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여름휴가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32:52
  • 댓글 0개

복잡한 국정 떠나 재충전…'000구상'에 정국 와글와글

[일요시사=정치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일반인들처럼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대통령의 휴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난 후 개각이나 정계개편 등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개개인의 성격만큼이나 달랐던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휴가 스타일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지만 대통령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는 대통령이 복잡한 국정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는 곧바로 국정의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대통령들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휴가를 순수하게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활용할 순 없다. 휴가기간 동안 모처럼 여가를 즐기면서도 한편으론 국정현안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청남대 구상
이번에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역대 대통령들은 개각이나 정계개편 구상을 발표하거나 정국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반환되기 전까진 '청남대 구상'이란 정치용어가 유행했을 정도였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정치권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한편 대통령의 휴가는 무척 제약이 많다. 경호상의 문제 때문이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휴가스타일은 개개인의 성격만큼이나 판이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휴가지는 거의 비슷했다. 주로 대통령 별장이나 군(軍)시설을 이용해 휴가를 즐겼다. 또 역대 대통령들은 보통 정치휴지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휴가를 떠났다.


우선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여름휴가지로 즐겨 찾은 곳은 강원도 화진포의 별장이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아름다운 화진포는 거대한 호수가 숲과 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관심
역대 대통령 단골 휴양지는 어디?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화진포로 강제로 옮기게 했다. 서울YMCA 학감이던 1911년 처음 이곳에 들렀던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대통령이 된 후 이 곳에 단층 건물로 별장을 지었다. 이른바 이승만 별장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한동안 방치되어 허물어졌다가 1999년 복원돼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유품과 역사적 자료 등을 전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여가로 주로 낚시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로 찾은 휴가지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저도에 있는 '청해대'다. 저도는 섬 전체가 해송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섬이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가 1993년 지정 해제됐다. 청해대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청해대
청남대

여름휴가차 저도를 찾기로 한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에 "저도에 있는 목조건물을 손질해 잠을 잘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경호실에서는 기존의 목조건물을 아예 허물고 번듯한 새집을 지어버렸다. 일종의 과잉충성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화를 내며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참모들의 만류로 겨우 청해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를 냈던 박 전 대통령은 막상 휴가를 보내보니 청해대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청해대는 그해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청해대는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해군이 관리하면서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때때로 이용했다. 청해대에는 대통령실과 건물 3동, 9홀짜리 골프장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여름휴가지로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를 애용했다. 청남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해 있다. 축구마니아인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가족·경호실 직원 등과 축구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청남대는 지난 1980년 11월 전 전 대통령이 대청댐 완공 직후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낸 뒤 공사가 시작돼 1983년 완공됐다. 이후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여름휴가지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으로 이양하며 민간에게 개방했다.

청남대는 2층 집으로 돼 있으며 5∼6개 방과 회의실, 식당 등으로 이뤄져 있다. 6홀짜리 미니 골프장도 있다. 전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청남대를 애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골프마니아였다. 싱글에 가까운 골프실력을 자랑했던 노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청남대에서 골프삼매경에 빠졌다.

반면 '서민대통령'을 표방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조깅을 즐겼다. 김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기간 청남대에 설치된 조깅코스에서 매일 2km씩 조깅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 별장은 김해를 비롯해 4군데가 있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모두 폐쇄하고 청남대 한 곳만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의 청남대 사랑은 특히 유별났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수해로 인해 휴가를 취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임기 내내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때마다 사고
휴가 가기 힘드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휴가가 아니더라도 정국이 꼬일 때마다 청남대로 향했다.집권 초기 금융실명제 발표를 앞두고 청남대에 머물면서 마지막 정리를 했고, 대대적인 사정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청남대에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을 앞두고도, 국회에서 노동법이 변칙 통과된 직후에도 청남대에서 생각을 가다듬었다.때문에 당시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이 청남대로 향하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여름휴가지로 청남대를 애용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청남대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 별장을 폐쇄한 덕분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휴가를 떠나지 못했고, 임기 마지막 해에는 아들 문제로 별도 계획없이 관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매년 청남대를 찾아 휴식을 취했다. 김 전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산책이나 서예로 여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해마다 광복절 축사와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이곳에서 정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독 여름휴가와 인연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3년에는 지방의 한 휴양지에서 1주일간 푹 쉬었지만 2004년에는 탄핵사태로, 2006년에는 수해로,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휴가 때도 국정서 눈 못 떼 "지도자는 괴로워"  
'청남대' 괜히 없앴나? 청와대 휴가지 물색 고충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유일한 대통령 별장이던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청북도에 넘기면서 휴가 때마다 여러 고충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반환한 이유는 청남대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었고, 권위주의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청남대 반환은 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남대 반환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마땅한 휴양시설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에는 대전 군 휴양지, 2005년에는 강원도 용평에서 휴가를 보냈다. 그때마다 여러 가지 경호상의 문제가 불거졌다. 장소를 빌려준 쪽에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청와대에서는 청남대를 대체해 대통령이 쉴 만한 휴양시설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로 군 시설에서 휴가를 즐겼다. 이 전 대통령은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기간 국정 구상을 하거나 테니스와 낚시, 독서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북(전자책)을 이용해 독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서울시장 퇴임 이후 한 차례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하다 취임 후인 2008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의 여진이 아직 남아있을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참모들이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휴가를 떠나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방송 좌담회에서 "내가 일하면 많은 사람이 일해야 된다. 괴롭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카바보' 박근혜
휴가도 조카와?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4박5일 동안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휴가장소와 정확한 일정은 경호상의 문제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다.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다. 이듬해에도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휴가일정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다.


다만 박 대통령의 휴가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청해대가 있는 저도라는 관측이다. 청해대는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던 장소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04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함께 저도에 놀러갔던 생각이 난다"며 "저도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조카사랑이 유별나 이른바 '조카바보'로도 불리는 박 대통령이 조카 세현군을 만나기 위해 여름휴가를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가족과 함께 보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휴가를 청와대에서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는 주로 자택에서 머물며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