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히든카드 '박근혜 X파일' 실체 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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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과연 '박근혜 X파일'을 만들었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과 4대강 사업 관련 금품비리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 X파일의 실존 여부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에서 '박근혜 X파일을 폭로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시사>가 한동안 잠잠하던 박근혜 X파일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과 고가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정치권은 MB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MB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순간에 '이명박근혜'의 공조(?)가 또다시 이뤄지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가능성은 반반으로 엿보인다. 작년 대선 전부터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떠돌았던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폭탄급
원세훈 입

"원(세훈) 전 원장은 MB가 재산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원 전 원장을 터는 것은 결국 MB를 터는 것이다. 검찰 수사강도를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다시 '빅딜'을 제안하려 할 것이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MB와 박근혜 대통령의 빅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이미 작년 대선 당시 각 후보 진영에서 파다하게 나돌았던 '박근혜 X파일'을 일컫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결국 박근혜 X파일의 폭로 여부, 또는 폭로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수사강도 두고 MB 쪽에서 현 정권에 '빅딜' 제안할 것"
"박근혜 불법사찰 위해 MB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움직였다"

실제로 얼마 전 여의도와 서초동 사이에서는 원 전 원장 측에서 "재직기간 동안 알게 된 '친박 X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사실상 청와대를 정면 겨냥해 협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정치권에서 원 전 원장을 계속 궁지에 몰아넣으면 원 전 원장 측이 결정적인 카드를 꺼내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의 수장으로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비리도 상당수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새누리당이 원 전 원장의 불구속 기소를 종용하거나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NLL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들이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원 전 원장의 입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새누리당 핵심과 청와대 실세들이 원 전 원장 측과 모종의 빅딜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
'사찰수첩' 전격공개

박근혜 X파일은 MB정권 시절 전국을 뜨겁게 강타했던 '민간인 사찰'과 맥을 같이 한다. MB정권의 민간인 사찰로 논란이 불거질 당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침묵사찰 박근혜, 불법사찰에 동조한다"라고 비난의 날을 세운 바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0년 12월7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던 때였다.


민주당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정권 차원의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008년 당시 청와대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의 동향을 기록한 이 전 행정관의 수첩사본을 공개하면서 "C&그룹의 임모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D일식집'에서 식사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며 "전남 영광 출신의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왜 모시고 갔는지, 임 회장과 회동을 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탄생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수첩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찰수첩에 노조동향과 구성원의 성향, 쫓아내려는 공기업 임원직의 판공비,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심, 휴대폰 도청 열람한 일, 세무조사, 누구를 밀어내기 위해서 누구를 압박해야 하는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행위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발언으로 국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MB정권의 박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이 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친박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당시 박 대통령 역시 정권 차원의 뒷조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뭔가 있다?'
역효과 조심

정작 피해자인 박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였다. 유력 대선후보가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사자는 가만히 있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강하게 나서라는 주문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도 이후 사찰의혹 논란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이었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매체를 통해 "사찰 이야기는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다. 사찰을 했느냐 마느냐에 대해 더 알아보겠지만 루머로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우리는 사찰의혹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찰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강한 대응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vs 친박계 여권 분열 막기 위해 침묵·무대응 일관  
작년 대선 당시 연이은 금품비리·공천헌금은 X파일 맛보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대다수 박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이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사찰의혹에 강하게 대응을 하면 여권 내에 분란이 벌어져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구도가 될 것으로 판단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일은 저절로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MB정권 심판이라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잘못하다가는 악화되는 여론으로 국정지지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작년 대선개입 의혹을 다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NLL논란인데, 예상 외로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지금 친박 인사들은 원 전 원장의 입이 제일 무서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박 비리로 쑥대밭
'최후의 무기' 지켜봐야 


그는 "작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일명 '꼬리 자르기 사건'으로 유명했던 공천헌금 사건이 X파일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그는 "MB가 취임하자마자 사찰해서 쌓아놓은 자료만 해도 어마어마한 걸로 알고 있다. 대선 때는 MB가 정무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 쪽에 사람 하나를 심어놨는데 그 사람이 자금 흐름의 전 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좀 이상하다 싶은 건 따로 모아놓고 그때그때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의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오고 연타로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자금수수 혐의가 검찰에 수사망에 오르는 악재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 격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대통령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그 진위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날 송영선 전 의원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 진영은 한때 쑥대밭이 됐다.

정치권은 그때 '호되게' 당했던 박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무리하게 몰고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이 협박에 가까운 폭로전을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측근의 공천헌금 정도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한폭탄'이 돼버린 원 전 원장의 입에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MB와 박 대통령의 물밑 줄다리기도 한동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MB가 가지고 있는 박근혜 X파일이 자신의 퇴임 후를 충분히 보장받고도 남을 만한 '비장의 무기'인지는 검찰의 수사를 더욱 지켜봐야 알 일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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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