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 첨병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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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더니…아직도 어둠의 자식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해 대선기간 불거진 정치개입 의혹부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논란까지 최근 국가정보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사실 국가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임 시절엔 정권의 실세로 군림하던 국정원의 수장들이 퇴임 후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은 이미 익숙한 광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대상으로 거론되며 논란을 빚어왔던 '국정원 잔혹사' 풀스토리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보수집기관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은 대공, 대정부 전복, 대테러 정보 수집과 국가기밀 관련 보안, 국가보안법상 범죄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이처럼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개입 논란에 시달리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를 위해 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안보
정권안보

국정원은 지난 1961년 6월10일 '중앙정보부(이하 중정)'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설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 직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가장 먼저 만든 게 바로 중정이고 초대 부장은 최측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맡았다. (김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큰형 박상희씨의 사위다.) 그 탄생부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중정은 남북 대치 상황을 빌미로 정치권 위에 군림했다. 중정은 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 정권에 반하는 인사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그들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고문하고 납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73년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본에서 납치해 수장하려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중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에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개칭했지만 정치공작 행태는 여전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은 야당 창당대회에 조직 폭력배를 투입하는 이른바 '용팔이사건'을 일으켰고 '수지김 간첩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전신 중앙정보부 탄생부터 정권안보에 초점
통치권자 바뀔 때마다 반드시 되풀이 되는 '국정원 수난사'

김대중 정권 때인 1999년에 안기부는 다시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개칭해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정국을 뒤흔든 사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6·10민주화 항쟁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안기부를 정치에 적극 개입시켰다. 그 결과 노태우 정권에서 안기부는 통치권자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유력 인사에 대한 미행과 협박은 물론이고 미림(美林)팀이란 조직을 만들어 도청까지 했다.

1992년 대선 직전 처남매부 사이인 김복동 의원이 민자당을 탈당하려 하자 안기부를 동원해 대구톨게이트에서 '납치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민정계 수장이었던 박태준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계속 맞서면 우리(안기부)는 최고위원으로 대우할 수 없다"는 당시 이상연 안기부장의 위협에 대권 꿈을 접기도 했다.

정권 2인자
국정원장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안기부장의 국내정치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치사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기부로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곧 안기부를 통한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1994년 6월 안기부는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미림'이라는 도청팀을 부활시켰다. 미림팀은 정치권 주요인사들이 예약한 서울의 한정식집이나 호텔식당 등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약속장소 역시 불법 전화감청으로 파악했다. 추후 파악된 바로는 1997년 11월까지 646명(정치인 273명)에 대해 녹음테이프 1000개 분량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기부는 또 1997년 권영해 부장 시절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을 동원했다. 대선 몇 주 전 재미교포 윤홍준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토록 한 것이다. 안기부는 그해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씨에게 김대중 후보 앞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시켜 김 후보를 용공 인사로 몰기도 했다.

안기부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 등이 북측 인사에게 판문점 총격사건을 일으켜달라고 부탁한 이른바 '총풍'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결국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은 정권교체 후 검찰에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안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앞서 언급됐듯이 김 전 대통령은 중정에 납치돼 바다에 수장될 위기를 넘겼으며, 대선과정에서도 안기부의 각종 공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전체 직원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581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또 주요 기관을 담당하는 일선 정보요원 대다수가 영남에서 호남 출신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의 대북정보수집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던 김대중정권이지만 전화감청의 유혹만은 뿌리치지 못했다.

정보 유혹
반복된 실수

당시 휴대전화의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은 33억원을 들여 감청장비를 개발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 32명이 24시간 3교대로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시민단체·노조 간부 등 1800여 명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

2000년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당의원을 순화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김대중정부에서 재임했던 임동원·신건 전 원장은 2005년 검찰 수사에서 도·감청 내용을 보고받고, 첩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 받았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정원과 선을 긋기 위해 노력했다. 불법도 불법이지만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의존하게 되면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보고서가 국가를 통치하게 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국정원이 국내 고급정보를 보고하자 "왜 나에게 이런 것을 보고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무현정부에서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과 정치공작 의혹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야권 정치인에 대한 사찰은 끝내 뿌리 뽑지 못했다. 국정원 직원 고모씨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퇴임한 직후인 2006년 8월부터 11월까지 이 전 시장의 주변인물 132명에 대해 재산흐름과 범죄기록 등을 조회한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역대 국정원장 중 6명이 검찰 소환
모두 실패한 국정원 개혁 성공할까?

이명박정권하에서는 또다시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개입과 같은 악령이 되살아났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무현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켰다. 이명박정부 첫 국정원장이던 김성호 전 원장은 대통령과 주 1~2회 독대를 했다.

2009년 두 번째 국정원장에 임명된 원세훈 전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를 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근거리에서 보좌한 행정관료 출신으로 정보업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원 전 원장의 깊은 충성심은 과잉충성과 정보기관의 역할 왜곡으로 이어졌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개입을 한 혐의로 현재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처럼 역대 국정원 수장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남부럽지 않은 권력을 휘둘렀지만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 국정원이 재출범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9명의 역대 원장 중 각종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는 총 6명에 이른다.

정보기관장의 수난사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정과 안기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박정희정권 시절 무려 6년3개월을 중정을 장악한 김형욱 전 중정부장은 숱한 정치공작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퇴임 후 미국으로 망명, 유신정권을 비난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갑자기 실종되기도 했다.

안기부 시절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이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5공 정권이 끝난 뒤 수차례 구속됐다.

비극적 결말
해결방안은?

한편 정치권 내부에서도 정치개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거나 국정원의 국내정치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는 종합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기능에서, 국내파트를 떼어내고 국외 및 대북 전문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 및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보니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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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