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공급이 수요 제압 “이대론 안 된다”

말 많고 탈 많은 대한민국 ‘골프장 실태’ 긴급점검

대한민국 골프장의 상황은 과연 어느 단계쯤 와 있을까. 현재 전국의 수많은 골프장들이 경영난으로 아우성이다. 지방세 체납과 부도 등으로 매물로 나와 있는 골프장도 30여 곳에 이른다.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골프장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골프 도·농 평준화, 전국토의 골프장화
시·군 골프장 보유율 80%, 용인시 최다

골프장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과다 공급에 있다. 전국 군(郡) 단위 어디를 가도 골프장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방곡곡 골프장 천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골프장 현황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 5월1일 기준 운영 중인 골프장은 473개다. 이 가운데는 회원제골프장이 225개, 대중제가 215개. 여기에 군(軍)골프장 33개 등이 있다. 군 골프장을 빼더라도 현재 440개소가 경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퍼블릭골프장

골프장 경영이 어렵다고 난리지만 현재 건설 중인 곳과 계획 중인 곳도 많다. 전국적으로 공사 중인 골프장은 100개소나 된다. 회원제가 37개, 대중제가 62개로 대중골프장이 훨씬 많은 것은 골퍼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들 골프장 중에 20여 곳이 올해 개장 계획을 잡고 있어 올해 안에 운영하게 될 골프장 수는 500여 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곳도 24개로 파악됐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아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영 중, 공사 중, 인허가 중인 골프장을 모두 합치면 골프장 수는 무려 600개에 달한다.
경기도는 운영 중 138개, 공사 중 19개 등 모두 157개다. 경기도는 운영 중 골프장 기준으로 전국의 30%를 차지하는 ‘골프특별도’로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의 골프장 약진도 눈에 띈다. 강원도는 운영 중 53개, 공사 중 18개 등 모두 71개를 기록, 경기도에 이어 제2의 골프메카로 급부상했다.
대표적인 골프 관광지인 제주도는 운영 중인 골프장이 40개로 나타났다.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도 상상을 초월한다. 운영 중인 440개소의 총면적은 414㎢로 남한 면적(9만9373㎢)의 0.5%에 달한다. 여기에 건설 중인 골프장 96㎢를 합하면 510㎢나 된다.
운영 중인 440개 골프장의 총 홀수는 8315개 홀이다. 여기에 건설 중인 골프장 1781개 홀을 더하면 총 골프장 홀수는 1만개가 넘는 1만96홀이 된다. 이를 18홀 골프장으로 환산할 경우 운영 중 골프장은 461개, 건설 중 100개, 전체 561개가 되는 셈이다.

 

 

총면적 남한의 0.5%, 총홀수 1만여개
경기·강원·전북 등 이미 과포화 상태


이렇듯 대한민국 시골마을까지 번진 골프장은 현재 지방의 군 단위까지 급속하게 퍼져있다. 이는 세수확보를 고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골프장 유치경쟁과 골프장 잔여부지 틈새를 노린 기업들의 뜻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제주도와 광역시 등을 뺀 전국 8개 도의 행정구역상 시·군은 모두 150개. 이 가운데 80%에 달하는 120개 시·군에서 1개 이상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에 있다. 이들 지역의 골프장 수(군 골프장 제외)는 총 365개(운영 중274, 공사 중 91)다. 이를 150개 전체 시·군 평균으로 나누면 1개 지역 당 3개의 골프장이 있는 셈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과천, 광명, 구리, 부천, 수원, 안양, 의왕, 오산, 의정부시 등 9개 시를 뺀 22개 시·군에서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용인시는 29개로 전국 시 단위 중에 골프장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개의 안성시는 용인시 다음으로 많은 시에 이름을 올렸다. 여주군은 22개로 전국 군 단위 중에 최다 보유기록을 갖고 있다. 지방의 단일시 중에는 충북 충주시가 18개(공사 중 5개 포함)로 많았다.
경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 시·군에서 골프장을 1개 이상 운영 중이거나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경남의 행정구역상 시·군은 18개. 이 가운데 거제시, 김해시, 밀양시, 사천시, 양산시, 진주시, 창원시, 고성군, 남해군, 산청군, 의령군, 창녕군, 함안군, 함양군, 합천군 등 15개 곳에서 1개 이상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나머지 3개 지역인 하동군, 거창군, 통영시(인허가 중)도 골프장 건설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머지않아 도내 시·군별 100% 골프장 보유 기록을 가질 예정이다.

어렵다더니… 뜨거운 열기

전북의 골프장 열기도 뜨겁다. 14개 시·군 가운데 13곳이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군산시, 김제시, 남원시, 익산시, 전주시, 정읍시, 고창군, 무주군, 순창군, 완주군 등이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임실군, 장수군, 진안군은 건설 중에 있다. 부안군만이 전북에서 유일하게 골프장이 없는 상태다.
이밖에 강원도는 18개 시·군 가운데 15개, 충남 15개 중 11개, 경북 23개 중 18개, 전남 22개 중 16개, 충북 12개 중 7개 등의 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지자체들의 골프장 사랑이 뜨겁다.
이러한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인해 국내 골프장산업 중 회원제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 사태, 중과세율 부담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있는 회원제골프장들은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퍼블릭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에는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골퍼들도 국내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으로 4만∼5만원 정도 비싼 회원제보다는 퍼블릭골프장을 선호하는 것도 회원제의 퍼블릭골프장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미 2010년 이후 최근까지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골프장 수가 8개소, 전환예정인 곳이 3개소에 달하고 있다. 골프회원권 폭락세가 지속되고 회원권 신규분양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회원제로 인허가를 완료한 골프장과 입회금 반환 사태에 직면한 골프장을 중심으로 퍼블릭 전환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퍼블릭골프장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값싸게 칠 수 있는 골프장이 많아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골프대중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원제의 퍼블릭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체육시설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조항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즉 이 조항에서는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회원승계의무조항을 두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이 조항 때문에 부도난 회원제골프장의 M&A(인수·합병)를 지연시키고 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신설 조항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회원제골프장이 입회금을 반환할 경우, 전체 회원의 80%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퍼블릭골프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라는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

 

 

개별소비세 폐지 ‘부자 감세’ 논란

사치성 시설인 회원제골프장은 회원을 모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입회금 반환과 중과세율 적용 등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회원제골프장 그린피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면, 경영실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적자경영이 불기피하고 결국에는 일부 대기업 소유 골프장을 제외하고 적자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원제골프장은 회원모집 혜택을 주면서 재산세, 취득세, 개별소비세 등의 중과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반면, 퍼블릭골프장은 회원을 모집하지 못하면서 일반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그런데 개별소비세를 없애면, 회원제와 퍼블릭 간의 세율 균형이 깨지고 골퍼들이 퍼블릭에서 회원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퍼블릭의 경영난을 갖고 오고 정부가 기대하는 내수 활성화나 해외골프여행객의 국내 유턴(U-turn)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회원제를 주로 이용하는 회원권 보유자·이용객들은 초상류층 내지는 중상류층이라는 점에서 ‘부자감세’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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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