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망원렌즈사용·반입 금지법' 추진 논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7 09: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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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에선 '꼭꼭 숨어라 스마트폰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원들 사이에 '스마트폰 주의령'이 내려졌다.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을 열었다가 망신살을 톡톡히 보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륜을 의심케 하는 문자메시지에서부터 누드사진 검색, 그리고 인사 청탁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국회의원들은 한 차례 호된 홍역을 치렀다. 그들을 주시하는 사진기자들이 영 불편했던 모양일까? 얼마 전부터 국회에는 망원렌즈 사용과 반입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내막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의원들끼리 모여 스마트폰 내용을 찍어 언론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더라. 보좌진끼리도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어느 보좌관의 이야기다. <일요시사>는 지난주 국회에서 망원렌즈 사용·반입 금지법안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오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듣고 국회에 확인한 결과,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망원렌즈 사용을 금지하자는 이야기가 의원총회나 사적인 자리에서 몇 차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사진기자들과 보좌관들은 '언론탄압'의 발상이라고 크게 반발하며 법안 통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자칫 정치생명 위험

지난해 11월 국회의원의 스마트폰 내용이 담긴 사진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문자메시지가 그것이다. 한 의원은 '이뻐 오늘은 너무 늦지 않으려 하는데 자기도'라는 문자내용으로 불륜 의혹을 일으키며 주말 한 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 의원의 요청으로 곧 삭제돼 외압 의혹까지 일었다.

올해 들어선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심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누드사진을 검색해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심 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통화에서 "누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중의 소리>는 심 의원이 직접 스마트폰에 '누드사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사진을 공개해 그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해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심 의원의 해명은 계속됐다. 누드 논란으로 윤리특별위원직에서 물러난 심 의원은 '스마트폰을 통한 성인사이트 접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누드사진을 검색했을 뿐이다'라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뿌렸다.

심 의원은 뒤늦은 해명자료를 뿌린 직후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럴듯한 법안이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자신의 누드검색을 합리화하려는 '짜내기 입법'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후 심 의원은 인터넷 포털에 누드 검색 사건과 관련된 블로그 등의 게시물과 댓글이 검색되지 않도록 해줄 것(임시 조치)을 요청했지만 심의에서 기각돼 체면을 구겼다.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인사청탁 등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연이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4월29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보좌관으로부터 "의원님, 공○○ 회장 아드님 취업 관련 부탁 연락 왔음. 국방과학연구소. 의견 주십시오" "의원님, 국회담당관 통해 확인해본 결과 이번에는 분야가 해당이 안 됩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연이어 들어왔다.

6월13일에는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는 장면이 딱 걸렸다. '친하게 지내는 분의 배우자가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2차 합격하면 근무처는 각 지역교육청 내 ○○센터로 근무부서와 동일한 자리,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성가대를 비롯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의원총회, 보좌진 모인 자리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불만
특수필름, 반투명 케이스까지, 의원 '스마트폰 보안'에 총력


합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체 채용인원과 2차면접날짜까지 상세히 찍어 보낸 것이었다. 오 의원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에 "존경하는 교육감님, 항상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 아니라…"는 인사말을 덧붙여 충북도교육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민원'은 결국 통하지 않았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의 최종합격자 발표에 즈음해 "청탁 당사자가 면접시험에 응하지 않아 합격자 명단에 들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관계자들은 오 의원의 문자메시지 발송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6월27일 국회 본회의장. 회의장보다 한 층 높은 곳에 위치한 취재기자석에 있던 사진기자들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스마트폰에 카메라 초점을 맞췄다. 전날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을 지난해 대선 전에 입수했다"는 발언을 했다는 전언이 보도되면서 진위 논란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비공개 회의 발언을 발설했다고 알려진 의원의 해명 문자메시지를 읽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라며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노출된 문자메시지의 파급력은 컸다. 사진 한 장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수백 건의 기사를 생산해냈다.

의원들은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망신살이 뻗치는 것을 넘어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보니 더욱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 본인만 확인 가능한 특수필름을 화면에 부착하거나 같은 기능이 포함된 반투명 보호케이스를 사용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망원렌즈법 사용·반입 금지 법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한 국회 보좌관은 "보좌관들도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청탁이나 국회의원 사생활에 관한 것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전달하다보니 언제든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법안 상정 어려울 듯

국회 본회의장에 사진기자들이 망원렌즈를 사용하거나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한 이야기는 여야를 막론하고 보좌관들을 통해 광범위하게 오가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 발의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지만, 법안 필요성에 대해서는 몇몇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만약 법안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상정되고 통과되기까지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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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