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풀가동 전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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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매우 쳐라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위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에 휘몰아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간 박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선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대통령을 '성동격서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이는 병법(兵法)의 한 가지로, 한쪽을 공격할 것처럼 속여서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 다른 쪽으로 쳐들어가 적을 무찌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정국의 핵 원세훈
개인비리로 묶어두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자칫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NLL·4대강 논란 등에 불을 지펴 야당의 공세를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이나 국정원법 위반이 아닌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는 일단 물 건너간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0일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원 전 원장을 전격 구속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황보건설의 황보연 대표로부터 5000만원어치의 선물과 현금 1억6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공사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그냥 생일선물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원 전 원장은 "억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그냥 생일선물"이라고 답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게 바로 뇌물이에요" "진짜 뇌물을 얼마를 줘야 하는 거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사건 자칫 박근혜정부 '정통성 시비' 비화 가능성 커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시국선언 확산, 박근혜 책임론 일어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개인비리 혐의에 덮여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진보정의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국기문란 행위의 진상과 책임이 혹 원 전 원장 개인비리에 덮이는 일 따윈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한 누리꾼 역시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먼저 구속했어야 했다. 뇌물 및 금품 수수는 한낱 여죄일 뿐이다. 개인비리로 물 타기 하지 마라"라는 의견을 남겼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정원에 대한 민심은 점점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마저 새누리당의 배수진으로 표류하자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민심이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집회에선 일주일 새 2배로 늘어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후 최대 인원이 몰렸다.

NLL카드 실패
'물 타기용' 비난

집회를 주최한 '국정원 대응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참가자를 2만3000여 명(경찰 추산 6500명)으로 추산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지난달 21일 처음 열렸으며, 초기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평일 150~200명, 주말에는 1000여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물타기와 버티기 역공이 계속되면서 국민 반발이 증폭, 지난 8일 집회 때부터는 1만여 명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라 서울대 등 이미 전국 30여 개 대학교수들이 참여했고,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수들의 이 같은 규모의 시국선언은 극히 이례적이다.


청소년도 들고일어났다. 전국 464개교 중·고등학생 817명이 지난 17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 이들은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청소년 6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3%가 '국민의 촛불, 시국선언의 확산을 막기 위한 물타기용'이라고 답했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33.2%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촉구'라고 답했다. 이어 '국정조사'(24%), '철저한 진상규명'(20.4%), '원세훈·김용판 구속'(1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의혹과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박 대통령은 이에 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정지지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이 현 정국의 위기를 제대로 관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4대강 감사에
친이계 반발 극심

첫 번째 '물타기용'으로 꼽히는 NLL대화록 공개는 '역풍'을 맞아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성급한 자충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폭 줄었다. 물타기라는 비난에도 여야의 NLL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에 국정조사가 미뤄져 새누리당으로선 충분히 시간을 번 셈이다.

NLL 정국이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즈음, 박 대통령은 '4대강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이 야권과 사활을 건 대치전선에서 4대강 사업은 국정원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야권의 '대선불복' 조짐을 진화하고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산은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 정리 '이명박근혜' 고리 끊는 첫 단계로 인식돼
국정원 국정조사 앞두고 검찰 전두환 일가 본격적 압수수색

국민들은 그동안 4대강 사업 정리는 '이명박근혜'라는 고리를 끊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이명박정부의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아 박근혜정부의 앞길을 순탄하게 다지는 첩경 역할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이보다는 현정권 앞에 가로놓인 '국정원' 산을 넘기 위한 정치적 징검다리의 성격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웬만해서는 실명보도를 삼가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감사원이 4대강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내 이름을 써도 좋다"면서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첫 포문을 연 것도 그렇다.

친이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4대강을 ‘정치제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마저도 감사원의 4대강 결과에 대해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정리로 인해 당내 친이와 친박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난센스"라 해놓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에 대해 여당 내 잡음이 일자 이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지난달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가 불거질 당시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에서 해결을 못 하고, 이제야 새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새정부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앞두고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는 것.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찾기가 '박 전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다.

진통 끝에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이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새누리당 정문헌·이철우 의원과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개점휴업상태였다.

이들 의원들이 모두 특위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15일 만에 본격적으로 특위가 열렸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모든 이목이 쏠려 특위 진행 과정과 성과가 얼마나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이은 박 대통령의 다음 성동격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눈부신 탈출능력으로 위기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박 대통령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동욱 검찰총장 VS 전두환 '다시 이어진 악연'  

"무력 점거, 군사 반란 아니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 총장은 취임 이후 전 전 대통령 등 고액 벌금 추징금 미납 집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추징금 환수 특별팀 구성을 지시했다.

채 총장은 지난 95년 5·18특별법 제정으로 구성된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해 전 전 대통령의 공소유지를 맡은 전력이 있는데 이번 검찰수사와 맞물려 두 사람의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채 총장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전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해 집중 추궁했다. 채 총장은 1996년 3월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12·12군사반란이)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이지요?"라고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 계통입니까?"라고 반문했고 채 총장은 "국방부, 육본 등 정식 지휘계통의 지휘에 따라야 할 군부대로 하여금 대통령의 사전 승인조차 없이 무력으로 국방부와 육본을 점거하도록 한 것은 결국 군사반란이 아닌가요"라고 불법성을 강조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그때 상황으로는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채 총장은 특히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할 때 논고문 초안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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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