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부로 치닫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드라마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찬란한 유산>은 최근 들어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주말드라마는 물론 주간 시청률 1위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보통 주말 저녁 시간엔 ‘기본’ 시청층이 있는 만큼 20% 전후의 시청률은 기대됐지만 이 정도로 선전할 줄은 대부분 예상치 못했다. 그렇다면 <찬란한 유산>이 소리소문없이 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이유는 뭘까.
이승기 한효주 배수빈 문채원… 맡은 배역 무리 없이 소화
반효정 김미숙… 농익은 연기로 드라마 완성도 끌어올려
무공해 착한 드라마… 가족애·권선징악 희망메시지 전달
<찬란한 유산>의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 등 ‘참신한 주연배우 4인방’에서 찾을 수 있다. <찬란한 유산>에서 긍정 에너지가 현실화되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한효주는 드라마 인기의 일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떠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한효주는 결코 슬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적극적인 개척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하나, 참신한 주연 배우들의 호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허당’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에 웃음을 선사한 이승기는 <찬란한 유산>에서는 예의 이미지를 탈피, ‘못된 남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자칫 예능과 경계점에서 흐트러질 수 있는 이미지를 이승기는 보다 나아진 연기력으로 극복,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주몽>과 <바람의 화원> 등 사극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던 배수빈은 <찬란한 유산>이 발견한 또 하나의 스타다. <찬란한 유산>은 극중 고은성(한효주)의 성공 스토리가 극의 중심을 이룰 예정으로 이를 곁에서 조용히 돕는 박준세 역의 배수빈은 ‘훈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람의 화원>에서 극중 윤복(문근영)과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정향으로 출연했던 문채원은 <찬란한 유산>을 통해 현대극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문채원이 맡은 승미는 어떻게 보면 가장 복잡한 캐릭터. 그녀는 극 초반 다소 애매했던 캐릭터의 성격을 현재는 자기 나름의 캐릭터로 잘 소화해 드라마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둘, 중견연기자들의 빼어난 연기
<찬란한 유산> 인기의 또 다른 축은 반효정, 김미숙 등 중견 배우들의 호연에서 찾을 수 있다. 깊은 내면이 드러나는 농익은 연기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극중 선우환의 할머니로 ‘진성 설렁탕’을 이끌고 있는 반효정은 우연히 고은성(한효주)의 착한 심성을 알게 되고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성공을 돕는다. 반면 자신의 손자 환(이승기)에게는 매몰차다고 할 만큼 차갑게 대하며 ‘사람 만들기’에 나선다.
조연이지만 <찬란한 유산>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그녀의 ‘냉온탕’을 오가는 연기는 시청자 호평을 이끌고 있다. 김미숙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참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을 찾았던 김미숙은 <찬란한 유산>에서 미소 짓는 악녀의 절정을 보여준다. 남편의 사고소식을 듣고는 보험금을 혼자 챙기려 배다른 딸인 은성(한효주)과 그 동생 은우(연준석)를 길거리로 내쫓고, 그것도 모자라 정신지체아인 은우를 멀리 내다버리기까지 한다.
살아온 남편을 반기기는커녕 갖은 거짓말로 은성을 만나려는 그를 절망에 빠뜨리고, 모든 것이 탄로나자 거꾸로 은성을 거둬 유산까지 주려하는 장숙자(반효정) 여사를 찾아가 거짓말로 은성에게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그녀는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자신이 하는 행동에 감정을 최대한 숨긴다.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거짓말은 이 차분하게 숨겨진 감정 뒤에서 좀체 진면목을 드러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앞에서 답답할 정도로 착하기만 한 고은성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뭐라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 미소 짓는 악녀에게 완벽한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 김미숙의 연기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악역 연기를 잘해서만이 아닌 백성희의 차갑고 살벌한 계모의 모습과 연약한 여자의 모습을 오가며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공분을 사는 등 이미지를 180도 바꾸며 드라마 인기 몰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셋, 당차고 감동적인 성공스토리 전개
<찬란한 유산>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은성(한효주)이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동생 등 모든 것을 잃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안하무인 부잣집 도련님 선우환(이승기)과의 로맨스, 의붓자매 유승미(문채원)와의 미묘한 경쟁이 긴장감을 더한다. 최근 선우환과 고은성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러브라인이 강화되고, 이를 질투하는 유승미가 악행을 서슴지 않는 등 삼각관계가 심화되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권선징악이라는 카타르시스도 인기 요인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실종 배경인 새엄마 백성희(김미숙)의 악행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은성이 자폐증에 걸린 자신의 동생을 버린 사람이 성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권선징악 욕구를 자극한다. 또 보통 사람인 여주인공의 성공기가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고은성은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내몰리고도 새벽에는 우유배달과 낮에는 진성식품 설렁탕집 직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틈틈이 동생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부모님도 그리워한다. 끈끈한 가족애를 통해 ‘아무리 어려워도 힘이 되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다. 은성의 성공을 독려하는 장회장(반효정)과 키다리아저씨처럼 곁에서 지켜주는 박준세(배수빈)의 존재도 어려운 시대를 사는 시청자들에게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