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핵폭탄 'NLL 살생부' 실체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0:26:11
  • 댓글 0개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유탄' 조심하라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이후 잊혀졌던 NLL 논란이 다시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각계의 우려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안'마저 국회에서 통과됐다.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자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떨게 하는 이른바 'NLL 살생부'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NLL 논란은 지난 대선을 뒤흔든 주요이슈 중 하나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8일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기록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된 NLL논란은 대선 기간 내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괴롭혔다.

국정원 물타기? 
의혹 해결될까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대화 준비단장을 맡았었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결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NLL 논란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NLL 논란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17일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사실상 선거개입으로 판가름 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이를 호기로 삼아 대반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있은 후 불과 3일 후인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다.

정계 은퇴도 불사, 벼랑 끝 대결 펼치는 여야
NLL 대화록 공개 후폭풍에 여야 모두 긴장

발췌본을 열람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다. 게다가 지난 6월24일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후 국회 정보위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물타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국의 초점이 NLL 논란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 통과에 찬성하게 된다.

요구안은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명시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시킨 것이다.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한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3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NLL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결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는 NLL 논란과 관련 NLL 때문에 정치권을 아예 떠나게 될 사람도 여럿 생길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른바 ‘NLL 살생부’다. 그렇다면 NLL 살생부에 거론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NLL 살생부' 
정치권 떠날까?

우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위를 놓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여야 의원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그중 이번 논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급기야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의원직을 건 것에 대응해 문 의원도 의원직을 걸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거부했었던 문 의원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문 의원은 또 NLL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자고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이 통과된 것은 문 의원의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고, 녹음내용을 통해 회담장의 분위기를 들으면 저자세 회담을 방증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다가 단순한 의원직 사퇴가 아닌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만큼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매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노계는 이번 회의록 자료제출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NLL 논란을 처음 촉발시킨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도 위기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쟁점이 됐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 어로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정 의원이 주장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 바꾸기
논쟁 계속

민주당은 즉각 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열람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 역시 열람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직을 걸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제 말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고 허위가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대화록 전문 공개 후 포기라는 단어는 없지만 맥락을 보면 저자세 외교를 한 것은 틀림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두 사람과 함께 최근 새누리당 NLL 3인방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화록 공개 파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윤 부대표도 "NLL 포기라는 말 자체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포기 의사를 가진 것은 확실"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안보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NLL 논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의외의 유탄을 맞고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달 26일 당내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전 이미 대화록을 봤으며 이를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정원 동원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관련 의혹 증폭
대화록 원본 공개돼도 논란 계속될 듯

특히 실제로 김 의원의 부산 유세발언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비교해본 결과 이 둘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다.

또 같은 날 새누리당 권영세 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집권 후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미 지난해 대선 중 NLL대화록을 입수했고 비상상황이나 재집권 시 이를 공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 파문이 커졌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김 의원과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권 대사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던 월간지 기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월간지 <신동아>의 H기자는 지난달 28일 "K씨(민주당 전문위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사진과 음성파일을 빼갔고 박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며 박범계 의원과 K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녹취록은 정상적인, 가장 적법한 절차에 의해 확보한 것으로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당사자인 H기자가 민주당의 무단절취를 주장하고 있는 이상 박 의원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거물급 다수
정치권 지각변동

NLL 논란과 관련,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정치인들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NLL대화록 공개를 계기로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NLL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012년 6월에도 방북 정치인들의 친북발언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거론한 인물들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으로 모두 거물급 인사들이다. 이들이 친북발언 논란에 휘말린다면 그야말로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NLL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NLL 살생부 리스트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논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도 언제 어디서 유탄에 맞게 될지 모른다"며 "특히 NLL논란에 휘말린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물급 인사들이라 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