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늘고 장학금 줄고 ‘로스쿨 천태만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7.03 11: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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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는 ‘왕창’ 줄 때는 ‘찔끔’

[일요시사=정치팀] 로스쿨 제도가 출범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6월26일 각계각층의 법조전문가들이 로스쿨 제도의 성패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과도한 대학등록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시에 줄어드는 로스쿨의 장학금도 심각하게 거론됐다. 갈수록 배를 불리는 로스쿨의 실상을 살펴봤다.



로스쿨은 사법시험의 폐단을 극복하고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전문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동안 로스쿨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서히 뿌리를 내리면서 법조인 양성의 모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자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출범 당시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로스쿨은 아직까지도 부작용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로스쿨비용 1억 이상

2000명 정원에 25개로 시작한 로스쿨은 지난해 처음으로 1451명의 변호사를 배출됐다. 작년 사법연수원 졸업생이 1000여 명으로 모두 2500명에 가까운 법조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두 배 이상 늘어난 법조인력에 로펌과 공공기관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개인사무실을 열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치열한 생존경쟁뿐이 아니다. 적지 않은 로스쿨 학생들이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 때문에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전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비싼 로스쿨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사건도 있었다. 그의 자살은 ‘돈스쿨’ 논란에 불을 지폈다.

로스쿨의 높은 학비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개원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로스쿨 측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장학금 비율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계층의 선발 비율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턱없이 높은 로스쿨 등록금은 연간 꾸준히 오르고 있고,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학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최소 기준’만 지킨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최근 로스쿨 제도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는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생기고, 현장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실무역량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국제법과 같은 전문특화 과목은 신청학생이 부족해 폐강위기에 놓인 반면 취업과 변호사시험에 필요한 민·형법에만 수강생이 몰리는 실정이다”라며 로스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로스쿨의 등록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작 대학 측은 입학정원이 워낙 적게 책정된 점과 아울러 과도한 인가기준에 따라 과도한 교원 숫자와 각종 시설구비로 인해 비용이 많이 투입될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박근용 합동사무처장이 제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1460만원으로 입학금이 제외된 액수다.

연간등록금이 가장 높은 로스쿨은 성균관대로 2013년 현재 등록금은 2084만원이다. 성균관대학교는 로스쿨이 출범할 당시에도 등록금 200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또한 지난 4년간 인상 폭도 84만원(▲4%p)으로 액수만 보면 25개 대학 중 8번째로 높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 턱없이 높아 로스쿨 졸업하면 빚더미
대학 3곳 내리고 4곳 동결 18곳은 인상, 장학금 지속 우려

그 다음으로 연세대학교 로스쿨이 2047만원, 고려대학교 로스쿨이 2013만8000원으로 성균관대와 함께 2000만원대 등록금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로스쿨 출범 이후 각각 97만6000원(▲4.8%p) 138만1000원(▲7.2%p) 등록금을 올렸다.

로스쿨 등록금을 가장 많이 올린 대학은 서강대학교가 차지했다. 서강대학교는 2010년 1502만원에서 현재 1729만8000원으로 무려 227만2000원▲(15%p)이나 등록금을 올렸다.

그 다음은 아주대학교로 2010년 1883만2000원이었던 등록금은 현재 1995만2000원으로 152만원(▲12%p)이 인상됐다.

1740만원이었던 이화여대 로스쿨 등록금은 14% 인상률을 기록하며 현재 1863만원으로 123만원을 높였다.

4년 동안 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대학교는 충북대, 경북대, 원광대, 한국외대 등 4곳이다.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도 있다. 1000만원의 등록금을 받았던 강원대는 현재 24만원(▼2.4%p) 인하해 충남대, 부산대, 충북대와 함께 등록금 1000만원 미만 로스쿨에 합류했다.

<표1>을 보면 충남대와 성균관대의 로스쿨 등록금이 1119만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록금 외 입학 시 1회 부담하는 로스쿨 입학금도 천차만별이다. 강원대 17만3000원에서 연세대 307만1000원에 이르기까지 그 차이가 무려 289만8000원이다.

연간 등록금이 적어도 1000만원에 이르다 보니 경제적 여유 있는 계층만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 경제적 취약 계층을 비롯해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우 그 문호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25개 로스쿨은 매년 입학 전형 시 특별전형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을 일정 수 이상 뽑고 있지만, 장학금 비율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4년간 로스쿨 장학금 지급현황은 18개 대학에 관해서만 알 수 있다. 서울시립대, 건국대, 원광대, 서강대, 중앙대, 영남대, 한양대 등 7개 대학의 장학금 지급 현황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8개 로스쿨 중 10개 대학의 전액장학생 수혜 비율은 하락했으며, 8개 대학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는 최고 등록금을 기록하면서도 전액 장학생 수혜자 비율은 1.6%p 하락했다. 로스쿨 도입 당시 모든 학생들에게 100% 장학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던 강원대의 전액 장학생 수혜 비율은 51.9%(▼48.1%p)로 현재 인하대와 동일한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북대와 동아대는 38.9%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하락폭은 각각 26.%p, 8.1%p 이다. 또한 경희대 11%(▼14%p), 충북대 23.5%(▼21.3%p), 경북대 25.6%(▼6.6%p), 충남대 32.0%(▼7.6%p)의 전액장학금 수혜율을 보였다.

‘돈 먹는 하마’

참여연대는 2012년 17개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 4581명 중 32.2%인 1475명이 전액장학금 수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쿨의 추세로 보아 장학금 지급 현상이 처음과 같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로스쿨이 과연 문턱을 낮출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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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