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골프장 캐디의 ‘일반학 개론’

‘15번째 클럽’ 엄마캐디부터 전문캐디까지

프로 골프선수들의 캐디백은 족히 20㎏은 나간다. 이 백을 짊어지고 다니는 캐디는 18홀 라운드마다 8㎞쯤 걷는다. 남자 대회는 대개 72홀, 4라운드를 치르니까 나흘 동안 최소 32㎞를 도는 강행군이다. 캐디 일은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하는 '중노동'인 것이다.

 

캐디 선택제 과연 필요할까?
교과서 아닌 참고서일뿐이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배상문 선수. 그의 캐디백은 불과 몇 해 전까지 어머니 시옥희(57)씨가 멨다. 키 155㎝, 몸무게 54㎏의 50대 여성이 프로용 캐디백을 메는 건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4라운드 대회를 마칠 때마다 몸져누울 만큼 심하게 몸살을 앓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다”

시씨는 남편이 출가하는 바람에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줄곧 홀로 키웠다. 운동을 좋아하는 외아들에게 야구든 스키든 뭐든 해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결국 골프채를 쥐어줬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감당하기 벅찼다. 집도 팔고, 자동차도 팔고, 심지어 반지까지 팔아 아들 훈련비용을 댔다. 직접 백을 멘 건 캐디피라도 아낄 요량에서였다.
시씨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극성 엄마’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들이 경기를 잘 못하면 그 자리에서 심하게 야단을 치곤해 주위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아들의 티샷이 워터헤저드에 들어간 지점을 놓고 거칠게 항의하다 1년간 출전정지 처분을 당한 적도 있다. 시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따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때는 너무나 절박했다”라고….
“나는 어머니가 흘린 눈물의 양을 알고 있다. 어머니께 ‘성공’이란 두 글자를 선물하고 싶었다.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다.”
배상문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우승컵보다 훨씬 값진 아들의 헌사이지 싶다.
자식을 위해 캐디는 물론 코치, 매니저까지 1인 3, 4역을 마다하지 않은 열혈 아버지들은 많지만, ‘엄마캐디’는 배상문의 어머니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PGA투어 진출 17개월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예상보다 빠른 편이고, 올해 27세로 아직 젊다. 어머니의 모진 고생은 끝났지만, 아들은 이제 시작이다.
비자모임이 골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하반기 온·오프라인으로 376명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조사대상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캐디와 카트이용에 관한 골퍼들의 인식을 짚어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승용카트 이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고 캐디피나 카트이용료에 대한 부담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눈을 끄는 것은 ‘캐디선택제’에 대한 설문결과였다. 캐디선택제를 운영할 경우 그 골프장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7.5%인 329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캐디도 사람인 이상 우열이 있을 수밖에 없고 비슷한 실력을 갖추었다 해도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나의 클럽별 비거리와 굳은 습벽, 취약한 부분과 강점을 훤히 꿰뚫고 있고 상황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캐디라면 누구라도 그런 캐디를 선택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유능한 캐디가 그리 흔치 않다는 점이다.
캐디선택제가 도입된다면 그런 유능한 캐디에게 고객의 선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유능한 캐디는 제한돼있고, 그 캐디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면 캐디선택제란 결국 극소수 고객과 소수의 캐디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캐디 수급난을 해소하고 불황기 고객 유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착상에서 나온 캐디선택제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캐디는 골퍼의 경기도우미로서 그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주말골퍼들도 어떤 캐디를 만나느냐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크게 나고, 프로골퍼의 경우는 승패가 갈린다. 프로골퍼들이 수년간 호흡을 같이 해온 캐디를 바꾸는 것도 캐디의 역할이 승리에 결정적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능한 캐디의 도움을 받아야만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골퍼가 과연 진정한 골퍼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골프란 원래가 자립 독행하는 게임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상황에 맞는 샷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동반자와의 플레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경기보조자’로서 캐디가 있는 것이다.
특정한 캐디가 없으면 제대로 플레이를 펼칠 수 없는 골퍼는 진정한 골퍼라 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주인공은 골퍼 자신이다. 아무리 캐디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도 캐디가 플레이를 대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프로가 보는 실수, 캐디가 보는 실수


특히 아마추어골퍼의 경우 마음에 드는 유능한 캐디가 배정될 확률은 형편없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캐디가 배정되지 않았다고 정성스럽고 재미있는 라운드를 할 수 없다면 이미 골프장에 있을 까닭이 없지 않을까.
골프는 캐디가 아니라 선수가 한다. 캐디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의 완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골프 선수들은 캐디를 ‘15번째 클럽’이라 부른다. 시합 때 들고 나갈 수 있는 클럽의 개수는 모두 14개이지만 좋은 캐디를 만나면 또 하나의 클럽을 갖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모처럼 필드에 나가 라운드 할 때 만나는 캐디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10만원에 이르는 캐디피(fee)에 비해 서비스가 만족치 않다는 얘기도 많았다. 이른 아침,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왔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끌었다. 술이 덜 깨 9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면 6번을 주고 심지어 카트 안에서 내리지도 않고 꾸벅꾸벅 조는 캐디까지 있었다고 하니 오랜만에 기대에 부풀어 필드에 나간 아마추어 골퍼들로서는 그야말로 기분을 망쳤을 법 하다.
사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본다면 캐디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골프장은 정해놓은 라운드시간이 있다. 예를 들면 티타임 간격이나 홀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팀원 중 한 명이 공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하거나 그린에 12번 만에 공을 올리면서도 매번 연습 스윙을 서너 번씩 하는 아마추어 골퍼를 만나면 캐디들은 해당 골프장의 경기과나 캐디실에 호출돼 몹시 야단을 맞게 마련이다.

프로골퍼 승패 가르는 캐디의 역량
‘중노동’ 자처한 배상문 어머니 화제

늑장플레이를 하면 경기과의 사람들이 골퍼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손님! 조금만 더 스피드 업 해 주세요’나 ‘빨리 좀 걸어주세요’가 전부다. 하지만 캐디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한 남자캐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인홀이 끝나고 인코스로 들어갈 때 시간표를 찍는데 정해놓은 시간보다 늦는 경우, 청소를 하거나 다음 가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캐디들이 플레이어를 닭 쫓듯 쫓는 것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아마추어(아줌마골퍼)들은 필드에 나갈 때마다 캐디언니들이 한마디씩 하는 원포인트 레슨에 ‘골프가 향상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필드에서의 잔소리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레슨은 티칭프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프로가 보는 실수의 원인과 캐디가 보는 실수의 원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티칭프로는 실수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근원적 문제를 지목할 수 있기에 레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캐디입장에서 보는 실수의 원인은 티칭프로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레슨프로와 캐디의 레슨이 엉켜 혼란스러워 하는 골퍼들도 종종 보게 된다.
사실 아시아에서는 캐디가 공의 마크를 타깃에 맞춰 주기도 하는데 골퍼 역시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비싼 돈 주고 캐디는 뭐하냐는 생각을 하는 대신 스스로 라인업을 할 때 퍼팅기술이 향상된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 직접 볼을 맞추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높낮이를 보게 돼 경사를 읽게 되고 잔디의 결까지 읽게 되니 골퍼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이다.
프로들이 캐디를 섭외하고 결정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거리 감각이 좋은 캐디, 그린위에서 경사를 잘 읽는 캐디, 라운딩을 하며 선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캐디 아니면 아예 말 한마디 없이 가방만 매는 캐디 등 선수의 성격에 따라 캐디를 선호하는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그린 위에서 라이를 잘 보는 캐디를 선호한다. 현재 LPGA에 최고의 몸값은 콜린이라는 캐디인데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스카웃하고 싶은 캐디가 바로 그다. 그는 과거 박세리, 박지은 선수의 캐디를 ‘역임’한 바 있는데 지금은 폴라클레이머의 전문 캐디로 맹활약중이다.

라이 잘 보는 캐디가 ‘최고’

그가 최고의 캐디인 이유는 골프 코스를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는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캐디는 골프장 곳곳을 누비며 그린의 스피드를 재고 또 잰다. 그런 그가 최고의 몸값을 받는 것에 대해 단 한 사람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선수는 콜린의 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하지만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가 그 돈보다 더 큰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캐디들이 내 몫을 다하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 개선을 해야겠지만 동반하는 골퍼들도 골퍼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둔다면 보다 여유있고 즐거운 라운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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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