는 한 촛불은 더욱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처음 참여했다는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관계자는 “사실 시사나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NLL 대화록 공개 등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국가 간 외교에 있어 어느 나라가 한국을 신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이 심해지면서 국민의 정치 불신이 깊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집회의 본질이 왜곡돼 진영논리화 되는 건 견제하되, 집회를 통해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정치에 압박을 주는 건 좋은 현상이다”라고 진단했다.

집회가 끝나고 현장에 남아 뒷정리를 하던 대학원생 김현수씨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굉장히 묵직한 사건임에도 기대했던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사실 놀랐다”라며 다소 실망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집회라기보다는 축제분위기에 가까워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회가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졌다. 집회가 끝나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처음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앞으로 계속 참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8월15일까지 이어져

촛불집회가 끝나면서 자리를 지키던 경찰들이 차량으로 이동했다. 거리 곳곳에서 벽을 이루던 경찰차도 하나 둘 사라졌다.

주최측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가 끝나는 내달 15일까지 촛불집회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정조사가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