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수입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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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피부에 독을 바른다?

[일요시사=경제1팀] 화장품 안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명품’이나,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말만 믿고 제품을 찾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들 제품에 함유된 성분이 사실상 피부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 바르면 ‘득’이 아니라 ‘독’이 되는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봤다.



일명 기적의 크림이라 불리는 ‘힐링크림’에서 유해성분으로 분류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다량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두 번째. 그야말로 기적의 크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해당 화장품을 바르기만 하면 자신도 연예인들처럼 ‘꿀피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기적’말이다.

무심코 바르다간…

지난 2일 한 방송매체는 식약처에서 안전하다고 확인한 미국 마리오 바데스쿠사의 ‘힐링크림’ 제품에서 스테로이드 제제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수입화장품은 ‘기적의 크림’이라고 까지 불리는 제품.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애용해 주목을 받았고, 효과 역시 탁월해 ‘기적’이라는 별칭이 붙은 크림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 수입됐고, 국내 대형 홈쇼핑에서도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제품의 표면에는 스테로이드 첨가 사실이 표기되어 있지 않고 ‘피부 진정’과 ‘저자극’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소비자들은 ‘힐링크림’을 바르고 나면 눈에 띄게 트러블 피부가 개선되며 요철이 있던 피부가 매끈하게 가꿔지는 것을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통을 모두 비운 다음 사용을 중지하면 푸석해지는 등 급격히 피부가 나빠져 값비싼 힐링크 림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 크림의 후기 가운데에는 실제 부작용을 호소하는 내용이 상당했다. “효과가 너무 좋으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잠깐 안 바르니 얼굴에 좁쌀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고,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미치겠다”는 사용자의 증언도 뒤따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검사 결과, 해당 크림에는 화장품 배합금지 성분이 들어가 있었다. 식약처는 문제의 수입화장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는 지난해 수입된 힐링크림 중 6월에 만들어진 제품에서만 스테로이드가 검출됐고 나머지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판매분 7만여개 중 지난해 6월 제조된 1만여개 분에 리콜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이후에도 힐링크림을 바른 소비자들의 부작용이 이어졌다. 얼굴 전체가 붉어지고 뭔가가 났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매체가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한 제품 중 2종류를 수거해 외부전문기관에 성분 분석을 맡겼고, 그 결과 2개 제품 모두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됐음을 확인했다.

또 스테로이드 성분 중 매우 독한 성분인 트리암시놀론이 식약처 검출 용량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장기간 피부에 사용할 경우 피부를 위축시키고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의 경우 현재 정식 판매 경로로 유통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수입 화장품의 안정성 문제는 그간 꾸준히 불거져 왔다. 최근에는 일본 화장품 가네보가 한국 등 아시아 10개국에서 판매한 미백 화장품 45만개를 모두 자진 회수한다고 밝혔다.

‘힐링크림’서 또 스테로이드 성분
중금속 립스틱에 수은 필링제품도

외신에 따르면, 가네보는 제조ㆍ판매한 일부 미백 화장품에서 피부에 흰 얼룩이 생기는 부작용 피해 사례가 39건 접수됐고 이에 따른 조치로 제품을 회수한다고 전했다.


일본의 피해 사례 중 14건은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회복했지만 15건은 치료 중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가네보가 독자 개발한 미백 성분 ‘로도데노루’이 함유된 화장품으로 2008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홍콩, 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10개국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미국산 립스틱이 온라인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32개 제품의 립스틱과 립글로즈의 중금속 농도를 측정해 본 결과 카드뮴은 16개, 크롬은 22개, 납은 24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이 보고서는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보다 입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는 립스틱의 중금속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립스틱을 주 3회 이상 바를 경우 류마티스 위험도가 71% 높아지고 16세 이전부터 바르면 95%까지 상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얼굴의 각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필링 제품에서는 수은이 검출돼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10여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수입 필링 제품에서 수은이 검출된 것이다. 인터넷 구매대행 업체 5곳에서 판매된 화장품 ‘EV Princess Express Peeling’제품은 수은이 931ppm 검출돼 기준치인 1ppm을 훨씬 초과했다. 중금속인 수은은 피부에 직접 접촉하면 단기적으로는 피부가 붉어지고 화끈거리며, 장기간 노출 되면 국소적으로 피부염 및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

또 해당 제품은 ‘상품명’, ‘Expiry Date: 2016.12.16.’ 등의 표시는 있으나 ‘제조국’, ‘제조원, ’제조번호‘ 등의 표시가 없어 문제가 됐다. 이에 식약청은 해당 제품을 팔고 있는 사이트의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고 관세청에 수입 및 통관을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득’보다 ‘독’

잇단 수입화장품 유해성 논란에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이들 유해 화학성분이 다량 함유된 제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 노화, 염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연주의’ 성분을 표방하거나 좋은 제품이라고 입소문이 난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유해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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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